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치료중단 해줘요” 고민 깊은 교수들

법원 존엄사 인정 판결 후 비공식 "연명치료 중단" 요구 잇달아

존엄사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 이후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세브란스병원의 예처럼 공식적인 연명치료 중단 요구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도 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대학병원에는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5명 이상의 환자가 산소호급기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 중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세브란스병원도 총 2명의 환자가 연명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법안 판결 이후 공식적인 연명치료 중단 요구가 예상되는 데다 교수 개인에게

치료를 중단을 요청하는 보호자가 많다는 전언이다.

서울대병원과 강남성모병원·고려대의료원 등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은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으나, 보호자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국립암센터와 계명대 동산의료원 등 암전문 의료기관과 지방 대학병원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치료 중단 요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선 교수들은 법원이 환자가 고령이면서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점을 고려해 보호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1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사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말기 암인 고령의 환자가 폐결핵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점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최근의 존엄사 논란이 경제적 이유와 무관치 않다는 점도 주목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세브란스병원은 항소할 방침이다.

존엄사가 수면위로 등장하고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환자와 보호자,

또 다른 주체인 대학병원 교수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셈이다.

강남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홍영선 교수(아·태완화의료학회 이사장)는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경제적 이유와 무관하게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의학적으로

극히 희박했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범주에 어긋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

존엄사가 소극적 안락사와 혼동돼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최일선에

있는 의료인은 양심적 판단 외에도 병원 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안전장치를 이용해야 한다"며 존엄사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홍영선 교수는 "현재 보호자로부터 연명치료 중단 요구가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존엄사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라며 "의학, 사회적 모든 케어를 동원하고도

치료 가능성이 희박한 소수 환자에게 적용돼야 한다. 물론 호스피스에 관한 토대가

선행돼야 한다"며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의료인의 역할은 모든 의학적 치료를 병행한 이후에도 환자의 상태가 매우 악화될

때에만 엄격한 과정을 거쳐 존엄사에 의견을 내는 소극적 찬성론의 입장이다.

건국대병원 외과 백남선 교수는 "사실 연명치료로 인한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에 수반하는 경제적인 고통도 큰 문제"라며 "여러

선진국과 미국 대다수 주에서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다. 존엄사를 대하는 의료인은

보호자와 종교인 등과 많은 논의를 거쳐 의학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앞으로 연명치료

중단 요구를 접하는 의사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한 교수는 "암을 다루는 의사라면 연명치료 중단

요구를 여러차례 받았을 것이다. 판결 이후 같은 상황인 보호자의 50% 이상이 치료

중단을 요구한다는 말도 돈다"며 "판결 이후 동일한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 실상 치료 중단 요구는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다만 의료인이 의학적 판단이 매우 중요하더라도 보호자와 함께 (현실적으로)또

다른 주체인 종교인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엄사 판단에 의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호스피스 및 의료보장성

등 사회 안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적인 여건이 미비한 상태에서의

논의는 섣부름 감이 많다는 신중론이기도 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최윤선 교수(한국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기획이사)는 "존엄사를 판단하는 기준은 환자의 소생가능성과 여명, 사전에

환자가 동의했는지를 묻는 사전의료지시서 등이 필수적이면서도 기본"이라며

"그러나 치료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다. 1달 전과 2주 후에

환자의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반복적인 의사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윤선 교수는 "아픈 환자에게 물어보면 태반이 생명연장에 회의적이다.

그러나 그 입장은 유동성이 크다"며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의학적 케어를

선행하고서 여러 차례 환자와 보호자의 의사를 확인하며, 환자의 입장을 법적으로

대리할 법적대리인 제도의 완벽한 시행이 존재할 때 논의가 가능하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보호자의 치료중단 요구를 받을 때 난감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하지만 의사의 전문적 지식에 앞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고통이다. 무엇보다

의학적·사회적 뒷받침이 완벽히 이뤄진 이후에나 존엄사를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8-12-02 12:30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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