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슴 통증이”…어떨 때 가장 위험할까?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아침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 환절기인데다 새벽이라 예상보다 쌀쌀했다. 지하철로 급히 걷는데, 갑자기 가슴이 찌릿찌릿하다. 그리곤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이 이내 밀어닥쳤다. 지나가는 이들에게 “119 불러달라” 소리쳤다. -A씨 사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장 위험한 것은 심근경색(心筋梗塞, myocardial infarction)

병원에 실려가도 40%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다. 가슴이 아픈 증상은 여러가지 때문. 10가지도 훌쩍 넘는다. 특히 기온차가 심한 날엔 심장에 무리가 생기면서 심장질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가슴 통증과 함께 가슴이 답답하고 조이는 듯한 게 특징. 구토에다 식은 땀이 나고, 통증이 목과 왼팔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심장내과 전문의 설상훈 원장(부산 설상훈심사랑내과)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 등으로 막히면서 심장 근육이 굳어가기 때문”이라 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지는 협심증과도 다르다”고도 했다.

거기다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심근경색 가능성이 높다. 숨을 잘 쉬지 못하고, 심하면 심장이 멎는다. 구급차 오기 전까지 심장압박마사지를 하거나, 지하철역에 있는 AED(자동심장 제세동기)를 써야 할 때도 바로 이 때다.

단, 당뇨가 있거나 나이 많은 사람은 간혹 가슴의 통증보다는 호흡 곤란이나 어지러움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 다음으로 위험한 게 바로 협심증(狹心症, Angina pectoris)

글자 그대로 심장이 조이듯이 아픈 증상이다. 심근경색처럼 심장 관상동맥에 혈전, 노폐물이 쌓인 동맥 경화증 때문에 생긴다. 다만,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힐 때 심근경색이 온다면, 완전히 막히진 않았으나 피가 잘 통하지 않을 때 협심증이 온다.

심장 기능이 나빠지니 계단을 오르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걸을 때 가슴이 아픈 게 특징. 과식했을 때도 통증이 온다. 하지만, 대개는 가만히 있으면 통증이 사라진다.

가슴 한복판 또는 왼쪽으로 번지는 통증도 협심증의 전형적인 경고음. 술꾼이나 골초가 새벽에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변이형’ 협심증도 있다.

빈도가 그리 높진 않으나 ‘대동맥 박리’ 또한 초응급 질환. 대동맥의 벽을 구성하는 속막이 가운데막에서 떨어지며(剝離) 생기는 병. 고혈압이 오래돼 대동맥벽 안쪽이 퇴행하는 게 원인이다.

극심한 가슴 통증을 느끼는데, 박리가 진행되면서 명치, 등, 허리로 통증 부위가 이동하기도 한다. 대개는 급성으로 온다.

호흡기 쪽 폐색전증(肺塞栓症)도 위험도 높은 질환의 하나

허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폐동맥, 폐정맥)이 막히면서 폐가 기능을 못하는 병이다.

폐로 혈액 공급이 끊기면 호흡 곤란과 함께 가슴에도 극심한 통증을 불러온다. 가쁜 숨을 내쉬고, 기침을 할 때 통증이 더 심하다. 입술이나 혀, 피부가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폐색전증은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또 다른 복병. 하지만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 부검을 해보면 약 15%에서 폐색전증이 발견됐고, 이들 중 1/3 정도는 폐색전증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근경색, 대동맥 박리, 폐색전증 등은 모두 사망률이 높기에 응급실에서 흉부 및 복부CT나 심전도, 심장초음파로 재빨리 진단하고 즉각적인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설 원장은 “어떤 이유로든 갑자기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된다면 즉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폐를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기는 흉막염(胸膜炎),, 허파에 염증이 생긴 폐렴, 허파 벽에 공기가 차는 기흉(氣胸)이 있을 때도 가슴 통증이 온다.

하지만 가슴 통증 원인으로 가장 많은 것은 소화기 질환.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비슷한 경우가 있어 혼동하기 쉽다.

특히 역류성 식도염(逆流性 食道炎)의 경우 앞가슴부위 뿐만 아니라 등쪽에서도 통증이 나타난다. 설 원장은 “통증이 명치 끝이나 흉골 아래쪽으로 ‘타는 듯하게’ 느껴지며, 누운 자세나 앞으로 숙인 자세에서 더 악화된다”고 했다.

다만, 우유나 물을 마시면, 또는 상체를 높인 자세만으로도 통증은 일시적으로나마 줄어든다.

급성 췌장염(急性 膵臟炎) 통증도 심근경색과 유사하다

통증이 명치끝에서 나타난다. 대신 통증의 정도가 보통이 아니다. 통증이 워낙 커 병원에서도 모르핀 등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한다.

근골격계와 관련된 가슴통증은 갈비뼈에 연결된 연골에 발생한 염증과 관련이 있다. 상체를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있고 심호흡을 하면 ‘가슴이 바늘에 찔리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특히 ‘늑연골염’(肋軟骨炎)에 의한 가슴통증은 아픈 곳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통증이 더 심하다. 헬스나 수영, 골프 등 무리한 운동이 원인일 경우가 많아 20~30대 젊은 환자가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면 대개 늑연골염인 경우가 많다.

그 외에 경추나 흉추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을 때, 스트레스나 불안, 공황장애가 있을 때도 가슴 통증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설상훈 원장은 “가슴 통증의 원인은 위·식도 역류성 염증 같은 소화기 질환이 50% 정도로 제일 많고, 가슴뼈 주변 연골 근육이나 폐 문제가 30~40%를 차지한다”면서 “심장으로 인한 원인은10~20%에 불과하지만, 급성으로 악화되고 생명과 직결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설상훈 원장. [사진=코메디닷컴]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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