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아들 기증한 신장으로 어머니 새 삶 되찾아

봉생기념병원 1300번째 신장이식 수술의 주인공들

“가족애(愛)는 아직 살아있다.”

부산 봉생기념병원이 최근 1300번째 신장이식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신장이식은 공여자와 수혜자가 있는 만큼, 수술할 때마다 특별한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 1300번째 신장이식 환자 60대 임 씨는 군대 간 아들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다.

경북에 거주하는 어머니 임 씨는 고혈압으로 10여 년 투병 생활을 하다 ‘말기신부전’까지 겹치면서 혈액투석으로 연명해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더는 차도가 없고 몸 상태가 더 나빠지면서 신장이식 수술밖에는 대안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신장을 이식해 줄 사람은 외동아들 하나뿐. 그런데, 아들은 군대에 가 있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인근 대학병원들은 전공의 이탈로 모두 의료 마비 상태였다.

임 씨를 대신해 아들은 수소문 끝에 ‘원스톱 협진시스템’이 가능한 부산 봉생기념병원을 찾아 수술을 신청해야 했다. 봉생기념병원 신장이식센터는 군인 아들의 휴가 일정에 맞춰 지난 9일 신장이식 수술을 단행했다.

집도한 백승언 명예원장(외과)은 21일 “신장이식은 3~5시간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수술”이라며 “환자의 혈관 상태, 동맥경화 정도, 방광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장애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다행히 이번 환자는 수술 후 경과가 좋았다”라고 전했다.

수술 후 열흘 정도의 회복 기간이 지나 어머니 환자와 기증자 아들 모두 건강을 되찾았다. 아들은 어머니를 병실에 모신 채 19일, 군대로 복귀했다.

이번 1300번째 신장이식 수술을 처음부터 협진해온 김중경 병원장(신장내과)도 “현역 군인이라는 제한적인 여건 속에도 어머니에게 자신의 신장을 선뜻 기증한 효심에 우리도 감동했다”면서 “이들 모자와 함께 ‘신장이식 수술 1300례’라는 큰 업적을 이루게 된 것은 더 뜻 깊은 일”이라 덧붙였다.

봉생병원 신장이식 수술, 10년 생존률 90% 이상 “국내 최고 수준”

부산 봉생기념병원의 신장이식 수술 1300례는 부산 울산 경남 권역에선 최초. 대학병원, 종합병원들 통틀어서도 처음이다. 1995년 3월 신장이식 첫 수술을 성공한 이후 29년이나 걸렸다.

부울경 신장이식 수술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특히 봉생기념병원 신장이식 수술은 10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란 점에서 더 주목할 만하다.

신장이식 수술 성공을 축하하는 1300번째 수술 주인공들(앞줄 왼쪽 두 번째와 세 번째)과 봉생기념병원 수술팀(앞줄 맨 왼쪽 백승언 명예원장, 맨 오른쪽 김중경 병원장). [사진=봉생기념병원]
봉생기념병원 신장이식팀은 평소에도 2개 조 수술팀 체제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이식수술을 대비한 것이다.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로부터 기증 받은 신장 2개를 말기 신부전증 환자 2명에게 동시 이식하는 고난도 수술도 최근 성공시킨 바 있다.

특히 봉생병원(이사장 김남희)은 신장내과, 외과, 비뇨의학과, 마취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한 팀을 이루는 ‘원스톱 협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혈액투석실, 복막투석실, 혈장교환실과 함께 신장이식 수술 전후의 관리와 면역 거부반응 치료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 봉생병원은 “장기이식 수술 상담부터 예약, 진단, 수술, 그리고 수술후(後)관리까지 한 흐름으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봉생병원은 가족, 친척, 지인이 신장을 기증하는 ‘생체 공여’ 프로그램과 뇌사자로부터 신장을 받는 ‘뇌사자 공여’ 프로그램을 모두 운영한다. 하염 없이 흘러가는 이식 희망자의 대기 기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는 것.

그런데도 안 되는 경우엔 ‘교환 이식’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자를 찾아주기도 한다. 혹시 가족 중에 신장을 기증하려 한다 해도 혈액형이나 조직 적합성 등 조건이 맞지 않아 수술이 어려운 경우,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가족 중에서 최적의 대상자를 찾아 서로 장기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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