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사업 선도하는13년차 CEO 고한승

그룹 인사서 사장 유임...빼어난 기억력 자랑하는 '천재'

삼성바이오에피스 출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고한승 사장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저는 삼성의 바이오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만들고 싶습니다. 초격차로 대변되는 25년 연속 세계 1위 반도체 신화에 도전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말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된 고한승(60)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2018년 10월 한양대 학생들 앞에서 전한 말이다. ‘매경 최고경영자(CEO) 특강’ 자리였다.

그는 당시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지나칠 정도로 최선을 다하라’ 등 삼성 반도체인의 신조를 소개하면서 바이오사업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이번 인사에서 고 사장은 13년째 CEO 자리를 지키게 되어 삼성그룹 현직 최장수 전문경영인으로 남게 됐다. 그리고 그간 진행해온 ‘바이오 과업’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갈 수 있게 됐다.

고 사장은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바이오사업을 설계하고 뼈대를 세운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1963년생인 그는 미국 UC버클리대학교 생화학과 졸업 후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분자유전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바이오업체 타겟퀘스트 CEO와 제약회사 다이액스 부사장을 거쳤다.

삼성에 발을 들여놓은 건 2000년이었다. 37살의 젊은 나이에 삼성종합기술원에 임원급으로 입사해 바이오&헬스팀장을 맡아 바이오 사업 가닥을 잡아나갔다. 2007년에는 그룹 전략기획실 신사업추진단 전무로 옮겨 바이오 전략을 구체화했다.

이어 2010년 5월 삼성은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를 낙점했다. 그리고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출범 때 그는 초대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지금까지 10년 이상 선봉에서 그룹 바이오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가 있었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과 판매를 맡고 있는 삼바에피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전문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삼성의 바이오사업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삼바에피스는 2015년 블록버스터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판매 승인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7개의 바이오시밀러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후속 제품으로는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등을 준비 중이다.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출범 10년이 지났지만 매출이 아직도 1조원에 못미친다. 다만 2019년 영업이익 1228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 원년을 기록한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315억원, 매출은 9463억원이다. 올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은 고 사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이 과정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천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빼어난 기억력에 더해 폭넓은 지식과 통찰력을 드러내기 때문.

예를 들면 이렇다. 일반적으로 기업 CEO 기자간담회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략담당 임원 등이 배석한다. 하지만 그는  혼자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변하는 식이다. 따로 자료를 준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다. 스피드를 올려라”는 업무 지시가 부담스럽다는 임직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그에게선 배울 게 많아 그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해진다.

그는 평소 인내와 끈기를 중요시 한다. 한양대 특강에서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날 분의 인내와 끈기가 주어진다. 매일 생기고 소멸되니 누구든 할 수 있다. 고통스러운 순간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인내심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자세는 그의 경영활동에 묻어 나온다.

삼바에피스에 따르면 회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확보하기 위해 오리지널의약품 100배치(의약품 제조단위) 이상을 분석하고, 1만개 이상의 클론(세포집단)을 확인한다. 또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이 많이 중단되던 2020년에도 삼바에피스는 총 8건의 임상시험을 중단없이 해냈다. 끈기와 인내, 돌파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 사장은 2021년부터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인들과 교류하면서 산업 발전에 힘을 쏟고 있는 것. 회장 취임 직후 바이오기업 모집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결과 2021년 498개였던 회원사가 지금은 635개로 늘었다.

그의 분투에도 삼성의 ‘신수종’ 바이오사업은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린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이 때문에 그의 열정과 추진력은 삼성 바이오사업이 활짝 열매를 맺기까지 끊임없이 불타오를 것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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