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절실한 청소년, 돈 없어 ‘마음의 병’ 못 고친다면?

중앙대병원-굿피플, 치료 지원 연계…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최근 청소년 정신건강이 중대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중앙대병원과 굿피플이 국내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의 정신질환 치료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청소년 정신건강이 중대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중앙대병원과 굿피플이 국내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의 정신질환 치료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앙대병원은 지난 9일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피플과 이와 같은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중앙대병원 권정택 병원장과 김한구 부원장, 굿피플 최경배 회장 등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양측은 이번 협약에 따라 우울증, 자해, 자살 충동 등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의 종합 심리검사와 상담, 치료 등의 의료 과정과 그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앙대병원 외래 진료나 △지역사회 건강검진에서 정신질환을 발견한 아동·청소년 중 경제적 문제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 병원이 굿피플에 연계하고, 굿피플은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

굿피플 최경배 회장은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함께 뜻을 모았다”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권정택 중앙대병원장 역시 “심리·정서적인 건강은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에게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중앙대학교병원은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9일 중앙대병원과 굿피플의 업무협약 체결식 모습. 왼쪽에서 3~5번째가 중앙대병원 김한구 부원장, 권정택 병원장, 굿피플 최경배 회장. [사진=중앙대병원]
◆청소년 사망 원인 1위, 자살… 4명 중 1명, 우울감

얼마 전 디씨갤러리 우울증갤러리(울갤) 동반자살 사건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이미 중대한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미 수 년째 국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 자리는 ‘자살'(10대 43.7%, 20대 56.8%)이 차지하고 있으며, 2012년 ‘자살예방법’이 처음 시행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청소년 자살률은 급증세다.

통계청의 ‘아동 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0~17세 아동 청소년 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 명당 2.7명에 달했다.(2021년 국내 전체 자살률 10만 명당 26.0명) 지난 2009년 2.6명을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였지만, 2018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자살 위기군에 해당하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거나 시도한 청소년의 비율도 각각 전체의 12.7%와 2.2%에 달한다.

정신건강 위기에 노출한 연령대 역시 낮아지고 있다. 10대 중반 청소년인 15~17세 청소년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9.5명에 달하며, 10대 초반인 12~14세도 지난해 5.0명을 기록했다. 10대 초반 자살률은 2016년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당시 1.3명에서 2018년 3.1명으로 증가하는 등 2~3년마다 2~3배씩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청소년 4명 중 1명은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고 19세 이하 우울증 환자 역시 급증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른 19세 이하 정신건강 진료 환자 수는 2016년 22만 명에서 2020년 27만 명으로 22.7% 늘었고 같은 기간 19세 이하 우울증 환자는 63.3%(2만 9534→4만 8221명) 뛰어올랐다. 상황은 이렇지만, 정부는 청소년 자살률과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하는 이유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10~14세 소녀, ‘자해’ 응급환자 늘어난 이유는?(https://kormedi.com/1587778/) · ‘이것’ 검색한 청소년, 극단적 선택 위험↑(https://kormedi.com/1588951/) · 5년 후 자살률 30%↓… 더욱 촘촘한 자살예방대책 나온다(https://kormedi.com/1567444/)]

지난해 8월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주최로 열린 ‘서울 청년의 생명을 살려라’ 100인 토론회 참가자들이 남긴 자살 예방 응원 메시지 모습. [사진=뉴스1]
◆ “자살동반자 아닌 생명동반자 찾도록 도와야”

최근 울갤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너무나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이라며 애도를 표하고 “청소년이 자살동반자가 아니라 생명동반자를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학회는 “마음의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한 채 소외되고 고립된 청소년은 괴로움과 외로움을 들어주고 공감해 줄 사람을 인터넷에서 찾는다”면서 “자살은 본인과 가족, 가까운 사람들, 우리 사회 모두에게 커다란 고통과 트라우마를 남기기에 자살 예방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 청소년의 자살 또한 예방할 수 있고, 예방해야 한다”면서 △가정 내 보호자와 학교 선생님 등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맞춤 자살예방 교육과 △온라인·모바일 채팅을 통한 자살예방상담 시스템 구축 등 ‘청소년의 마음과 청소년 자살의 특성을 이해하고 특화된 자살예방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관련기사=“울갤 청소년, 공감과 위로 필요… ‘생명동반자’ 찾도록 도와야”(https://kormedi.com/1589534/)]

◆소중한 사람의 자살 위기, 이렇게 도와주세요!

▶(보기) 소중한 사람의 ‘자살 신호’를 외면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주세요. ▶(듣기) ‘지금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얼마나 마음이 힘든지’ 물어보고 들어주세요. 이 때 비난, 충고 및 섣부른 해결책 제시는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표현을 많이 사용해주세요. ▶(말하기) 소중한 사람의 자살 위험성을 점검하고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주변인과 경찰·소방서, 자살예방센터 등의 전문가에게 자살 징후를 알려주세요.

– 고(故) 임세원 교수가 주축이 돼 개발한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자살 위기 ‘보고 듣고 말하기’…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세요(https://kormedi.com/1588297/)]

‘보고 듣고 말하기’ 교육 자료 [자료=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구 중앙자살예방센터)]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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