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 사람 살리고 떠나다.. 장기기증의 진심

장기기증은 힘들고 어려운 과정

장기기증에는 생명 존중과 고귀한 희생정신이 깃들여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생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을 때, 얼굴 한번 뵙지 못한 분께서 저에게 새 생명을 주셨습니다. 제가 받은 은혜보다 더 크게 베풀면서 남은 생 항상 감사하면서 살겠습니다.”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딸입니다. 저희 엄마와 함께 기증자와 가족분들께 평생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엄마가 다시 살아오신 기증일을 잊지 않겠습니다.”

장기기증을 담당하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는 새 생명을 얻은 사람과 가족들의 감사 편지가 넘쳐 난다. 장기기증은 심장, 신장, 간, 폐 등의 손상으로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다. 장기기증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다.

“나라면 장기기증을 할 수 있을까?” “내 가족에게 장기기증을 권할 수 있을까?”  장기기증은 최종 결정까지 수없이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기증자 뿐 아니라 그 가족들의 판단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을 살리는 생명 존중과 고귀한 희생 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뇌의 기능이 완전히 소실되어 회복 가능성이 없는 분들이다. 심장, 신장, 간장, 폐, 췌장, 췌도, 소장, 위장, 십이지장, 대장, 비장, 손·팔, 발·다리, 안구를 기증해 새 생명을 주는 것이다. 장기의 기능이 거의 사라져 절망하는 환자에게 삶의 희망을 선물하는 과정이다. 생존 시 장기기증도 가능하다. 정상 신장 2개 중 1개와 간장, 췌장, 췌도, 소장, 폐의 일부를 기증할 수 있다.

뇌사는 뇌의 모든 기능이 상실되고 스스로 호흡할 수 없어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상태다. 적극적인 치료에도 회복이 불가능해 수일 내지 수주 이내 사망하게 된다. 반면에 식물인간은 스스로 호흡이 가능하고 수개월~수년 이내 회복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어 장기기증을 할 수 없다.

뇌사의 판정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 21조에 있는 선행조건 및 판정기준에 모두 맞아야 한다. 뇌사판정위원회의 심사도 거쳐야 한다. 2명 이상의 전문의사 위원들과 비의료인 위원 1명 이상이 포함된 위원들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뇌사판정을 한다. 단 1명이라도 반대하는 위원이 있을 경우 뇌사판정을 하지 못한다. 장기기증을 담당하는 곳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 여러 단체가 있다.

장기기증과 관련된 스토리를 들으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갑작스런 사고나 병으로 사망한 분들의 진심이 깃들여 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의 고민은 상상을 초월한다. 뇌수막염으로 뇌사판정을 받은 이금숙(56세) 씨의 남편 김용인씨는 막상 기증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증을 결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내가 마지막 가는 길에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며 고심 끝에 기증을 결심했다. “아내의 기증이 사회에도 널리 알려져 다른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길 바란다”고 했다. 고인은 심장, 간장, 신장(좌우), 안구(좌우)를 기증해 6명에게 삶의 희망을 선물하고 눈을 감았다. 고인은 손재주가 좋아 손 수세미를 만들어 이웃에게 나눠주던 정이 많은 분이었다. 이웃 사람들은 “하늘이 착한 사람을 너무 일찍 데려갔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간이식을 받아 새 삶을 살던 이건창씨는 뇌사상태가 되자 이식받은 장기를 다시 재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이식 수혜자 행사 때 장기기증 희망서약서를 통해 재기증 의사를 미리 밝혔다. 뇌사자로부터 간을 기증 받아 살 수 있었기에 그 감사함을 재기증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원래 기증자는 두 사람의 몸을 오가며 새 생명을 살린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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