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三高) 식습관이 불러온 나비효과, 게실

고단백·고지방·고칼로리는 대장 ‘게실염’ 발병률 높여

식습관이 바뀌면 잘 걸리는 병의 종류도 달라진다. 특히 고단백, 고지방, 고칼로리 등 삼고식(三高食)은 특히 대장 쪽 ‘게실’ 질환을 많이 생기게 한다.

게실은 위, 소장, 대장, 방광 등 내부에 공간이 존재하는 장의 약해진 벽 부분을 통해 외부로 돌출한, 풍선 같은 작은 주머니. 게실이 여러 개 생기면 ‘게실증’이고, 여기에 염증까지 생기면 ‘게실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게실염 진료를 받은 환자는 4만4591명. 4년 후 2019년에는 5만9457명으로 늘었다. 30% 이상이다. 여성 환자가 남성과 비교하면 2배가량 많다. 나이로는 50대(20%), 40대(18.6%)가 조금 더 높지만, 다른 연령대에서도 두루 발생한다.

게실은 진성(眞性)과 가성(假性)으로 나뉜다. 대동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김주훈 과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진성 게실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선천적으로 약한 부위가 장 안의 압력 증가로 장벽이 밖으로 밀려 나온 경우”라 했다. “근육층을 포함한 장벽 전 층이 돌출되며, 흔히 우측 대장에 1개가 생기고 동양인에게 흔하다”고도 했다.

그에 비해 가성 게실은 식생활, 변비, 장운동 이상 등 여러 복합적 요인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김 과장은 “좌측 대장에서 점막층과 점막 하층만 돌출되며 여러 개가 발생한다. 과거 서양인에게 흔히 나타났으나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동양인에게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게실증은 85% 정도가 무증상이다. 우연히 발견되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치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게실에 변이나 오염물질 등이 들어가 염증이 생긴 게실염이 발생하면 그땐 상황이 다르다. 게실염이 발생하면 ▲급성 복통 ▲복부 압통 ▲오심 ▲발열 ▲오한 ▲구토 ▲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게실에 염증이 생긴 게실염 오면 반드시 치료 받아야

기존에 검진 등으로 게실증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증상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증상의 질환이 다양하므로 염증 반응 확인을 위한 혈액검사, 염증 부위 확인을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 출혈이 의심되는 경우 대변 잠혈 검사, 대장내시경 등 여러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게실염은 ‘맹장염’이라고 불리는 충수염과 증상이 비슷하다. 충수염은 명치 부분이 체한 것처럼 거북한 느낌이 먼저 찾아오고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지속하다가 오른쪽 하복부 통증으로 이어진다.

반면 게실염은 전조 증상 없이 통증이 발생한다. 통증이 가볍다면 휴식이나 구강 약물요법 정도로 충분하다. 항생제 치료만으로도 대부분은 호전된다. 하지만 중증이라면 입원을 통해 금식과 항생제 등을 정맥에 투여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내과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염증이 심해져 구멍이 발생하는 경우는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호전되지 않고 재발이 잦다면 아예 원인을 제거하는 수술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놔두면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서다.

김 과장은 “서구화된 식생활로 섬유질 섭취가 줄어들면서 변비가 발생하고 딱딱한 대변을 배출하기 위해 대장 내 압력이 높아지면 게실증이 유발되기 쉽다”고 했다. “게실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단백, 고지방, 고칼로리의 식습관을 개선하도록 하며 충분한 수분 섭취와 더불어 하루 15∼20g 정도의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섬유질이 많은 건 과일과 채소, 곡물 등이다.

또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게실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보단 적절한 운동과 금주, 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이 더 중요하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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