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완전 정복… ‘단백질 분해 신약’ 시동거는 빅파마

MSD, TPD 신약 개발 3조원 투자 계약...화이자·암젠·릴리 등도 시장 진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표적 단백질 분해(TPD,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신약 개발 분야에 대규모 투자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기존 치료제들과는 차별화된 작용기전으로 난치성 질병의 완치를 꿈꿀 수 있다는 데 관심이 쏠린다.

현재 화이자, 릴리, 노바티스, BMS, 암젠 등 굴지의 글로벌 제약기업이 신약 개발을 둘러싼 기술 경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TPD 치료제는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탐지해 분해하고 제거하는 차세대 신약 기술을 통칭한다. 현재 치료제는 문제가 되는 단백질의 일부 기능만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최근 다국적제약기업 MSD은 바이오기업 프록시젠(Proxygen)과 빅딜을 했다. 프록시젠은 TPD 치료제의 원천기술을 가진 오스트리아 바이오 기업이다. 2020년 12월 글로벌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에 이어, 독일 머크(Merck KGaA)와도 기술계약을 맺었다.

업계에 따르면 MSD와 프록시젠은 TPD 치료제 개발을 협력하는 조건으로 25억5000만 달러(한화 약 3조3600억 원) 이상의 라이선스 계약을 5일(현지시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포함되는 약물 파이프라인과 세부 거래조건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쓰이고 있는 저분자 치료제들은 대부분 일부 단백질 기능만 선택적으로 억제해 효과가 제한됐다면, TPD 신약은 다양한 난치성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분해 및 제거해 높은 치료 효과와 약물 내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TPD 치료제는 화합물 구조에 따라 크게 ‘프로탁(PROTAC, Proteolysis-targeting chimera)’과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 Degrader)’로 구분된다. 프로탁과 분자접착제는 표적 단백질을 분해하는 작용기전은 비슷하지만, 약물 구조나 표적 단백질을 선정하는 방식 등에는 차이가 있다.

프록시젠은 문제가 발생한 단백질을 유비퀴틴 리가아제(ubiquitin ligase)로 고정시키는 기술력을 지니고 있어 신규 분자접착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분자접착제는 질병의 원인 단백질에 접착제로 작용해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순간적으로 유도해 문제를 일으킨 단백질을 분해한다.

실제 이 기술은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널리 처방되는 항암제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와 ‘포말리스트(성분명 포말리도마이드)’에 선을 보이기도 했다. 두 약제 모두 다국적제약기업 BMS와 세엘진이 공동개발에 성공한 작품으로, 연간 11조 원이 넘는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올리는 약물이다.

이를 주목한 글로벌 제약기업들도 프로탁 및 분자접착제 등을 필두로 한 TPD 치료제 개발 경쟁에 속속 뛰어드는 모양새다.

지난해 2월 암젠은 미국 바이오기업 플렉시움(Plexium)과 TPD 기술과 관련해 5억 달러 규모의 기술협약을 맺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화이자는 알비나스(Arvinas)와 6억5000만 달러, 일라이 릴리는 리시아(Lycia)와 16억 달러, 노바티스는 영국의 신생 스타트업체인 듀나드 테라퓨틱스(Dunad Therapeutics)와 최대 13억 달러의 마일스톤 계약을 체결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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