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을 씻어도 찜찜해 다시 씻고, 문을 잠근 뒤에도 몇 번씩 돌아가 확인한다. 이런 강박 증상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나흘간 집중 심리치료를 했더니, 3개월 뒤 42%는 증상이 경미한 수준까지 줄었다. 반면 8주간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치료받은 환자는 13.6%만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병원 레나 옐리네크 연구팀은 성인 강박장애 환자 1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됐다.
강박장애는 원하지 않는 생각이나 불안이 자꾸 떠오르고, 이를 누그러뜨리려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신질환이다. 손 씻기나 확인 행동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심해지면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준다.
연구진은 환자 119명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60명은 노르웨이 베르겐대의 게르드 크발레와 비아르네 한센이 개발한 '베르겐 4일 치료(B4DT)'를 받았다. 나머지 59명은 8주간 인터넷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집중치료군은 치료사의 지도를 받았지만, 온라인 치료군은 전문가의 직접 지도 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훈련했다.
두려운 상황 피하지 않고 맞서는 훈련
베르겐 4일 치료는 '노출 및 반응방지(ERP)'라는 심리치료법을 집중적으로 활용한다. 환자가 두려워하는 상황을 직접 마주하되, 불안을 줄이려고 반복하던 행동은 하지 않도록 훈련하는 방법이다.
가령 오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손을 지나치게 씻는 환자라면 불안감을 견디면서 불필요한 손 씻기를 줄여간다. 두려운 상황을 피하는 대신 불안에 익숙해지는 연습이다.
환자들은 집중치료에 앞서 50분씩 두 차례 개별 상담을 받았다. 이후 나흘 연속 치료에 참여했다.
첫날에는 강박장애의 원리를 배우고 개인별 훈련 계획을 세웠다.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두려운 상황에 직접 맞서는 훈련을 반복했다. 마지막 날에는 재발을 막는 방법을 익혔으며, 치료가 끝난 뒤에도 30일간 스스로 훈련을 이어갔다.
소규모 집단으로 치료했지만, 실제 훈련에서는 치료사 한 명이 환자 한 명을 맡았다. 약 3개월 뒤에는 보강 상담도 계획했다.
3개월 뒤 증상 관해율 42.1% 대 13.6%
3개월 후 평가에 참여한 집중치료군 57명 가운데 24명(42.1%)은 강박 증상이 경미한 수준으로 줄었다. 온라인 자가치료군에서는 44명 중 6명(13.6%)만 같은 기준을 충족했다. 두 집단의 차이는 28.5%포인트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강박 증상의 심각도를 평가하는 검사에서 점수가 12점 이하로 떨어지면 '관해'로 판정했다. 관해는 증상이 충분히 가라앉은 상태를 뜻하며, 완치됐거나 재발 위험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증상이 치료 전보다 35% 이상 줄어든 환자도 집중치료군에서 더 많았다. 3개월 후 치료 반응률은 집중치료군 61.4%(35명), 온라인 자가치료군 25.0%(11명)였다.
강박 증상의 심각도를 나타내는 점수 역시 집중치료군에서 더 크게 떨어졌다. 우울 증상도 더 많이 줄었으며, 삶의 질과 일상생활 기능에서도 개선 폭이 컸다.
이번 연구는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방식이 강박장애 환자에게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나흘간의 집중치료가 일반적인 대면 심리치료보다 뛰어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비교 대상은 치료사의 직접 지도가 없는 온라인 프로그램이었으며, 두 집단 모두 기존 약물치료나 외래 심리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었다. 연구도 한 의료기관에서 진행했고, 추적관찰 기간은 3개월이었다.
연구진은 치료 효과가 오래 유지되는지, 투입하는 인력과 비용에 비해 효과가 얼마나 큰지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