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0일 (화)

입술 물집 바이러스 뇌에 들어갔더니⋯면역세포 ‘비상 방어’ 돌입

미국 연구진, 생쥐 실험서 확인⋯항바이러스 반응 면역세포 비율 0.47%→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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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아래쪽에 작은 물집이 생긴 모습. 입술 헤르페스의 주요 원인인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 1형(HSV-1)이 뇌에 침입하면 면역세포의 활동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쥐 실험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곤할 때 입술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 흔히 '입술 헤르페스'라고 부르는 이 증상의 원인 바이러스가 뇌에 들어가면 면역세포의 활동까지 바뀔 수 있다는 생쥐 실험 결과가 나왔다. 바이러스에 맞서는 방어 활동은 활발해졌지만, 평소 뇌를 보호하는 기능과 관련된 일부 유전자의 활동은 줄었다.

미국 콜로라도대 앤슈츠 의학캠퍼스와 버몬트대 공동연구진은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 1형(HSV-1)에 감염된 생쥐의 뇌에서 이러한 변화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병원체(PLOS Pathogens)》에 발표됐다.

HSV-1은 입술 주변에 물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50세 미만 인구의 약 64%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구강과 생식기 감염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 후 신경조직에 숨어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기도 한다. 드물게 뇌에 침입하면 뇌염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입술 헤르페스가 생겼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뇌까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침입하자 뇌 면역세포 방어 반응 급증

연구진은 생쥐의 코를 통해 HSV-1을 감염시킨 뒤 6일째 뇌 조직을 분석했다. 감염군과 대조군에서 각각 3마리의 뇌 조직을 합쳐 총 8188개의 세포핵을 조사했다.

그 결과, 분석한 뇌 면역세포 가운데 바이러스에 맞서는 '인터페론' 반응을 보인 미세아교세포의 비율은 대조군 0.47%(11개), 감염군 15.7%(883개)를 기록했다. 미세아교세포와 대식세포 등이 포함된 면역세포 집단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에 상주하면서 병원체를 감시하고 손상된 세포를 치우는 면역세포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세포의 방어 기능을 깨우는 신호물질이다.

감염군에서는 미세아교세포가 평소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부 유전자의 활동이 줄었다. 반면 바이러스 방어와 관련된 유전자 활동은 활발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뇌 전체가 아닌 특정 부위에 집중됐다. 연구진은 얼굴의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간의 '삼차신경 척수핵' 부위에서 바이러스 항원을 발견했다. 면역세포의 방어 반응도 이곳에서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어떤 유전자가 활발하게 작동하는지, 뇌의 어느 위치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폈다. HSV-1 감염에 따른 뇌 면역세포의 변화를 이러한 방식으로 분석한 첫 연구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티 니마이어 콜로라도대 신경과 조교수는 바이러스가 뇌에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방어 활동에 집중하면서 평소 맡던 기능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성 아직 확인 안 돼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면역세포 변화가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일부 뇌 염증 반응과 비슷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공동연구자인 킴벌리 브루스 콜로라도대 의대 부교수는 HSV-1 감염 후 나타난 면역 반응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다른 요인에 대한 반응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HSV-1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는 입증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생쥐를 감염시킨 지 6일째 한 차례만 분석했고, 두 군의 뇌 조직을 각각 합쳐 조사했다. 뇌의 위치별 면역 반응을 살핀 분석에는 조건별 한 마리씩만 사용했다.

면역세포의 변화가 감염 후에도 오래 이어지는지, 사람에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될 때 뇌 면역세포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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