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비타민D 꼭 복용해야 할 까닭

[전의혁의 비타민D 이야기] ⑯여성의 호르몬과 비타민D

태아기의 영양상태가 성인기 건강과 만성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임산부인 어머니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없는 환경에서 영양이 부족하게 공급될 때 태아는 한정된 영양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생존에 가장 효과적인지 선택해야 한다.

우선 뇌와 같이 필수적인 기관에 영양분을 사용하고, 당장의 생존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췌장과 같은 기관을 발달시키는 데에는 영양분을 적게 사용한다. 설사 그 선택이 훗날 당뇨병을 유발해 수명을 단축시킨다 해도 지금의 생존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태아기의 영양 결핍이 성인이 된 후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을 ‘절약 형질(Thrifty phenotype) 가설’, 또는 이 분야 학문에 큰 기여를 한 데이비드 바커(David Barker) 박사의 이름을 따 ‘바커 가설(Barker’s hypothesis)’이라고 부른다.

엄마는 뱃속 아기가 평생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임산부가 꼭 챙겨 먹어야 할 영양제로 꼽히는 것은 엽산, 철분, 칼슘, 유산균, 오메가 3, 그리고 비타민D이다.

그 중 엽산과 비타민D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기능성을 인정한 ‘유이한 비타민’이자, 영국의학저널(BMJ)이 임산부가 꼭 복용해야 한다고 선정한 비타민이다. 임신 기간 중 엽산이 부족하면 무뇌아, 이분척추 등과 같은 선천성 기형이 발생할 수 있고, 비타민D가 부족하면 구루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D는 뱃속 아기뿐 아니라 엄마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여성에게서 꼭 필요한 영양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요로감염증(Urinary tract infection)=2015년 터키 아디야만의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비타민D 혈중 농도가 20ng/mL 이하인 여성은 요로 감염증에 걸릴 위험이 3.5배나 높으며, 농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심한 요로 감염증에 걸린다. 방광염이나 요도염 같은 경증 하부 요로 감염증과 신우신염 같은 중증 상부 요로 감염을 비교해 보았을 때 경증 감염자들의 비타민D 혈중 농도는 13.2ng/mL이었지만, 중증 감염자들의 비타민D 혈중 농도는 11.9ng/mL에 불과했다. 2015년 연세대, 이화여대, 원광대 의대 연구팀도 비타민D 결핍자 군에서 요로감염증이 월등히 많이 발생한다고 발표했고, 2018년 이집트 연합의대 의료팀 역시 비타민D 결핍은 요로감염증의 독립적 위험 요인이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임신 중에 걸리기 쉬운 요로감염증을 예방하려면 충분한 비타민D를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요로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항균요법과 함께 비타민D를 하루 4,000IU 이상 복용하여 혈중 비타민D 수치를 40~60ng/mL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갑상선질환(Thyroid gland)=갑상선은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으로, 갑상선암은 여성 암 발병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여성들을 힘들게 한다.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겨 인체대사가 과잉 활성화하는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지나치게 적어지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각각 서로 반대되는 증상을 나타내는 복잡한 질환이다.

두 반대되는 질환 모두 비타민D 결핍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타민D가 자가 항체를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데 비타민D가 부족하면 자가항체 조절에 이상이 생겨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저하증이 생긴다는 것. 2014년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은 갑상선질환자 6,685명을 분석해서 비타민D의 혈중 농도가 낮으면 자가 항체가 높아져 갑상선질환이 생긴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에 앞서 이 병원 연구진은 건강검진을 받은 2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부족한 여성들은 갑상선염을 앓을 위험도가 1.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연구결과를 서울국제내분비학술대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갑상선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를 촉진시키기 위한 비타민D의 적절한 수치 역시 40~60ng/mL으로 매일 4,000IU 이상을 복용하면 유지가능하다.

임신(pregnancy)=아기를 갖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여성의 가슴앓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체외수정도 보통 사람들의 생각하듯 쉽게 임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비타민D는 이토록 힘든 체외수정의 임신 성공률을 높여준다. 캐나다 토론토대 의대 연구진이 2013년 캐나다 의사회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비타민D 결핍(20ng/mL 이하) 여성의 성공률이 20%인 반면, 비타민D 부족(20-30ng/mL) 여성의 성공률은 20%~35%, 비타민D 정상(30ng/mL 이상) 여성의 성공률은 55%나 됐다. 비타민D는 난소에서 성호르몬이 잘 분비되도록 도와주고, 동시에 배아를 완전한 형태로 급속 증식케 한다. 또한 자궁 내막을 잘 형성해주는 HOX 유전자를 발동시켜준다. 덕분에 체외 수정을 도와주는 것이다.

월경 장애로 임신이 어려운 여성들에게 있어서도 비타민D 수치 관리는 필수이다. 201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월경 장애 여성의 75%가 비타민D 결핍이었다. 이들의 비타민D 혈중 농도를 측정했더니 평균 12ng/mL에 불과했으며, 혈중 농도가 20ng/mL 이상인 여성들에 비해 월경 장애 비교 위험도가 1.9배 더 높았다.

비타민D는 임신성 당뇨, 세균성 질증, 산후 우울증 감소 및 전자간증을 감소시키므로 건강한 임신 출산을 위한 필수 관리 요소이다. 임산부가 비타민D 혈중 농도를 40~60ng/mL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평균 4,000IU 이상의 비타민D를 복용하여야 한다.

출산(delivery, childbirth)=2014년 미국 LA 시더스 사이나이(Cedars-Sinai) 병원 연구팀은 임산부의 비타민D 혈중 농도가 낮을수록 출산 시 통증이 심하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비타민D가 결핍되었거나 부족한 임산부가 비타민D를 충분히 보충한다면 출산 시의 통증을 현저히 줄일 수 있으며, 임신 기간 중 비타민D 혈중 농도를 40~60ng/mL로 유지하면, 미숙아 출산율도 현저히 감소한다고 2017년 비타민D 전문가 단체인 그래스루츠헬스 및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 연구팀이 발표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호주 캔버라 국립 의대와 웨스턴 의대, 타스마니아 의대가 발표한 추적연구의 결과는 비타민D가 태아의 건강뿐만 아니라 이후 성장 과정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준다.

이 연구의 대상은 1989~1991년 임신 중 비타민D 결핍 상태였던 임산부들과 이들이 출산한 아이들이었는데, 성장 환경이 유사한 아이들로 그룹을 세분화한 후 20세가 되기까지 각 조직의 발달 과정에 나타난 장애를 분석했더니 비타민D 결핍이었던 임산부의 아동일수록 폐 기능과 뇌 기능, 비만 및 골격 발달에 장애를 일으키고 있음이 밝혀졌다.

임산부 중 36%는 비타민D 결핍(20ng/mL이하)이었고, 3%는 심한 결핍(10ng/mL 이하)이었는데, 비타민D 수치가 정상인 임산부의 자녀들에 비해 2배나 많은 아동들이 장애를 일으켰다. 6세경에 폐의 기능 장애 및 각종 호흡기 질환이, 10세경에 언어 장애가 두 배 이상 나타났으며, 사춘기 초에는 자폐 경향이 더욱 현저히 나타났고, 20대에는 비만 경향이 있었다. 또한 이들은 골질량이 2.7% 감소된 상태이고, 골밀도 또한 1.7% 감소된 상태였다.

반대로 임신 기간 중 비타민D 수치를 40~60ng/mL로 유지하면 신생아는 감기에 걸릴 확률이 70% 감소하였으며, 중이염 발생 확률은 60% 감소, 저체중아 감소, (성장 후) 1형 당뇨병 발병 감소, 그리고 언어 발달 능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

하나뿐인 아이의 건강한 성장 발달을 위한다면 임산부는 반드시 엽산 복용과 함께 비타민D 수치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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