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스쿠버에게 상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김희덕의 잠수의학 세계]

“심해의 신비함에 매혹돼 해외 원정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잠수병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죠. 뇌졸중으로 반신이 마비되고 말을 제대로 못 하면서도 살아 일어난 것에 감사하며 살게 될 줄은….” -스쿠버다이빙 동호회원 이 모 씨(59)

“해녀들은 평생 바다 밑에서 작업하고도 괜찮은데, 하고 잘못 생각했다가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저는 2년째 통증과 싸우고 있지만, 함께 바다에 들어간 친구는 온몸이 마비돼….” -프리다이버 김 모 씨(33)

레포츠로 잠수를 즐기다가 잠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다이빙 애호가가 급증하곤 있지만, 안전장치와 안전의식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사고 위험도 폭증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레포츠로 잠수를 즐기다가 잠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잠수를 즐기기에 좋은 환경인 데다가 소득과 여가 시간이 늘면서 다이빙 애호가가 급증하고 있지만 안전의식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젊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서핑, 스쿠버다이빙뿐 만 아니라 장비 없이 잠수하는 프리다이빙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다이빙타워에 해외여행 패키지까지 레포츠 잠수 즐길 기회 많아

곳곳에 다이빙타워(Diving tower)가 세워져 10~28m 수심에서 사시사철 언제든 다이빙을 즐길 수도 있게 됐다. 안전장치와 안전의식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사고 위험이 폭증하고 있다.

잠수병이란 압력 변화로 인체에 과하게 녹아든 질소 기포가 장기나 조직에 영향을 주는 질병이다. 전문용어로 '감압병'(DCS, decompression sickness)이라고도 한다.

잠수하는 동안(가압된 환경) 인체에 과(過)포화되어 있던 질소 기포는 물 밖으로 나오는 동안 빠져나가야 한다. 어떤 원인에서든 질소기포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방, 신경, 관절강 안에 기화된 상태로 있으면 신체 악영향을 미친다.

잠수병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과거에는 해녀는 잠수병에 안 걸린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연구에서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물속에서 호흡을 참는 상태인 내(內)호흡이 체내에서 진행되므로 물 밖에서 산소로만 호흡하는 프리다이빙도 감압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산소통을 메고 수중으로 들어가는 스쿠버다이빙은 당연히 감압병에 취약하다. 특히 40세 이상의 중년에 시작한 다이빙, 과체중, 심장의 선천적 변형이 있거나, 폐 질환을 앓았던 과거력이 있다거나, 다른 질환을 앓고 있다거나, 주기적으로 약을 먹고 있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잠수의학 전문가의 사전 검진을 받아야 한다.

잠수방법을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보통 '심해잠수'라고 하면 스쿠버식 호흡 장치로 효과적인 잠수를 할 수 없는, 50m 이상 수심에 들어가는 잠수라고 보면 된다. 이처럼 깊이 들어가는 혼합기체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인체 변화를 경험한다.

특히 '포화잠수'는 100m 이상 깊은 수심에 직접 들어가는 잠수다. 이 경우에는 아주 특수한 잠수장치가 필요하고, 오랫동안(짧아도 10일 이상) 10기압이 넘는 고압력의 환경에 노출되며, 아주 다양한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만 된다.

'머구리잠수'는 조개잡이 등을 위해 표면(선상)에서 호흡할 공기를 가압하여 해저로 호스를 통해 공급하고 장시간 해저에서 작업한다. 이러면, 선박 매연에 의한 공기 오염에서부터 진짜 감압병까지 다양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잠수병 환자 느는데, 이들 생명 구할 전문 의사는...

우리나라에선 잠수병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대처를 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의대에서도 한두 시간 강의가 전부이고, 그것조차도 배우지 않고 의사가 되는 예가 많다. 극소수의 의사가 해군 잠수군의관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전역 후 이런 병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필자가 연수한 유럽, 일본, 미국,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는 잠수의학 전문가가 전문적 대처를 한다. 유럽의 전문 직업 잠수단체인 IMCA는 각국 해군과 스코틀랜드 에버딘대 의대에서 공부한 의사만이 이러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되어있다.

환자들도 잠수병은 전문가에게 치료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모른 채 한의원, 통증 클리닉,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물리치료실 등을 전전하다가 너무 늦게 전문의를 찾아온다.

최근 레포츠 잠수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중 관련 사고가 생기고 있지만, 대책은 따라가지 못하니 가슴이 타들어 간다. 보건당국은 잠수병을 전문적으로 치료, 재활할 수 있는 잠수병, 감압병 전문의료기관을 확충하는 데 좀 더 힘써야 할 것이다.

직업이든 레포츠든 잠수를 하는 사람은 잠수 원칙을 110% 지킨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고 여겨지면 곧바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잠수병은 예외가 없으며 자칫 희생양이 되면 피해는 가혹하다.

    에디터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