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물질 고혈압약-리베이트 사태, 닮았다

최근 제약 업계 분위기는 쑥대밭이다. 뜻하지 않게 발암 물질 고혈압약 사태가 발생하면서 수십 수백 개 제약사가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가 하면 고질적인 불법 리베이트 사태도 연이어 발생하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발암 물질 고혈압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일한 대응으로 사태를 더 키웠다는 지적과 별도로 해당 약을 제조 판매한 제약사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리베이트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 모두가 나서 불법 리베이트 자정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불법 리베이트는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고, 최근에는 한 제약사 영업사원의 양심고백까지 기사화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사뭇 달라보이는 발암 물질 고혈압약 사태와 불법 리베이트 사태가 하나의 공통 분모로 엮여 있다는 것이다. 업계와 의료계는 이들 사태가 모두 복제약(제네릭)으로 인해 발생한 사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혈압약 사태, “복제약 우대 정책 때문”

최근 발암 가능 물질 함유 가능성으로 인해 해당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약 115개 품목이 판매 정지됐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복제약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확하게는 복제약을 우대하는 보건복지부의 정책을 꼬집은 것.

바른의료연구소는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사태에 대해 “식약처의 무능과 보건복지부의 복제약 우대 정책이 기인한 바가 크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복제약 약가를 원가보다 훨씬 높고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약보다 더 높은 약가를 책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번에 문제가 된 발사르탄 함유 복제약 약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발사르탄80밀리그램, 160밀리그램, 발사르탄/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80/12.5밀리그램, 160/12.5밀리그램, 암로디핀/발사르탄5/80밀리그램, 5/160밀리그램, 10/160밀리그램 등 모든 제제에서 이번에 판매 정지된 의약품 가격이 거의 대부분 오리지널약보다 높았다.

오스틴제약, 구주제약, 아주약품, 하나제약의 발사르탄 고혈압약(80밀리그램)은 525원이었지만 오리지널인 한국노바티스의 디오반은 520원에 불과했다. 오리지널약보다 싼 약은 각 제제 당 2~6 품목에 지나지 않았다.

햔재 중국 원료 의약품 판매 사이트에서는 발사르탄 원료 1킬로그램을 90~24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만약 발사르탄 원료 1킬로그램을 200달러에 구입해 발사르탄 80밀리그램을 제조한다면, 1킬로그램으로 1만2500개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 현재 발사르탄80밀리그램 완제품 약가가 525원인 걸 고려하면 발사르탄 원료 1킬로그램 가격인 22만4600원으로 무려 30배에 달하는 656만2500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게 바른의료연구소 설명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는 발사르탄80밀리그램 완제품 중 원료 의약품이 차지하는 1정당 원가는 18원에 불과함을 의미한다”며 “환자들이 복용할 수 있는 제형으로 만드는 비용이 조금 더 들긴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제약사들은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법 리베이트 원인은 ‘복제약’

지난 11일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를 통해 한 제약사 영업직원의 내부 폭로가 터져나왔다. 리베이트에 관한 내용이었다.

의약품 도매상에 의약품을 정상가의 30~35% 할인된 금액으로 공급하고, 해당 도매상이 이를 다른 도매상에 팔아 마진을 남긴다는 것. 이렇게 남긴 마진은 병원 의료진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했다고 고백했다. 도매상을 이용한 전형적인 리베이트 수법이었다.

최근 제약사 영업사원이 의사 대신 예비군 훈련에 출석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의사가 영업사원에게 대신 예비군 훈련 참석을 강요했고 영업사원은 어쩔수 없이 예비군 훈련에 대신 참석했다. 해당 의사가 있는 병원이 거래처였던 제약사 영업사원 처지에서는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업계 추측이다.

이렇게 불법 리베이트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근본적인 원인이 복제약에 기반한 한국 제약 산업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경우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 제약사가 복제약을 만들어 팔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발암 물질 고혈압약도 오리지널인 노바티스의 디오반을 복제한 의약품이다.

수백 개의 복제약은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처방권을 가지고 있는 병원 의료진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제약 산업이 규모가 작다보니 생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한약사회도 발암 물질 고혈압약 사태에 대해 “리베이트에 만취된 의사의 싸구려 약 처방 행태로 인해 문제가 커진 것”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선 병원에서는 오리지널 디오반보다 비싼 복제약을 환자들에게 처방했다. 효과는 동등한데 굳이 비싼 약을 환자에게 처방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일까. 약사회는 이런 행태를 불법 리베이트로 인한 처방이라고 본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불법 리베이트 문제는 제약 산업 규모의 문제이자 구조의 문제”라며 “당장 근절은 어렵겠지만 이런 부분이 변화한다면 복제약으로 인한 불법 리베이트가 아닌 연구 개발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제약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Tibor Duris/Shutterstock]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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