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영화 ‘엄복동’, 흥행참패보다 평판이 더 문제

[바이오 워치]

[사진=셀트리온]

종합생명공학 기업 셀트리온이 직접 제작한 영화로 화제를 모은 ‘자전차왕 엄복동’이 흥행참패를 기록하며 퇴장하고 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지난 12일 37개 상영관에서 43번 상영돼 고작 202명의 관객을 모았다. 누적관객수는 16만 9658 명에 불과하다(13일 영진위 입장권 통합전산망).  14일 VOD 출시가 예고돼 사실상 상영관에서 사라지는 형국이다.

이 영화는 마케팅비 등을 포함해 총 제작비가 150억여 원으로 알려져 극장 손익분기점 300만여 명에 한참 미달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역대급’ 손해를 본 영화 중의 하나라는 달갑지않은 꼬리표도 붙게 됐다.

반면에 다른 국산영화인 ‘극한직업'(1620만 1264명), ‘증인'(247만 8596명), ‘사바하'(236만 1120명) 등은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극한직업’은 매출액이 1392억여 원으로 제작비(95억 원)의 약 15배에 이르고 있다. 이미 투자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울리고 있지만 지금도 ‘빅3’ 영화여서 매출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웃음만 보여주자”는 단순한 포맷 아래 디테일에 집중한 게 투자 대비 역대급 흥행을 이뤄냈다.

‘극한직업’이 1600만 영화급이 되느냐는 논란이 지금도 있지만, 일단 관객들이 보고난 후 ‘후회는 안 한다’는 게 중요하다. 관객이 한 장의 극장 티켓 비용조차 아깝다고 느낄 정도면 민폐도 보통 민폐가 아니다. 제작사의 이미지도 추락할 수 있다. 제작사 이름을 기억할 정도의 영화팬이라면 후속작 관람이 망설여질 수가 있다.

그런 면에서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참패는 뼈아프다. 관객수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평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의 완성도나 감독, 극본의 문제를 비롯해 제작 총괄에 허점이 많았다는 비판이다. 영화 개봉 직전 실존인물인 엄복동이 과거 자전거를 훔쳤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합생명공학 기업을 표방하는 셀트리온의 대외 이미지에도 생채기가 난 게 사실이다. 당연히 셀트리온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흥행이 문제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셀트리온 작품답지 않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작품만 좋은 평가를 받으면 흥행이 부진해도 격려할 수 있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의심받으면 그룹 전체의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셀트리온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다. 영화를 홍보할 때 ‘셀트리온’이 크게 부각됐다. ‘믿고 보는’ 셀트리온 영화라고나 할까. 하지만 영화를 관람한 후 ‘배신감’마저 토로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한 소액주주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본업인 바이오시밀러에서 쌓아올린 글로벌 이미지를 영화 한 편으로 까먹는다”는 글을 남겼을 정도다.

소액주주 A씨는 “굳이 또 영화를 만든다면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제작하길 기대한다”면서 “섣부른 흥행보다는 셀트리온의 글로벌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 작품에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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