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약’ 찾아 삼천리, ‘입랜스 난민’을 아십니까?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비급여 고가 항암제 입랜스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약국을 찾아 전국을 헤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입랜스 난민’이다.

전이성 유방암 말기 환자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떠오른 화이자제약의 입랜스. 하지만 한 알에 21만 원, 한 달 기준 500~550만 원이라는 고가의 가격은 대다수 환자에게 언감생심이다. 환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국민건강보험 급여화마저 수포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입랜스 처방을 받고 싶어도 돈이 없어 처방받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나마 입랜스를 처방받은 환자도 조금이라도 싼 값에 입랜스를 구매하고자 싸게 파는 약국을 전전하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마치 곤경에 빠져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난민처럼 스스로 저렴한 약을 구하기 위해 약국을 찾아 헤매는 ‘입랜스 난민’을 자처하게 된 것.

사실 환자들이 약국에서 입랜스를 구매하는 가격은 화이자가 책정한 한 알 21만 원보다 3~4만 원 더 비싼 24~25만 원에 이른다. 약국으로 입랜스가 입고되는 과정에서 도매상 등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방암 환자는 소통 공간인 인터넷 카페에는 서로 약국에서 파는 입랜스의 가격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한 전이성 유방암 말기 환자는 한 종합병원에서 입랜스 처방을 받고 나서, 처방전을 가지고 근처 원외 약국에서 입랜스를 구매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약국에서 수십만 원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환불 후 그 약국을 찾아 입랜스를 구입했다. 가격 차이는 무려 25만 원이었다.

이 정도는 약과다. 다수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와 그 가족은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입랜스를 구하고자 지방 약국까지 찾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다수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저렴하다고 알려진 약국을 찾아 지방까지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마저도 힘들게 찾아간 약국에 입랜스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환자나 보호자는 입랜스가 들어오는 날까지 약국 근처에서 하루 이틀 숙박까지 하며 입랜스가 입고되기를 기다렸다가 사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비급여 의약품은 실거래가 상한제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약값이 정해져 있지 않다. 때문에 약국마다 다른 유통 구조, 약국 자체의 가격 정책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한 달에 수백 만 원에 이르는 입랜스의 경우 워낙 고가이다 보니 약간의 차이라도 다른 약보다 차이가 크게 나타나게 된다”며 “그러다보니 수십 만 원이 차이나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싼 약국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자들이 약값 부담으로 약국을 여기저기 전전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지금이라도 화이자제약이 환자들 편에 서서 영국과 같은 무상 제공을 하거나 가격 인하 등의 정책을 펴서 환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출처=Rido/shutterstock]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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