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도 ‘리빙랩’, 치료 혁신 가능할까?

전문가 중심의 보건의료 연구 개발에 환자, 돌봄 노동자가 함께 하는 리빙랩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전대학교 링크플러스(LINC+) 사업단은 5일 대전대학교 30주년 기념관에서 ‘환경성 질환의 모니터링과 치료를 위한 리빙랩(Living Lab)’ 포럼을 개최했다.

리빙랩은 기존의 실험실, 연구자 중심 연구 개발(R&D) 모형을 탈피해 기술 사용자, 연구자 등 당사자가 현장에서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는 연구 개발 모형을 말한다. ‘살아 있는 실험실’, ‘사용자 주도형 혁신 공간’으로도 불리는 리빙랩은 최근 지역 주민(시민)과 전문가, 대학-기업-지자체가 협업해 지역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 혁신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환자 빠진 연구 개발, 현장 수요 ‘제로’

주제 발표에 나선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건의료 분야의 리빙랩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보건의료 분야 리빙랩 사업의 필요성과 주요 해외 사례를 발표했다.

성지은 연구위원은 “치매 국가 책임제가 보건의료 분야의 핵심 정책으로 떠오르며 치매 관련 과제가 크게 증가했지만 정작 치매 환자를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자는 많지 않다”고 했다. 또 “기술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연구 개발은 결국 사업화라는 핵심 단계에서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성지은 연구위원은 연구 개발의 핵심을 연구자가 실험실에서 상상한 해결책을 사용자에게 제시하는 것이 아닌 연구자와 사용자가 함께 현장 수요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서 찾았다. 가령, 노인이 혈압 문제로 곧잘 쓰러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많은 화장실에는 안전 팔걸이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요양 병원 현장에서 노인의 팔걸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는 근력이 부족해 팔 힘이 약한 노인에게 적합한 장치가 아니었던 것.

성지은 연구위원은 대만, 벨기에, 핀란드 등 해외 보건의료 리빙랩 사례를 소개하며 “이미 많은 나라에서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중요 당사자인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병원과 연구실 안 전문가들이 실제 현장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보건의료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혁신, 리빙랩 속 협업 통해 이뤄야”

김선태 대전대학교 산학부총장(환경공학과 교수)은 대전대학교라는 하나의 리빙랩 플랫폼 안에서 지역 사회-대학-기업이 연계된 사례를 발표했다. 대전대학교는 현재 ‘3-Way 리빙랩’ 사업 하위 과제로 아토피 피부염 리빙랩, 생활 공기질 모니터링 리빙랩 등 보건, 환경 분야의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

김선태 교수는 리빙랩이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의 본령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실전 교육을 위해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장(場)과 수단이 필요하다”며 “이공계, 한의대 학생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 전공 학생 모두가 리빙랩을 통해 현장 문제 해결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연구 측면에서도 교수들이 실험실을 벗어난 현장에서 더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1800명 이상의 환자 그룹과 아토피 치료를 고민해온 서기범 SA피부과 원장은 “원인, 증상이 다양한 아토피 질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증상을 정확히 진단하는 전문 의료진, 질환의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어린이 환자, 이를 돌보는 부모 관찰자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고 했다.

서기범 원장은 “그간 정책적으로 아토피 정복을 위해 ‘아토피 없는 마을’, ‘아토피 캠프’ 등이 추진돼 왔으나 현실적으로 해결된 점은 없었다”며 “아토피 극복에 적극적인 환자 그룹과 함께 리빙랩을 추진, 작은 목표부터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현철 보건산업진흥원 연구개발기획단 단장은 “기존의 보건의료 연구 개발에서는 환자의 치료의 대상으로만 간주했던 한계가 있었다”며 “병을 치료하고 싶은 의지를 가진 환자 집단과 전문가가 함께 할 때 아래서부터 위로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핀란드 리빙랩 사례 ‘케어링 텔레비전’]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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