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왜 재판에서 의사를 이기기 힘들까?
[유희은 의료소송 ABC]
“의료소송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있다. 실제 현실도 그렇다. 비(非)전문가인 환자, 보호자가 소송 과정에서 전문가(의사 또는 병원)의 과실과 그로 인한 손해까지 모두 밝혀내야(‘입증책임’)한다는 점에서 승소하기는 정말 어렵다.
2017년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집단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병원 신생아실 감염(시트로박터프룬디균)에 따른 패혈증으로 신생아 4명이 한꺼번에 죽어버린 것.
이후 5년여를 끌며 대법원에까지 간 소송에서 의료진은 모두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사고 당일 신생아들에게 투여된 영양제(스모프리비드)가 세균에 오염됐고, 영양제 오염이 의료진 과실[분주(分注) 지연)] 때문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즉, 의료진 잘못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아기 4명이 병원에서 한꺼번에 죽었는데, 이를 책임져야 할 의사들이 무죄라니….”
여기서 일반인들 ‘상식’과 법정 ‘소송’ 사이의 차이가 드러난다. 치료 결과가 나쁘더라도 의료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사가 신은 아니니까. 이를 “불가항력적인” 결과라 한다.
다른 사례도 찾아보자. 배우 신동욱이 13년째 앓고 있다는 희귀병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제1형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꼭 수술 중 신경 손상과 같은 과실이 없어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다음으로는 병원 내 감염이 있다. 병원 전체를 항상 멸균상태로 유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 몸에 늘 있는 상재균이나, 공기 중 세균에 의한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병원 입원 환자가 알 수 없는 경로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산부인과에서 임산부 사망의 큰 비율을 차지하는 ‘양수색전증’도 비슷하다. 무려 85%가 목숨을 잃는다. 예방이나 예측도 불가능하다. 다만, 이렇다면 국가에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라고 봐서 일정한 보상을 해준다.
의사는 수술하기 전에 환자에 여러 합병증을 사전에 설명하고, 수술동의서를 받는다. 환자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의료행위에 동의한 것이다. 따라서 동의서에 있는 합병증이 발생했다면, 의사에게 그 책임을 묻기 어렵다.
물론 합병증을 겪는 당사자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억울하다. 하지만 법정에서의 의료소송은 그와는 다른, 별개의 법률 논리가 작동한다. 그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