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52호 (2020-12-21일자)

동지 팥죽은 지금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까?

 

집안에서 고소한 팥 냄새 나는가요? 오늘은 1년 중 밤이 가장 긴 절기, 동지(冬至)입니다.

동지는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하는데, 《한국세시풍속사전》에서는 민간에서 호랑이를 열이 많은 동물로 여겼기 때문에 날씨가 춥고 밤이 긴 동지에 교미를 할 것이라고 해서 그랬다고 설명돼 있는데 글쎄요, 저는 잘 납득이 안 되네요. 호랑이는 새끼를 적게 낳기 때문에 ‘합궁’을 하지 말라는 풍습도 있다는데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동지와 관련해서, “범이 불알을 동지에 얼리고, 입춘에 녹인다”는 속담은 잘 이해갑니다. ^^

동지의 많은 풍습들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지만, 웬만한 집에서 팥죽은 쑤어먹지요? 조상들이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음력으로 동짓달(11월) 초순에 드는 동지를 애동지, 애기동지 등으로 불렀는데 이날 집안에 아기가 있으면 팥죽 대신 팥떡을 해먹었다고 합니다. 올해는 음력 11월7일이니까 애동지에 해당하네요.

그러나 민가에서 거창한 의미를 알고 동지 팥죽을 해먹었다는 게 살짝 미심쩍기는 합니다. 팥은 대체로 10월 말에 수확을 하고, 먹을 것 부족해 굶주리던 시기에 소중한 영양원이었지요. 팥은 비타민B군과 칼륨, 안토시아닌, 사포닌,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고 새알심의 탄수화물과 합치면 팥죽은 겨울철 최고의 영양식이었습니다. 지금도 스트레스나 과음, 과로에 짓눌린 분에게 권할 음식입니다. 옛날 음귀, 악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이었을 것이므로 팥죽을 듬뿍 먹어서 면역력 강화하면 건강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면 너무 나간 것일까요?

어쨌든, 옛날 동지는 가장 춥고 어두운 날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배고프고 추운 데다가 아프기 십상일 때였겠지요. 바로 이 날을 ‘작은설’로 부르며 사실상 새해의 첫날로 친 것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 아니었을까요?

음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강추위를 타고 전파되며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지만, 그럴수록 동지의 뜻을 생각해봐야 할 듯합니다. 동지는 가장 어두울 때가 밝아지기 시작한다는 철학이 녹아든 날이니까요.

어둠에서 빛으로 바뀌는 날, 오늘부터 정부는 솔직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전문가들의 얘기 좀더 귀담아듣고, 국민은 방역수칙을 더 잘 지켜서 확진자가 줄어들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설령 당장 변화가 없더라도 우리 국민, 민족이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팥죽 맛있게 드시고, 집에서 땀 날 정도 운동도 하시고, 생활수칙 철저히 지켜서 이 어둠 함께 이겨내기를 제안합니다. 동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그때 비로소 빛이 나타난다는 것, 가슴에 담으시고…


[대한민국 베닥] ‘팬데믹과의 전쟁’ 산증인

 

감염병 분야의 베스트닥터로는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61)가 선정됐습니다. 김 교수는 원래 소화기내과에서 간을 전공하려다가 우연히 스승인 고 박승철 교수를 만나서 감염 분야로 세부전공을 바꿨고, 세균과 항생제 병원감염 등을 파고들다가 스승의 제안에 따라 팬데믹의 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난 정부까지 직간접적으로 대한민국 방역을 책임진, 이 분야의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최근에는 야인으로서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는 ‘국민의사’이기도 합니다.

☞김우주 교수의 ‘감염병과의 전쟁’ 삶 보기


오늘의 음악

게르만 민족과 아일랜드 등에서는 동지(Winter Solstice)부터 성탄절까지 축제를 ‘율(Yule)’이라고 하죠? 좁게는 성탄절을 가리키기도 하고요. 첫 곡은 아일랜드 가수 엔야의 ‘Winter Solstice’입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으로 알려진 그 노래이죠? 아일랜드의 밴드 홈타운의 ‘O Holy Night’ 이어집니다.

  • Winter Solstice – 엔야 [듣기]
  • O Holy Night – 홈타운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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