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베이지 마세요

[이성주의 건강편지]가을비

가슴 베이지 마세요

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

간이역에는 찻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다

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

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칼에서는 풀냄새가 나겠지

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겨

먼저 따끈한 차 한잔을 마셔야지

빗물에 젖은 유행가 가락을 떠밀며

화물차 언덕을 돌아 뒤뚱거리며 들어설 제

붉고 푸른 깃발을 흔드는

늙은 역무원 굽은 등에 흩뿌리는 가을비

(시인 신경림의 ‘가을비’전문)


가을비가 내린다는 기상청의 예보입니다. 처마 끝 가을비 듣는 소리에 우수(憂愁)에 잠겨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사람 있겠지요. 완행열차를 타고‘소박한 시인’신경림이 묘사한, 이름 모를 간이역에 내려 조용한 찻집 찾고 싶은….


가을은 우울해지기 쉬운 계절입니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첫째, 일조량이 줄어들며 뇌에서 ‘행복호르몬’인 세라토닌이 덜 분비돼 울가망해지기 십상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사람의 인체시계가 가을에 세라토닌을 덜 분비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비가 오면 햇빛을 덜 받기 때문에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가을비는 우수와 고독의 촉매라고나 할까요?


일반적으로 남자가 가을에 고독에 빠지기 쉬워 ‘가을남자’라는 말까지 있습니다만, 남성은 괜히 우수에 젖는 선에서 끝나고, 우울증까지 가는 경우는 여성보다 적습니다.

여성은 한 달에 한번 마술에 걸리는 등 호르몬체계가 남성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뇌의 미묘한 시스템이 고장날 확률이 높기 때문인 듯 합니다. 


멋에 살고 멋에 죽는 남성이나 우울증이 없는 여성은 오늘 옛날 찻집에서 흐르던 노래를 들으며 우수에 젖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몸이 처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으면 우울증의 초기 증세일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가족이 그렇다면 즉시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합니다. 가을비는 촉촉한 노래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비수(匕首)가 되기도 합니다.

가을비에 어울리는 노래

오늘은 가을비에 어울리는 ‘Aphrodite’s Child’의 대표곡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그리스신화의 아프로디테는 로마신화의 비너스입니다. 사랑, 미, 풍요의 여신이죠. 그리스신화에서 아프로디테의 아들은 에로스입니다.

이 그룹의 보컬 데미스 루소스는 나중에 솔로로 대비해서도 큰 활동을 하는데 루소스가 부른 ‘Rain & Tears’을 보너스로 드립니다. 취향에 맞춰 들어보세요.


▶Rain and Tears 듣기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8237&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Spring, Summer, Winter & Fall 듣기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8236&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데미스 루소스의 Rain and Tears 듣기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8235&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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