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OECD 결핵 1위는 비타민D 부족 탓?

[전의혁의 비타민D 이야기]

지난주, 3월 24일은 제40회 세계 결핵의 날이자 제11회 결핵예방의 날이었다. 이 날은 1982년 로베르트 코호가 결핵균을 발견한지 100주년을 기념해 결핵의 심각성과 예방,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결핵 퇴치를 위한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결핵은 에이즈,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의 중점 관리 3대 감염병 중 하나이며 전 세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4명중 1명은 결핵균에 감염돼 있다.  결핵은 전 세계에서 매년 140만 명이 사망하는 등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가장 무서운 호흡기 감염병이다.

19세기 말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의 의사 겸 미생물학자 로베르트 코흐는 결핵이 결핵균 탓임을 밝혀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1921년 BCG 예방 백신과 1940년대 이후 항결핵제들이 개발되고 인류의 위생과 영양 상태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결핵은 이제 사라진 과거의 질병으로 인식돼 갔다. 하지만 결핵은 여전히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재 진행형 질병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결핵 후진국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회원국 가운데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 모두 1위다. 특히 결핵 발생률은 OECD 가입 이래 25년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아직도 하루 평균 65명 이상이 결핵 환자로 새롭게 진단받고, 5명이 목숨을 잃는 무서운 질병으로 어느 누구도 결핵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핵은 폐를 비롯한 장기가 결핵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그런데 이렇게 결핵에 감염됐다 해도 모두 결핵환자는 아니며, 90%의 감염자는 잠복결핵에 해당된다. 잠복결핵의 위험성은 평소에는 전혀 문제가 없더라도 면역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결핵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통계상 잠복결핵 감염자에서 환자가 되는 비율은 약 10% 정도로, 이 가운데 50%는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는 평생 중 언제든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결핵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핵에 대한 고전치료는 햇빛 쬐기였다. 햇빛 치료의 비밀은 자외선B를 통하여 우리 피부에서 만들어지는 비타민D의 면역기능에 있다. 결론적으로 비타민D 혈중농도가 부족∙결핍되지 않아야 결핵을 예방∙치유하는 면역력이 충분해진다는 것이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2008년 7월부터 2013년 1월까지 18세 이하의 소아청소년 996명을 대상으로 결핵 발병 상태와 비타민 D 혈중 농도를 분석한 결과가 2014년 《BMC 감염병 저널》에 발표됐다. 일반적으로 소아청소년의 결핵은 활동결핵 보다 잠복결핵이 3.2배나 더 많지만, 비타민 D 혈중 농도가 20ng/mL 이하이면 오히려 활동 결핵이 잠복 결핵보다 2.9 배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참고로 우라나라 소아청소년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16ng/ml이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배종면 교수팀은 고등학생의 잠복성 결핵이 활동성으로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비타민D 보충제를 적극 투여케 해야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2018년 《역학과 건강(Epidemiology and Health)》에 주장하기도 하였다.

미국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2011-2012)의 결핵 보균자와 비타민D 수치를 연구한 결과, 비타민D 수치가 낮을수록 (잠복)결핵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2019년 《감염과 약물 내성》지에 발표되었다. 비타민D 수치 30ng/ml를 기준으로 20~29ng/ml는 39%, 12~19ng/ml는 75% 그리고 12ng/ml 이하는 127%나 위험이 높아진다.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16.1ng/ml이다. 왜 OECD 결핵 발생률 1위 국가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표준 항결핵 치료에 있어서도 비타민D는 효과를 발휘한다.

폐 결핵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표준 항결핵제 요법만을 8주간 실시한 군과 비타민D 고 단위 요법을 병용시킨 군과 비교 분석한 결과 객담의 결핵균 제거 기간이 비타민D 병용군에서 50%이상 단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2년 미국 과학아카데미학술지(PNAS)를 통해 발표된 영국 국립 결핵 연구소, 런던의대 와 임페리얼의대 등 10개 연구 기관의 협동 연구 결과이다.

항결핵제와 비타민D를 병용하면 항결핵제 만을 복용한 환자에 비해 객담의 제균 속도가 2배 이상 빨리 가속화된다는 사실과 함께 결핵 병태 개선을 확인하는 21 가지 항목 모두에서 비타민D 병용 군이 가속도적으로 빠르게 개선되었다. 또한 8주 동안 비타민 D 병용군은 증상 악화율도 항결핵제만 복용한 군에 비해 50% 이하였다.

비타민D는 결핵 재발율도 줄여준다.

비타민D 수치가 충분하면 결핵 환자가 다 나은 뒤 또 다시 결핵에 재발하는 재발률도 66%나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미국 코넬 의대 연구팀이 2013년 영국 의사회가 발행하는 《브리티스 저널 오브 메디신(BMJ)에 발표했다. 비타민D 혈중 농도가 30ng/mL 이하인 사람은 30ng/ml 이상인 사람에 비해 결핵 재발율이 1.66배나 더 많다는 것이다.

비타민D는 폐의 면역 사령부에 해당하는 마크로파지에 존재하는 비타민D 수용체(VDR)를 활성화시켜 마크로파지 안에서 생리적 항생 물질 카텔리시딘(Cathelicidin)과 디펜신(Defensin)을 만들어내 결핵 균을 포식소체(Phagosome)에 집결시켜 살균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생리학이다. 특히 내재적 면역 기능을 증가시켜 급성 감염 증을 예방 치료한다는 사실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18년 9월 UN 총회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결핵 유해 조기 종식을 결의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결핵 없는 사회, 건강한 국가를 비전으로 2030년 결핵 퇴치 달성을 추진하며 여러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올해부터 국가건강검진에서 결핵이 의심되면 결핵 진단을 위해 필요한 추가 검사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매년 실시하는 국민 건강검진 혈액검사 항목에 비타민D 수치 검사를 포함만 하더라도 결핵 퇴치 예산의 상당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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