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만져도 빨개진다?”…의외로 몰랐던 ‘이런 알레르기’, 뭐길래?
물·접촉·햇빛·땀·운동 등 흔하지 않은 알레르기 반응들
알레르기는 특정 자극에 면역계가 과민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많은 경우 알레르기는 무언가 피부에 닿아 발생한다. 이때 피부의 면역세포(비만세포)가 히스타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방출하고, 이로 인해 붉고 가려운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가끔은 아나필락시스라고 알려진, 생명을 위협할 만큼 광범위한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만약 호흡 곤란, 기도 폐쇄나 혀 부음, 통제할 수 없는 구토, 전신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알레르기는 꽃가루, 먼지, 애완동물 등 흔히 알려진 유발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의외의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최대 25%의 사람들이 계절성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으며 6%가 식품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그 외의 알레르기를 경험하는 사람은 소수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알레르기 전문의 데본 프레스턴 박사는 “어떤 알레르기가 다른 것들보다 더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대부분은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하며 자신이 본 가장 드문 알레르기 증상들에 대해 설명했다.
물 = 수성 알레르기
우리 몸의 최대 60%가 물로 구성되어 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물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물 속에 들어있는 무언가가 피부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프레스턴 박사에 의하면, 수성 알레르기는 극히 드물며 보고된 사례는 100건 미만에 불과하다. 증상은 물의 온도나 수원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은 보통 짧은 기간 나타난다. 대개 물에 닿은 부 20~30분 후에 나타나 1시간 정도 후면 사라진다. 주요 치료법은 매일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 히스타민 분비를 막는 것이다. 그 외에 수분 장벽을 만드는 크림,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와 같은 약물, 자외선 광선요법 등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접촉 = 피부문화증 및 진동성 두드러기
피부문화증(dermatographia)과 진동성 두드러기(vibratory urticaria)는 접촉과 관련된 알레르기다. 피부문화증은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거나, 압력을 가한 후 두드러기가 생긴다. 진동성 두드러기는 덜컹거리는 버스에 타거나 전동 공구 사용 등 피부에 강한 진동이 가해진 후 두드러기, 부종, 발적이 일어난다. 진동이 강력할 경우에는 시야가 흐릿해 지거나, 두통이 생기거나, 얼굴이 붓는 등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프레스턴 박사에 의하면, 원인은 피부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인해 면역 세포가 터져 히스타민을 방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 가지 질환 모두에 항히스타민제 치료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햇빛 = 일광두드러기 및 광알레르기반응
햇빛은 다양한 피부 반응을 일으킨다. 그 중 일광두드러기는 햇빛에 노출됐을 때 자외선과 관련된 매개물질이 피부의 모세혈관과 작은 정맥의 투과력을 증가시켜 단백질과 액체가 혈관 밖으로 흘러나와 피부 반응으로 노출된 피부에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증상이다. 일부 경우, 자외선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는 얇은 옷으로 덮인 부위에도 증상이 나타난다. 일광두드러기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예방이다. 햇빛을 피하고, 외출할 때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자외선을 막아주는 옷을 입는다. 햇빛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 위해 광선요법을 실시하기도 한다.
광알레르기반응은 햇빛이 로션이나 자외선차단제처럼 피부에 바르는 물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과 반응할 때 발생한다. 이때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작고 붉은 두드러기, 물집, 화상 등 일광두드러기보다 더 심한 증상이 나타난다. 경구로 복용하거나 피부에 바르는 스테로이드로 염증을 줄이는 치료를 한다. 심각한 경우에는 화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프레스턴 박사는 “어떤 로션이나 자외선 차단제에 반응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땀 = 콜린성 두드러기
운동, 뜨거운 물로 샤워, 여름날에는 콜린성 두드러기라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한 체온 상승이 히스타민 분비를 자극해 두드러기와 가려움을 유발한다. 증상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항히스타민제가 주로 사용된다.
운동 =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
말 그대로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드문 알레르기 반응이다. 체온과 관련이 있고 두드러기와 가려움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콜린성 두드러기와 비슷하지만, 운동을 할 때 발생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아나필락시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그 중에서도 운동 전 몇 시간 이내에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 의존성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가 특히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평소 별 문제없이 먹던 음식이라도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우유, 셀러리, 밀을 먹은 후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운동 전 항히스타민제 복용으로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심각한 반응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를 휴대하는 사람도 있다.
찬 기온 = 한랭두드러기
피부가 차가운 공기나 물질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두드러기다. 차가운 물에서 수영을 하는 경우 등 일부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는 일도 있다. 프레스턴 박사는 이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하는 사람은 추위를 피하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드기 관련 육류 알레르기 = 알파갈증후군
가장 특이한 알레르기 중 하나는 알파갈증후군(alpha-gal syndrome)이다. 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 적색육에 있는 당 분자에 반응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주로 론스타진드기(lone star tick)에 물려 발생한다. 이 진드기의 타액에는 알파갈이라는 단백질이 들어있는데, 물릴 경우 관련 항체가 생성되고 이후 육류를 먹을 때 면역계가 알파갈에 반응해 어지러움이나 실신, 두드러기, 메스꺼움이나 구토, 혀나 얼굴 부음,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
프레스턴 박사에 의하면, 알파갈증후군 진단을 내리는 건 꽤 까다롭다. 증상이 발현하는 데 최대 6시간이 걸려 노출과 증상을 연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진드기에 더 이상 물리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노출에 대해 반복적인 반응 나타나면 알레르기 의심할 수 있어
무언가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여부를 항상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만약 특정 물질이나 환경에 노출될 때 반복적으로 반응이 나타난다면 알레르기를 의심할 수 있다. 두드러기나 발진 등이 생기면 증상을 파악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면 좋다. 증상이 시작되기 전 어떤 것에 노출이 되었는지, 증상은 언제 시작됐는지도 기록한다. 특정 패턴을 발견하면 전문가와 상담을 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