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신약’에 울다.. 10억 vs 100만원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것인데 내 건강보험료 인상에 찬성합니다.”

“부정수급부터 막아야 합니다. 건강보험이 새는 것을 줄이면 환자를 더 도울 수 있어요.”

“선거 때마다 퍼주기 공약만 안 해도 (건강보험으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4월 26일자 ‘말기 암환자의 눈물.. 5억 vs 100만원’ 기사에 많은 독자들이 메시지를 남겼다. 5억원에 육박하는 치료제에 고민하던 암 환자가 건강보험 덕분에 100만원에 투약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전에는 “집이라도 팔아서 약값을 대겠다”는 자녀와 “가족들을 거리로 나 앉게 할 순 없다”는 부모 환자가 ‘눈물의 실랑이’를 했다는 얘기다.

많은 독자들이 ‘나도, 내 가족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소수의 환자들을 위한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장기적으로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내 보험료가 사용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메시지가 꽤 있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다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살아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지난해 8월 일반인 10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혁신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건강보험료가 소폭 올라도 괜찮냐는 질문에 56%가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경증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을 일부 축소하고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늘리는 것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도 동의(42%)가 반대(32%)보다 많았다.

부모들은 아이가 유전성 질환에 걸리면 먼저 “내 탓”이라며 괴로워한다. 아이 볼 낯이 없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발병 원인은 복합적이다. 부모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두 번째는 엄청난 약값에 또 다시 좌절한다. 약만 투약하면 아이를 살릴 순 있지만 건강보험 지원 없이는 엄두를 못 낸다. 효과 좋은 약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눈물만 흘린다.

‘유전성 망막 질환’으로 실명 단계에 놓인 환자에게 효과를 내는 신약 ‘럭스터나’의 약값은 10억원이다. 주사 한 번으로 돌연변이를 바로잡는 유전자 치료제다. 하지만 엄청난 약값 때문에 환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는 10억 약값을 환자가 모두 지불해야 한다. 건강보험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산층 가정이라도 집을 팔아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거액이다.

최근 희소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거나 말기 암을 완치하는 혁신 신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효과가 좋아 죽음만 기다리던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기적의 치료제’다. 하지만 오히려 환자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희망 고문’이나 다름없는 경우도 많다. 부모의 무능력으로 아이가 병상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더해진다. ‘부자 아빠’는 아이를 다시 뛰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신약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연구·개발비로 수천억 원이 들어간 데다 치료 대상이 소수여서 약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한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사용을 허가받은 희소질환 치료 신약은 102개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 적용이 된 것은 57개다. 나머지 신약은 초고가 그대로여서 환자 가족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과정은 험난하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약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저 바라만보다 사망하는 환자가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월 의미 있는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냈다.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해서는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동시에 심사·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식약처 허가 후에도 환자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임시 약값’으로 우선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했다.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건강보험 ‘신속 등재’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일단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이 약을 써보고 그 결과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10억원 약을 100만원에 투약할 순 없을까? 비싼 신약들의 급여화(건강보험 적용)가 많아지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된다. 국민들에게도 부담을 지우는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지혜를 갖고 있었다. 내 보험료가 올라도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살리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물론 일부 독자들의 견해이지만 ‘이웃 사랑’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이 줄줄이 새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선거 때마다 정치와 영합한 일부 의료인들의 발호도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비싼 신약에 애태우는 환자들보다 이른바 전문가가 건강보험 재정을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과 연금은 서민들의 건강한 노후를 위한 버팀목이다. 선거 때 표만 바라보는 인기 영합 정책은 국민들의 노후를 뒤흔들 수 있다.

“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내 건강보험료 인상에 찬성합니다.” 일부 독자이지만 우리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자칭 ‘전문가’보다 힘겹게 사는 일반 서민들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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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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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 2022-05-17 13:11:45 삭제

      저런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의료보험으로 의료쇼핑을 하고 부정수급을 저지르는 부도덕한 의사와 병원들을 싸그리 찾아서 다시는 의료계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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