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으로 치닫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경영권 프리미엄 0%" VS "경영권 유지한 사례"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놓고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는 오너 일가 양측이 갈수록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한쪽이 입장을 내면 상대방이 즉각 반박에 나서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21일로 예정된 신주발행금지가처분 1차 심문을 앞두고 19일 또 다시 터져 나왔다.

이날 한미약품그룹은 앞서 임종윤 사장 측이 배포한 경영권 프리미엄과 관련된 보도자료에 대해 “허위 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행위는 법적인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종윤 사장 측이 제시한 일방적인 인수합병 사례와 한미그룹의 통합 사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한미약품그룹은 “통합 취지를 왜곡한 악의적 내용”이라며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의 통합은 양 그룹의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한 모델이므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구주 매각 행위가 소액주주의 손실을 일으킨다는 임 사장 측 주장에 대해 “오히려 거래 전후 주가는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크게 올랐다”며 “통합 이후 시너지 기대감이 두 그룹의 미래가치를 키우고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구주 매각과 소액주주 손실을 연결 짓는 것이 논리적인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임종윤 사장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본인 주식을 완전히 매각하려고 했던 취지였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지난 10여 년간 한미 경영에 무관심했던 임 사장의 이번 반발은 오히려 본인의 다중채무 해소를 위해 통합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앞서 임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디엑스앤브이엑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업계 인수합병(M&A)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비율은 평균 240%에 달한다”며 “OCI홀딩스와의 통합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챙기지 못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유증신주발행가액이 3만7300원이고, 송영숙 회장의 지분 매도 가격은 3만7000원으로 지난달 종가인 3만7300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선의의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피인수 합병으로 지주사 지위가 상실될 경우. 한미약품 주식 40%와 헬스케어 사업 등의 기업가치만 인정받아 주주들의 손실 피해 규모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임종윤 사장 측은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힌 매수자도 있었던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과 임주현 사장의 OCI 대주주 신분 보장을 바꿔치기 한 셈”이라며 “기관과 4만여 주주의 권익도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여론전 양상은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심문을 앞두고 점점 거세지는 분위기다. 13일 임종윤·종훈 형제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약품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현 경영진은 밀실경영을 통해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은 물론 피인수합병 결정으로 선의의 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그룹은 “사익을 위해 한미를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하며 즉각 반박했다. 그러자 임종윤 사장 측은 “한미약품의 표현이 정보 왜곡이며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며 설전을 이어갔다.

지난달 7일 한미약품그룹은 OCI홀딩스와 그룹 통합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 장남 임종윤 사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이 반대하면서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1차 심문은 21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다음달 중순 쯤 나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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