“韓=걷기, 日=근력”…고령화 대비책, 10년 더 젊게 해주는 건?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CGG) 아라이 히데노리 이사장 인터뷰

일본에서는 노화 방지에 대한 주요 관심이 1990년대 ‘걷기’에서 지금은 ‘근육 키우기’로 바뀌었다. 걷기만으로는 노화를 예방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르면 올해 말, 우리나라도 ‘초(超)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것. 길거리 지나가는 다섯 명 중 하나는 65세 넘은, 노인이란 얘기다.

여기까지 24~25년 걸렸다. ‘고령화사회’(7% 이상)를 2000년(7.4%)에, ‘고령사회’(14% 이상)를 2018년(14.3%)에 진입한 것을 감안하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18년 걸렸는데, 정작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는 6~7년 밖에 안 걸린 셈이다.

가히 세계 최고의 속도다. 대표적인 노인국가, 일본보다도 빠르다. 일본은 고령화사회(1971년)에서 고령사회(1995년)을 거쳐 초고령사회(2006년)까지 이르는데 35년이 걸렸다. 그래서 20년 후, 2045년 정도면 우리나라 고령화율이 일본을 추월한다. 안타깝게도 ‘전세계 1등’이 코앞이다.

초고령사회의 사회 시스템은 다양한 부문에 걸쳐 그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가장 크게 변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의료시스템. 만성질환, 예방 및 재활의학 중심으로 바뀐다. 노인 질환에 초점 맞춘 노인의학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첨단을 달리는 연구집단이 일본에 있다.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CGG, National Center for Geriatrics and Gerontology). 병원이 함께 있어 연구 결과를 환자 임상과 연결해 유기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여기 아라이 히데노리(荒井秀典) 이사장이 지난 연말 동아대병원(병원장 안희배)과 노인의학 공동연구 협약을 맺기 위해 부산에 왔었다. (* 코메디닷컴 2023년 12월 20일 “초고령사회 일본의 노인의학, 부산에 접목된다” 참고)

이를 계기로 지난 연말과 올해초, 그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했다.

아라이 히데노리 이사장. [사진=일본 NCGG]

– 일본에서는 노화 방지에 대한 주요 관심이 1990년대 ‘걷기’에서 지금은 ‘근육 키우기’로 바뀌었다. 걷기만으로는 노화를 예방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걷기로 대표되는 유산소 운동은 심장과 폐 기능을 강화하고 말초 혈액 순환과 신진대사를 향상시킨다. 그 결과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개선은 물론 지구력 강화 및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산소 운동은 골격근 기능 저하를 늦추는 제한된 효과 뿐이다. 반면, 근육의 저항력을 강화하는 무산소 운동은 일정 기간 동안 적절하게 실시하면 근육량과 근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노화와 동반질환으로 인해 손상된 골격근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선 저항력 훈련을 권장하는데, 이는 회춘에 중요하다. 근육량 증가로 신체능력 향상 및 기초 대사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NCGG 연구 결과, 노년층의 일상생활 기능 저하의 주요 원인인 노쇠와 근육감소증은 팔 다리 근육 약화에 기인하며, 이들의 예방과 치료에 저항력 훈련이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저항력 훈련에는 유산소 운동으로는 얻기 어려운 이점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두 가지 운동을 결합하는 것이 건강한 노화에 이상적이다.

– 최근 일본 노인의학에서는 ‘구강 기능 저하’ 예방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강 기능 저하가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가?

구강은 음식물의 포획, 저작, 타액분비, 미각 등의 식사기능 외에도 대화, 외모 등 의사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치아 손실, 씹기, 삼키기 등 구강 기능 저하로 인해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와 양이 제한되면 필요한 양의 에너지를 얻거나 좋은 영양 균형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구강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외출 횟수가 적고, 구강 기능이 좋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하거나 대화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영양 상태가 악화되고 다른 사람과의 연결이 감소하면 신체적 노쇠, 근육감소증, 영양실조 및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더 커진다.

그러나 구강 기능은 영양 및 운동 중재와 함께 적절한 관리와 훈련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구강 기능 저하를 조기에 발견하고 노쇠와 장애를 예방하여 건강과 웰빙을 유지하는 것이 노인들에게 중요하다.

– NCGG 운영 병원에서는 침대가 창쪽으로 방사형 배치되어 있어 햇빛을 받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햇빛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상식인데, 노화 예방에 왜 ‘특히’ 좋은 지 궁금하다.

햇빛 속의 자외선에 노출되면 신체에 비타민D라는 물질이 생긴다. 비타민D의 주요 역할은 골격근 및 면역 기능 유지와 함께 뼈 형성 및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의 경우, 피부의 비타민D 생성 능력이 저하되고, 야외 활동 감소로 인해 햇빛에 대한 노출도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장기간 비타민D가 결핍되면 혈액 내 부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골밀도가 감소하고, 낙상 및 골절 위험이 높아진다.

그래서 노년기의 비타민D 결핍과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사와 함께 적당한 햇빛 노출을 통해 비타민D 생성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햇빛 노출은 규칙적인 수면 주기를 생성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또 입원 중 더 잘 생기는 ‘섬망’(*) 발생률을 낮추는 것과도 관련이 크다.

(* “섬망은 일시적으로 의식의 혼동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노인, 특히 신체적으로 허약한 노인에서 발열, 수술, 골절과 같은 의학적인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하기 쉽다.” – 대한노인정신의학회)

– NCGG 시마다 히로유키 노인학·사회과학연구소장은 ‘코그니사이즈'(cognicise: cognition+exercise)를 개발했다. 코그니사이즈 원리와 개발 과정에 대해 소개해달라.

코그니사이즈(Cognicise)는 운동과 인지 작업의 이중 작업을 수행하여 뇌를 활성화하도록 고안된 운동이다. Cognicise는 적용할 수 있는 운동 유형에 제한이 없지만 프로그램을 구현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신체와 뇌에 적절한 양의 스트레스를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육체적 부하는 중등도의 운동이고, 뇌부하는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편이다.

둘째, Cognicise에서 사용되는 인지 작업이 오류 없이 수행될 수 있게 되면 즉시 새로운 인지 작업으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됨에 따라 인지 과제에 대한 학습 효과가 발생하여 뇌에 가해지는 부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라이 히데노리 이사장. [사진=일본 NCGG]

동아대병원과는 어떤 주제로 협업을 계획하고 있는가?

치매와 노쇠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일본과 한국 모두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게 점점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치매에 대한 협력을 통해 양국의 치매 환자로부터 임상 및 코호트 데이터를 수집하고 유전자, 환경, 생활 방식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치매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는 조기 진단, 더 나은 위험 관리, 최적화된 치료법 개발 및 개입 전략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번 협력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의료 환경에서 치매 환자를 위한 치료의 차이를 비교하고 최선의 치료 접근 방식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ICT 기술을 활용해 노후화 예방에도 협력할 수 있다. 이번 동아대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일본과 한국의 노인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향후 더 큰 범위의 국제 협력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NCGG와의 국제 협력에 대해 동아대병원 안희배 병원장은 9일, 다음과 같이 알려왔다. 

“동아대병원은 지역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첨단진료에 더해 임상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의산학연구동 신축을 준비하고 있다. 또 뇌신경계 및 암 연구에 초점을 맞춘 중개의학 영역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NCGG와의 국제교류협약을 계기로 이 분야에서의 다양한 상호 협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현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장수의학연구소'(가칭)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 부산 경남 울산뿐만 아니라국가적으로도 유관 연구 및 산업 기반 확립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이와 함께 현재 운영하고 있는 부산광역치매센터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기반으로 부산 최초의 ‘카티(CAR-T)세포치료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엔 대규모의 정부 설립 (노인)의학연구기관이 아직 없다. 이에 동아대병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장수의학연구소(가칭)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한국이나 부산에서 우선적으로 적용해볼 만한 아이템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NCGG는 인지 기능 평가를 위한 응용 프로그램으로 NCGG-FAT를 개발했다. NCGG-FAT는 태블릿 PC를 이용해 기억력, 주의력, 실행 기능, 처리 속도 등 다양한 영역의 인지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연령과 교육 이력에 따라 확립된 표준화된 가치를 기반으로 인지 저하를 판단할 수도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며, 동아대병원 연구분야 도입을 고려해 보길 바란다.

한국의 노인인구 증가 속도는 정말 가파르다. 그런 점에서 한국 노인의학 연구가 집중해야 할 분야나 핵심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국과 일본의 노인의학을 직접 비교하기는 좀 어렵다.

일본에서는 1962년 도쿄대학에 노인의학과가 처음으로 설립되었고, 1965년에는 교토대학에 설립되었다. 그 후 여러 의과대학에서 노인의학과를 설립했습니다. 가장 많을 때는 82개 의과대학 중 24개에 이르렀다.

일본과 한국의 노인 상황을 비교해 보면, 현재 일본은 고령화율(65세 이상)이 더 높은 반면, 한국은 고령화 속도 자체가 더 빠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도 양국 공통의 문제다. 한국에선 아직 노인의학과 수가 적은 편이다.

따라서 한국의 병원들에서 노인의학 진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양국의 노인의학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도 중요하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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