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0대 기업 하나 없는 제약산업이 갈 길은?

국산 신약 19개 보유로 신약개발 세계 10위, 임상시험 세계 10위, 내수시장 규모 세계 13위, 해외수출 세계 25위.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세계 지표다. 그럼에도 우리 제약산업은 세계 50대 제약기업에 단 한 개의 업체도 올리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어려움과 제약산업의 대내외 환경 변화를 되돌아보고, 한국형 신약개발 전략으로서 최근 글로벌 신약개발 연구의 국제적 추세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한국화학연구원,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공동으로 11월 30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한국형 신약 R&D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심포지엄’을 열었다.

▲ 우리 제약산업이 나아갈 방향으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 관해 논의하는 ‘한국형 신약 R&D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심포지엄’이 11월 30일 개최됐다.(사진)

한국화학연구원 김재현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적으로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이 한계에 달하고 혁신형 신약 파이프라인이 고갈되면서 제약회사들은 대학, 연구소 및 벤처기업의 다양한 아이디어 및 신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 연구소 및 벤처의 신약개발 기초연구 결과 등 신기술을 제약회사들과 공유하는 산·학·연 협동연구가 신약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한국형 성공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심포지엄 의의를 밝혔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경희대 이봉용 교수가 ‘글로벌제약사의 성장전략’을, JW중외제약 최학배 전무가 ‘제약기업의 신약연구개발 애로사항’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봉용 교수는 한국의 제약산업이 처한 현재 위치에 대해 “세계 10번째 미국 FDA 신약 승인국(LG생명과학 팩티브), 세계 10위 임상시험 국가, 세계 13위 시장 규모, 세계 25위 해외수출 국가이면서도 세계 50대 제약기업 중 한국기업이 전무하다”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 ▲해외 매출 및 수출을 통한 제약산업 규모 확대 ▲50대 기업(연매출 2~3조원) 창출을 위한 전략적 방안 마련 등을 시사점으로 들었다.

최학배 전무는 “학계와 산업계의 근원적 시각 차이로 산·학·연 간 틈이 존재한다”면서 “정부의 신약연구 지원과 관련한 평가/지원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형 신약 R&D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심포지엄’에서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병목 본부장, 보건산업진흥원 김상량 단장, 연세대 권영근 교수(좌장), 차의과학대 김애리 교수,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국장,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이동호 단장.(사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렉스바이오 이정규 대표의 ‘질환 및 표적 연구동향’, LG생명과학 박희동 소장의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의 현황 및 필요성’, 한국화학연구원 하재두 신약연구본부장의 ‘산학연 연계 신약개발 활성화 방안’이 발표됐다.

발표를 통해 이정규 대표는 중개연구 활성화를 위한 신약 개발 주체들의 역할을 강조했고, 하재두 본부장은 P&G의 사례를 들어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가 2000년 4.8%에서 2008년 2.8%로 줄었지만, R&D 생산성은 매우 증가한 이유가 내부연구인력 7,500명의 200배에 이르는 150만명의 외부연구인력 활용”이라고 설명했다. 하 본부장은 산·학·연의 독립된 연구 시스템을 개선해 한국형 연구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패널토론은 연세대 권영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토론에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사무국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병목 본부장, 차의과학대학교 김애리 교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삼량 단장, 범부처전주기사업단 이동호 단장이 나서 ‘글로벌신약개발 성공을 위한 돌파구’를 주제로 열띤 토의를 펼쳤다.

김상량 단장은 “M&A가 아닌 해외 후보물질을 라이센스 도입하는 방향으로 M&A 펀드를 운영할 생각”이라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자생력을 키우는 게 먼저다. 해외 자본 등의 지원과 선순환이 되는 것이 정답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애리 교수는 “신약은 약이기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에 정부가 빠지면 안 된다. 산·학·연에 관을 포함해야 한다”면서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미국 FDA에서 진행한 프로그램과 국내 범부처전주기사업단의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더불어 “학계나 연구소에서는 연구 기간을 좀 빠르게 잡아야 한다. 기업에서는 1년에 할 일을 2~3년으로 잡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재천 국장은 “산·학·연이 스스로 R&D 분야별 그룹을 형성하도록 유도해야 하고, 보유 역량과 포트폴리오에 맞게 역할 분담 및 재원 배분 등의 기획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국내의 제한된 신약개발 자원을 가지고 힘들게 축적한 많은 학·연의 기초연구가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산업계에 연계돼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신약개발 오픈이노베이션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호 단장은 “혁신은 사람의 껍데기를 벗기는 것이다. 모든 분이 기구를 만들고 제도를 만든다고 하는데, 혁신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아직 세계 표준에 가 있지 않다. 처음 개발 시점부터 글로벌을 보지 않는다. 연구하시거나 회사를 세우는 사람들이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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