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생존 11개월’ 전이성 직결정암…표적 치료 전환점

차용준 교수 "국내 BRAF V600E 변이 환자, 치료 환경 개선될 것"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차용준 교수.

전이성 직결장암을 겨냥한 새로운 표적 치료 옵션이 국내 처방권에 진입했다. BRAF V600E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직결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 표적 항암제로 ‘비라토비(성분명 엔코라페닙)’가 이달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결정됐다.

전문가들은 표적치료제가 없었던 국내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차용준 교수는 “비라토비의 급여 등재로 국내 환자에게도 국제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최신 치료 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차 교수는 11일 열린 한국오노약품공업의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표적치료제 비라토비 급여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전문가 입장을 밝혔다.

BRAF V600E 유전자 변이는 국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의 4.7%에서 발생한다. 변이를 가진 환자는 종양 크기나 복막 전이가 증가하는 등 음성 환자보다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인다. 실제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OS)은 11.4개월이다. 음성 환자 43개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통상 BRAF V600E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면 MAPK 신호전달경로가 과활성화 돼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성장·증식한다. 비라토비는 BRAF V600E 변이를 타깃해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약물이다.  국내에서 해당 환자 치료에 허가 및 급여 승인을 받은 유일한 표적 치료 옵션이다. 국내 허가는 2021년 8월 획득했다.

이에 따라 유럽종양학회(ESMO)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BRAF V600E 변이를 전이성 직결장암의 불량한 예후 인자로 지목하고, 전이성 직결장암으로 진단받은 모든 환자에게 BRAF 변이 검사를 권고하는 상황이다.

비라토비의 효과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초의 대규모 3상 임상 BEACON CRC 연구 결과에서 확인됐다. 주요 결과를 보면,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9.3개월로, 대조군인 이리노테칸과 세툭시맙 기반 병용군의 5.9개월 대비 유의하게 연장됐으며 사망 위험은 39% 감소했다.

이런 효과는 이전 치료 횟수나 종양 전이 범위와 위치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군의 객관적반응률(ORR) 역시 대조군에 비해 10배 더 높았으며, 무진행 생존기간(PFS) 또한 약 3배 연장하며 질병이 진행되거나 사망할 위험을 56% 줄였다.

차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절반 정도가 우측 직결장암이나 간 전이, 세 곳 이상의 장기로 전이가 확인된 치료가 어려운 환자군이었다. 그러나 비라토비 병용요법은 OS를 비롯한 주요 평가변수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 치료로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요법을 받을 경우 3차 이상에서 사용할 때보다 더욱 큰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후 질병이 진행되더라도 환자군의 60% 이상이 후속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연자로 참석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승태 교수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는 1차 치료 이후 질병 진행이 음성 환자에 비해 최대 두 배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그간 치료 옵션이 한정적이었기에 1차 치료 실패 후 후속 치료의 효과가 미미했고, 새로운 치료적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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