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50일, 지역 의료계 판도 바뀌나?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시작한 지 50일이 지나고 있다.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장기간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환자들이 이젠 대학병원을 떠나 지역 종합병원들로 몰려들고 있다.

8일 부울경 병원계에 따르면 지난 2월 18일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으로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부울경 대학병원들은 입원 환자수가 급감했다. 하루 1천명 선을 넘나들며 95% 수준 병상가동률을 기록하던 이전에 비하면 절반 정도로 뚝 떨어졌다. 외래 진료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간호사 등 직원들을 무급 휴가 보내는 등 일부는 이미 비상경영체제로 접어들었다.

[사진=온종합병원]
그 빈 자리를 지역의 종합병원들이 메우고 있다. 이에 좋은강안병원 온종합병원 창원한마음병원 등 일부 중견 종합병원들은 요즘 입원환자 수가 500명을 훨씬 웃돌고 있다.

특히 온종합병원의 경우 지난 3월 하순, 처음으로 입원 환자수가 5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4월로 접어들어서도 52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그 외 좋은강안병원 등도 500명대 초반으로 늘어났다. 특히 암 환자 등 중증질환자와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들 증가세가 뚜렷하다.

또 신경과와 신경외과가 유명한 봉생기념병원, 관절·척추전문 부민병원 등 전문성 강한 종합병원들도 관련 중증질환 환자가 더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병원들, 중증환자 늘며 의료공백 메워…의료전달체계 복원 순기능도

대학병원들로부터의 전원(轉院) 요청도 늘고 있다. 정부가 ‘비상의료대책’의 하나로 전국의 주요 종합병원들 100곳을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 상급종합병원들에 응급 환자를 전원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이 핵심 이유.

대학교수 출신 전문의 충원, 시설 투자 등 그동안 내실을 다져온 종합병원들에 대한 평가가 높아가고 있는 추세와도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공의 이탈 사태가 오히려 중견 종합병원들 살리는 순(順)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암 치료는 물론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뇌출혈 등 심뇌혈관 질환 등 응급수술환자들까지 종합병원들로 찾아들고 있어서다.

일부 병원의 경우, 관련 수술 건수가 지난해 3월에 비해 14~15%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무너져버린 1차~2차~3차 병원들간 의료전달체계가 복원될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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