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허리 통증을 앓던 71세 미국인 의사가 한국을 찾았다가 긴급 척추 수술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 도착한 직후 양쪽 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나고 발과 회음부의 감각까지 둔해지자 급히 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척추 신경 다발이 심하게 눌리는 '마미총증후군'으로 진단됐다. 다행히 국내 의료진의 신속한 판단과 수술 덕분에 그는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다.
13일 연세사랑병원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에서 내과 의사로 활동하는 영 하이롬(71)씨는 최근 지인의 결혼식 참석과 여행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평소 허리 통증으로 치료받아 온 그는 8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 후 양쪽 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여기에 감각 저하가 나타나 걷기조차 어려워졌다.
지인의 소개로 연세사랑병원을 찾았을 당시 상황은 더 심각했다. 허리 통증은 급격히 악화돼 양쪽 다리로 뻗쳤고 발뿐 아니라 회음부의 감각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의료진은 즉시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허리뼈 3~5번 부위에서 심한 척추관협착증이 확인됐다.
연세사랑병원 척추센터 김성철 원장은 "단순한 척추관협착증이 아니라 마미총증후군이 동반된 상태로, 응급수술이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허리 통증·다리 마비·회음부 감각 저하⋯응급 신호 3가지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안에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걸을 때 다리가 아프거나 저려 자주 쉬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신경 압박이 심해지면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척추 아래쪽에는 여러 신경이 말의 꼬리처럼 모여 있는 '마미총'이라는 신경 다발이 있다. 이 신경이 심하게 눌려 다리의 운동·감각 기능이나 배뇨·배변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 마미총증후군이다.
따라서 마미총증후군은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응급질환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다리 마비나 감각장애는 물론 대소변 조절 장애 등 영구적인 신경 손상이 남을 수 있다.
특히 △양쪽 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엉덩이·회음부·허벅지 안쪽의 감각이 둔해지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마미총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한 허리 통증으로 생각해 찜질이나 진통제로 버티지 말고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신경이 심하게 눌린 상태라면 가능한 한 빨리 압박을 해소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속한 수술로 신경 압박 해소⋯“증상 악화되면 기다리지 말아야”
영씨 역시 의사로서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한국에서 수술받기로 결정했다.
김 원장팀은 지난 1일 허리뼈 3~5번 부위의 신경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수술을 시행했다.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넓히는 후궁절제술과 추간공확장술을 시행한 뒤 척추를 안정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나사못 고정술과 척추유합술을 진행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수술 후 영 씨의 보행장애와 감각 이상이 개선됐으며, 뚜렷한 후유증 없이 회복해 12일 퇴원했다.
김 원장은 "갑작스러운 하지 마비와 감각 저하는 신경 손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 신속한 검사와 수술적 치료가 중요하다"며 "고령인 데다 장시간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환자가 잘 견뎌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