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의 삼성, ‘바이오 승부수’ 던질 때가 왔다

[진성기의 바이오제약 체크업]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요즘 주식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올 들어 2월 5일까지 주가가 11.4% 오른 가운데 시가총액이 60조 원을 웃돈다. 삼성전자(시총 약 443조원)에 이어 삼성 계열사 중 시총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다시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에 등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퍼져 있다.

주가 강세는 빼어난 실적에서 비롯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6946억 원, 영업이익 1조1137억 원을 올렸다. ‘1조 원 영업이익’은 50년, 100년 역사를 지닌 국내 기존 제약사들은 꿈도 꾸지 못한 ‘넘사벽’이다. 1조 원은커녕 5000억 원도 넘어선 적이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찍었고(1조203억 원), 영업이익 2054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짊어진 두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30%, 20%다. 국내 제약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7%)을 압도한다.

올해 사업 전망도 대체로 우호적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송도 공장 증설에 따른 생산능력 확대, 항체의약품 위탁생산 수요 증가, 바이오시밀러 신제품 출시 등 긍정적 요인이 잇따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존 CDMO·바이오시밀러 만으론 한계

사실 삼성은 이미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주요 선수로 자리 잡았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및 세포주 개발 대행(CDMO), 바이오시밀러 개발 등으로 요약된다.

CDMO 분야에선 스위스 론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과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에선 국내 셀트리온을 비롯해 미국 암젠과 스위스 산도스 등을 바짝 뒤쫓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겨루는 모습에 “역시 삼성이 하니까 되는구나”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은 이쯤에서 바이오 사업에 대한 치밀한 전략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초라하기 때문이다.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출범해 10여 년 달려왔지만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 사업 특성 상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더구나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리더가 되기엔 지금의 CDMO 사업으론 역부족이다. 주문자가 요구한 대로 물건을 생산해주는 OEM 사업자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도 고급 기술과 깐깐한 품질관리가 뒤따르는 유망 사업이지만 혁신신약의 ‘복제약’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따라서 삼성이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한 바이오를 제2 반도체 수준으로 키운다는 전략목표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그룹 차원 플랜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신약이다.

‘블록버스터 신약’ 1개는 연간 최소 수조 원 매출을 만들어낸다. 몇 개만 만들어내도 ‘게임 체인저’로 올라 설 수 있다. 지난해 약 45조 원 매출을 올린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도 당뇨병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 등 몇몇 블록버스터로 글로벌 톱티어로 솟아올랐다.

유력 신약기업 M&A 통해 글로벌 리더 올라서야

신약 사업을 외면하거나 소홀히 해선 글로벌 시장 한가운데로 들어갈 수 없다. 그런 잣대로 볼 때 과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 개발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것은 시간·자금과의 오랜 싸움이 될 것이다.

1개 신약을 개발하려면 최소 수천억 원과 10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삼성그룹이 전사적으로 덤벼들더라도 이대로라면 시간 단축은 난공불락이다. 1968년생 56세 이재용 삼성 회장에게는 긴 시간이다.

결국 대형 인수합병(M&A)이 유력한 해법이다. 신약 개발 플랫폼과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기업을 품에 안는 것이다. 대세로 떠오른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면역항암제 기업 등이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사업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신수종으로 낙점했지만 사실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는 것은 이재용 회장의 몫으로 남았다. 세계 1등 반도체사업을 계승해 성장시키는 것 못지 않게 ‘JY표 글로벌 바이오사업’을 창출하는 것도 찬란한 공적으로 남을 일이다.

때마침 지난 5일 사법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분식회계 혐의 등도 무죄로 판단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3년 넘게 경영 활동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사법 리스크를 사실상 해소하게 됐다.

이제 그에겐 그간 미뤄온 주요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그 결단엔 세계적 바이오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것도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2024년, 바야흐로 삼성이 혁신적 도전장을 던질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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