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인류를 위한, 성탄절 앞둔 기도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3년 12월 17일ㆍ1602번째 편지


도시의 화려한 성탄절 조명과 가끔씩 흘러나오는 캐럴이 벌써 크리스마스 시즌과 세모(歲暮)라고 귀띔하지만, 어쩐지 가슴이 조명 불빛처럼 환해지지는 않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누가 뭐래도 세계의 명절이지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 성탄 행사를 금지하고 있고 브루나이에서는 무슬림이 성탄을 축하하면 징역형을 살지만(다른 종교 신자는 상관없음),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등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도 성탄절을 기념합니다. 레바논은 12월 25일과 1월 6일 이틀을 기념하고 러시아 카자흐스탄 세르비아 아르메니아 이집트 등은 공식적으로 1월 7일 성탄절을 기립니다. 특이한 것은 팔레스타인은 성탄절이 공휴일이고 이스라엘은 공휴일이 아니라는 것.

유럽은 올 성탄절이 초비상입니다. 이슬람 극단주의단체가 테러를 예고했기 때문이지요.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한 이후 이스라엘에서 1200여명, 부산의 절반 크기의 가자 지구에서 1만 5000여 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 5만 8000명이 죽거나 다쳤거나 실종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하루에 수십 명이 숨지고 있지요. 세계식량기구(WFP)에 따르면 가자 인구 220만 명의 과반이 굶어죽을 위기라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러시아군 5만여 명, 우크라이나군 3만 여명이 숨진 것을 포함해서 50여만 명이 숨졌거나 크게 다쳤다고 합니다. 역사는 발전하고 있다지만, 자학적 파괴는 멈출 줄 모르는데, 인류는 정말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세계사에서는 몽골이 끔찍한 파괴자로 회자되지요.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 유럽 등에서 저항하는 종족은 몰살했지요. 1218년 호라즘 샤 왕조가 몽골의 사신단을 죽여 전쟁이 불붙자 사신단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은 영주를 생포해 두 눈에 금을 녹인 물을 들이부어 죽였습니다. 뒤이은 바미안 계곡(2001년 탈레반이 석불을 파괴했던 곳) 전투에서 칭기즈 칸이 가장 사랑했던 손자 무투겐이 화살을 맞고 죽자 “슬퍼하지 말고 죽여라”며 독려, 일대 인구 300만 명 중 250만 명을 몰살했습니다. 1238년에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엔 공포를 퍼뜨릴 시인만 남겨뒀고, 시인은 벌벌 떨면서 읊었습니다. “죽은 자를 위해 눈물을 흘려줄 눈을 뜬 자가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매칼레스터 대의 잭 웨더포드 교수는 “서양인의 잔인함이 몽골인 못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1014년 동로마제국 황제 바실리우스 2세는 킴발롱구스 협곡에서 불가리아군을 대패시키고 1만 5000명을 포로로 잡은 뒤 100명씩으로 나눠 99명은 양 눈을 뽑고, 1명은 외눈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외눈 병사가 99명을 인솔해 불가리아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 공포를 퍼뜨렸습니다. 기독교 십자군은 1098년 앙티오크, 1099년 예루살렘을 점령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몰살켜서, 죽은 사람들의 피가 십자군 병사들의 발목까지 차 올랐다고 기록돼 있지요.

1160년 신성로마제국 프리드리히 1세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의 크레모나 성을 공격할 때는 전쟁이 인간성을 어떻게 말살시키는지 보여줍니다. 독일의 정복군은 크레모나 성 밖에서 포로들의 머리를 잘라 공처럼 차며 놀았습니다. 크레모나 군인들은 격분해 독일 포로들을 성벽 위로 끌어내 성밖의 전우들이 보는 가운데 팔다리를 잘라냈습니다. 독일군은 이에 대응해 이탈리아 포로들을 집단 교수형에 처했고, 크레모나 수비군은 성벽 꼭대기에서 나머지 포로들을 목매달아 죽입니다. 독일군은 포로로 잡은 아이들을 투석기에 묶어서 성벽으로 던져 죽였습니다.

누군가 전쟁을 일으키면, 사람들은 한없이 잔인해지고, 공포와 분노 속에서 인간성을 잃고 야수가 됩니다. 살아남아도 트라우마에 휩싸여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겠지요. 전쟁과 인간에 대해 깊이 생각할수록, 두세 세대 전 끔찍한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잿더미 속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의 토대를 닦은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뼛속이 찌릿해집니다. 현재만 보는 1차원적 시점에서 그분들의 위대함에 대해 눈감았던 것을 반성합니다.

가자 지구와 우크라이나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만사에 감사할 수만은 없는 성탄절. 지구촌에서 평화와 감사가 분노와 복수심, 공포를 뒤덮길 기도합니다. 지금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가능케한 모든 분께 감사하는 기도, 함께 드리며, 가자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기적같이 끝나기를 빕니다. 가장 호전적인 집단과 대치하면서도 현명한 방법으로 평화를 지켜내기를 기도하며, 우리 속에서 내부의 적을 만들어 분노와 복수심을 쌓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사랑과 평화가 번지길 아울러···.

1975년 오늘 태어난, 호주 가수 시아의 ‘Snowman’ 준비했습니다. 워너뮤직코리아가 황석히 번역가의 따뜻한 번역을 캡션에 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덧 ‘국가대표 캐럴’이 된, 아리아나 그란데의 ‘Santa tell me’ 이어집니다.

‘Santa tell me’ 듣기 ▷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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