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도 늙는다
[김상완의 골다공증 레시피]
최근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Osteoporosis)이란 소견을 들은 55세 여성 환자가 찾아왔다. 2년 전 폐경이 온데다 이번엔 그런 소견까지 나왔다며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저도 이젠 여성호르몬을 먹어야 하나요?”
당연한 말이지만 나이 들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듯 뼈도 늙는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퇴행성 질환이다. 특히 여성은 폐경을 경험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뼈가 더 빨리 늙는다.
하지만 사람마다 뼈 노화 속도는 다르다.
첫째는 타고난 유전적인 배경이다. 어떤 사람은 뼈를 튼튼하게 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들은 골량(骨量)이 감소해도 젊을 때부터 골량이 워낙 좋았기에 건강한 뼈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둘째는 성호르몬. 이는 골량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런데 노화는 성호르몬 배출량을 줄이기에 그에 따라 골량도 줄어든다. 무월경 상태가 오래됐거나 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아온 경우라면 골량이 줄어드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실제 여성이 나이가 들면서 난소가 노화돼 기능이 떨어지면 배란 및 여성호르몬 생산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데 이를 '폐경'이라 한다. 임상적으로는 무월경이 1년 이상 지속할 때 폐경이라고 하고 마지막 생리 후 폐경까지의 1년을 '폐경 이행기'라 한다.
그런데 여성호르몬 감소는 폐경 이행기 전부터 발생한다. 그에 따라 골량도 함께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폐경 이전이라도 40대 중반 이후에는 뼈 건강에 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
-골다공증 부르는 주범은 노화…유전, 성호르몬도 작용
셋째는 영양과 생활 습관이다. 뼈는 칼슘과 인, 그리고 많은 종류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뼈는 특히 '칼슘의 저장고' 역할을 하면서 우리 몸에 필요한 칼슘을 끊임없이 공급한다.
그런데 혈액 속에 칼슘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은 즉각 뼛속에 있던 칼슘을 끄집어내 그 농도를 맞추려 한다. 사람 외에 다른 척추동물들에서도 똑같다. 혈액 속 칼슘 농도는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뼈에서 칼슘을 가져오는 일이 빈번해질수록 뼈는 자꾸 약해진다. 그 결과, “뼛속에 구멍이 많이 생기게”(골다공·骨多孔) 되는 것이다. 집 기둥이 부실하면 집이 쉽게 무너지듯 골다공증이 있는 뼈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 있다.
나이 들면 신장 기능도 조금씩 떨어진다. 그러면 신장에서 비타민D가 잘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비타민D는 음식에 포함된 칼슘을 장에서 흡수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비타민D가 부족하면 장에서 칼슘이 잘 흡수되지 못한다. 그러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간다.
그 외에도 운동 부족은 근육량을 줄어들게 할 뿐 아니라 근육이 붙어있는 뼈도 약하게 한다. 뼈에 적절한 하중이 전달되지 않으면 역시 뼈에서 칼슘이 또 빠져나간다.
따라서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꾸준한 근력 운동은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그 환자에게도 똑같이 얘기했다. 얼굴 홍조나 식은땀, 불면증 등 폐경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여성 호르몬제까진 굳이 먹을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다만, 골다공증 약물치료는 이제 시작할 타이밍이라 권했다. “영양 관리와 운동, 거기에 꾸준히 치료까지 받는다면 골밀도를 다시 높일 수도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