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업 리가켐바이오가 기존 ADC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기능을 더하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항체와 독성 약물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선하는 데서 나아가 항체 자체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치료 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는 9월 30일 에이비온과 ‘면역사이토카인-항체약물접합체(iADC)’ 플랫폼 공동연구 및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에이비온의 인터페론베타(IFN-β) 변이체 기반 기술과 리가켐의 ADC 플랫폼을 결합해 새로운 iADC 후보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암세포를 죽이는 독성 약물을 붙인 치료제다.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가면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링커(linker)’가 약물인 ‘페이로드(payload)’를 암세포 안에서 방출하는 방식이다. 기존 ADC 개발에서는 어떤 약물을 사용하고 이를 항체와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기술 경쟁 영역이었다.
이번 공동연구는 여기에 면역체계를 자극해 암을 공격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독립리서치 아리스는 에이비온이 항체에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인터페론베타 변이체를 결합하는 ‘면역사이토카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상 조직에서는 독성을 줄이고 종양 부위에서는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도록 설계한 기술이다.
리가켐은 여기에 자체 링커·페이로드 기술을 접목한다. 계획대로 작동한다면 암세포에 독성 약물을 전달해 직접 죽이는 기존 ADC의 기능에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을 공격하는 기능까지 더할 수 있다. 이번 공동연구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실제 차세대 ADC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증한다.
이는 리가켐이 앞서 공개한 차세대 ADC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회사는 7월 '연구개발(R&D) 데이'에서 ADC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면역항암 기능을 제시하고,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 등을 ADC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리가켐 관계자는 “ADC를 하는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고민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라며 “페이로드나 링커를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항체를 변형해 차별성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항체를 이용해 면역활성 물질을 종양까지 운반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탈리아 바이오기업 필로젠은 항체에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사이토카인을 결합한 면역사이토카인 후보물질 ‘L19-IL2’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가켐은 차세대 ADC 개발의 핵심 과제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높이고 약물 내성을 극복하는 것을 꼽고 있다. 기존 ADC가 가진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암세포를 더 정확히 찾아가는 기술과 새로운 약물, 면역활성 기능 등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연구개발 경쟁도 이런 차세대 ADC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리가켐이 R&D 데이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인 ADC 파이프라인은 2025년 1390개에서 올해 1825개로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세대 ADC는 289개에서 575개로 99% 늘었다. 두 종류의 표적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 ADC’는 171개에서 308개로, 두 가지 약물을 하나의 ADC에 탑재하는 ‘듀얼페이로드 ADC’는 36개에서 101개로 증가했다.
다만 이번 계약이 곧바로 신약 후보물질 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공동연구를 통해 에이비온 기술을 리가켐의 ADC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증한 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합의된 조건에 따라 정식 기술도입 계약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공동연구 단계에서 종료될 수도 있다.
리가켐은 이번 계약으로 최대 5개 표적을 지정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개발하는 iADC에 대한 전 세계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