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들, 부끄러운 줄 알라!”
창원한마음병원 하충식 이사장 격정 토로
100억 기부하고도 아반떼 타고 다니는 종합병원장
창원한마음병원 하충식 이사장(63)은 지난해 초 부산대에 100억 원 기부를 약정했다. 부산대 동문회 역사상 최고액이다. 그는 당시 "근검 절약하며 기부하는 것"이라며 “인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써달라”고 했다. 하 이사장은 지금도 소형차 '아반떼'를 타고 다닌다.
그는 경남 일원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병원 '경영자'이기도 하다. 1994년 작은 산부인과를 열고 이듬해 창원고려병원을 인수하면서 '한마음병원'이란 이름을 처음 썼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2021년, 경남도청 인근 현재 위치에 지금 병원 문을 열었다. 24개 진료센터, 30개 진료과에 직원 1500명이 근무한다. 전국 유수 대학병원에 비해 작지 않은 1008병상 규모다.
하 이사장은 최근 학교법인(강인학원)도 설립했다. 의대와 간호대를 담기 위한 그릇이다. 창원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려 한다. 지난 28일 그 이유를 들어보려 하 이사장을 찾았다.
그는 기대와 달리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먼저 이야기했다. 특히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성모 등 이른바 빅(Big)5 병원들 얘기부터 말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빅5 병원들은 문제가 참 많습니다. 정주영, 이병철 회장의 설립 취지는 지금의 이런 병원이 아니지 않습니까? 취약 계층과 지역에 의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원래의 목표였죠. 그러다 지금은 거대하게 병실 경쟁이나 하고, 문어발식으로 재벌 흉내나 내고 하는데…. 그건 맞지 않습니다.”
"빅5 병원들, 설립 취지 맞지 않게 재벌 흉내나 내고 있다"
하 이사장은 “ 이런 행태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허물어뜨리고 있다”고도 했다.
“일반 개인병원이나 전문병원도 다 할 수 있는, 갑상선 유방암까지 자기들이 무슨 '명의'인 것처럼 하고 있어요. 그런 병들은 수술 후 생존율이 95~99%예요.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병인거죠. 그런 걸 '예약이 6개월 밀렸네, 1년이 밀렸네'고 하고, 거기다 자기가 직접 다 (진료)하지도 않고 아랫사람들 시키면서... 정말 자기들 해야 할 일은 희귀병이나 난도 높은 질환들 진료하고 교육 연구에 힘써야지, 무슨 공장 기술자도 아니고…. 그 사람들이 SCI 논문도 내지만, 실제 '피인용지수'는 얼마나 되겠어요? 그런 의사들,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의료를 그들이 망치고 있어요.”
그는 “지방에서 올라가는 환자들에게 이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는 줄 아십니까”라고 반문했다. 빅5 병원의 외래 환자 절반 이상은 지방에서 올라가는 환자들이란 말이 있다.
“어디서도 할 수 있는 걸 갖고 환자들 골병 들이고, 새벽부터 기차 타고 올라가고, 아픈 몸 이끌고 또 올라가고…. 그 죄를 다 어떻게 할 겁니까? '환자분 사시는 곳, 거기서도 다 할 수 있는 겁니다. 올라오지 마시고, 내려가세요'라 해야 해요. 그렇게 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겁니다.”
하 이사장은 빅5를 비롯한 전국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로봇 수술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사실 로봇이 꼭 필요한 수술은 해야죠. 하지만 유방, 갑상선, 산부인과 수술까지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수술 시간도 더 걸리고, 온갖 추가 준비 때문에 불편할 때도 많아요. 왜 이러고 있나 싶지요. 우리 병원도 로봇 수술을 하지만 사실 부끄러워요. 환자들이 우릴 바보라 볼 테니 안 할 수도 없고…. 미친 짓인 거죠. 빅5 병원들부터 그런 식으로 쇼(Show) 같은 것 하지 말아야 해요. 의료의 본질로 돌아가야죠.”
로봇수술기는 현재 빅5 병원을 비롯해 전국에 400대 이상 도입돼 있다. 다빈치 등 로봇수술기 대당 구매가격이 20억~25억 원, 거기에 매년 감가상각비, 재료비, 유지비 등으로 대당 10억 원씩 추가로 돈이 든다. 여기 들어가는 돈만 매년 4000억 원이 넘는다.
하 이사장은 이런 것들이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계속 외형과 매출 경쟁하면 결국은 환자들, 보호자들 호주머니 털어야 해요. 보험 재정 적자 주범이기도 하고요.”
그는 특히 우리나라 의료시장 왜곡의 핵심 원인은 바로 의사 수 부족 문제와 수도권-지역 의료 격차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일부 필수 진료과는 (연봉도 아닌) 한 달에 4000만~5000만 원씩 줘도 의사를 못 구해요. 최근 들어선 다른 진료과도 비슷합니다. 수도권 병원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아요. 지금 정말 심각해요.”
지방은 더 하다 했다.
“연봉을 3억~4억원 씩 준다고 해도 지방 의료원들은 의사를 못 구하고 있지 않아요? 이게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증거 아닙니까? 우리는 2001년 전국 의대 정원을 3300명에서 3051명으로 250명 정도 줄였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누적 감소 인원만 (23년간) 약 6000명이에요. 국민소득이 늘고 건강수명이 증가하면 의료 수요가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지….”
인구 340만명 경남엔 의대 1곳, 입학 정원 76명 뿐..."전국 최하위"
이후 전국 의대(40곳)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하 이사장은 이어 “경남과 창원은 의료 환경, 교육 환경이 전국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인구 154만 강원도에 의대가 4개 있어요. 입학 정원은 267명이나 됩니다. 인구 180만 전북에도 2개 의대에 235이나 되죠. 그러나 인구가 훨씬 더 많은 경남(340만 명)엔 의대 1개에 76명 밖에 없습니다. 의료 격차도 문제지만, 이곳 사람들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예요.”
그는 의대 정원 문제의 핵심은 흔히 말하는 '증원'(增員)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대 정원을 줄인 것은 정부의 꼼수입니다. 정확한 근거도 없어요. 그 이후에라도 바로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그 사이 독일은 의대 정원을 5000명이나 늘렸어요. 그것도 박수 받으며…. 이제라도 우리는 의대 정원을 '복원'(復元)부터 해야 해요.”
일본도 최근 의대 정원을 1700명 이상 늘렸다. 초고령화가 심해질수록 의료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 우리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추산해보니 2010~18년 평균 진료량을 그대로 유지한다 쳐도 2035년이면 9654명, 많게는 1만4631명까지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나왔다.
하 이사장은 특히 "의대 정원은 의사협회와 논의할 대상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잘못된 정책이었던 만큼 정부 의지만으로도 그건 가능해요. 지난 (문재인)정부에선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 명을 늘리려 했는데, 이번 (윤석열)정부는 왜 못합니까? 게다가 지금 당장 의대 정원을 복원해도 (신입생이) 의사(전문의)가 되기까지 또 15년 남짓 걸립니다. 여유 부릴 때가 아니죠. 올해는 몰라도 내년까지는 결론을 내야 해요.”
그의 집무실엔 '인술제세'(仁術濟世)란 액자가 걸려 있다. 인술이 세상을 구한다는 얘기다. '인술보국'(仁術報國)이란 얘기도 자주 한다. 의술로 나라에 보답하겠다는 의지다.
“실력 있고, 가슴 따뜻한 의사를 길러낼 겁니다. 의대는 전국 어디에 있든 교육시스템은 다 비슷비슷해요. 단지 철학이 문제죠. 우린 성적도 보겠지만, 적성검사와 1, 2차 심층 면접을 더 볼 겁니다. 면접 비중을 확 높이는 거죠. 멘탈 강하고, 가슴 따뜻한, 그리고 계속 노력할 학생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요.”
키워 놓아도 수도권으로 자꾸 빠져나가는 '의사 엑소더스'도 문제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일단 지역할당제가 있으니 경남, 창원 학생들에게 더 기회가 돌아가죠? 또 학비 부족한 학생들에겐 전액 장학금 줘서 나중에 전문의 따고는 지역에서 3년간 의무 봉직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다음엔 어디로 가든 자유고요. 그래도 지역에 남을 친구들은 지역에 남아요. 수도권으로 다 넘어갈 것이라 미리 걱정할 필요가 있습니까?”
20여년만에 병원 급성장...“가슴 따뜻한 의사들 키워내겠다"
여러 지방 의대엔 '부실 운영'이란 딱지가 씌어져 있다. 하지만 이는 의료 격차 문제도 있지만, 병원 경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병원엔 김명환(소화기내과), 주종우(외과) 선생 같은 세계적 명의들이 있습니다. 웬만한 대학병원들도 못하는 간이식 수술도 최근 성공했어요. 이들 덕분에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옵니다. 왜 지방이라고 다들 안 된다고만 하십니까? 우리나라 의료 격차를 줄여줄,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잖아요.”
그는 이런 성공 사례와 에너지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2000~3000병상 규모로 병원을 더 키우겠다고 한다. '세계적 수준의 아시아 의료 허브'를 지향하는 만큼, 대한민국 어디든 제2, 제3의 한마음병원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 이사장은 경남 함양에서 자라 진주고, 조선대 의대를 나왔다. 이후 부산대 의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그동안 사회 공헌 활동에도 매진해 국민포장(2011), 국민훈장 동백장(2019)을 받았다.
“우리 병원 의사들 보고 '공포의 외인구단'이라고 해요. 출신 학교보다는 실력 중심으로 의사를 뽑기 때문이죠. 그걸 보면 역량 있는 병원과 의사는 고교 성적이나 출신 학교가 아니라 부단한 '노력'이 만듭니다. 우리 병원은 그럴 수 있는 인재들을 계속 뽑을 거고요.”
간호사인성이나 잘가르쳐라 특히 62병동 그리고 병원전체 직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