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 계획, 환자가 없다

정부의 첫 환자 안전 종합 계획에 환자의 참여 영역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환자 안전 관리를 위한 국가 단위의 인프라 조성을 골자로 하는 ‘제1차 환자 안전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6년 7월 시행한 환자안전법에 의해 구성된 환자 안전 종합 계획은 ‘하마터면 발생할 뻔 했던’ 환자 안전사고를 사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는 2000년 초부터 환자 안전사고 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료 기관에서 발생하는 환자 안전사고의 종류, 규모를 추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료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 현재 보건 당국은 환자 안전 서비스 포털(www.kops.or.kr)을 통해 의료 기관 내 환자 안전 전담 인력, 의료인,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안전사고 사례를 자율적으로 보고 받고 있다.

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수집된 환자 안전사고 자율 보고 건수는 5562건이다. 사고 유형별로 살펴보면 낙상 2604건(46.8%), 약물 오류 1565건(28.1%), 검사 360건(6.5%) 순으로 경미한 사고가 자율 보고 사례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보고자별 건수로는 환자 안전 전담 인력이 87.4%, 보건의료인이 12.2%, 환자 및 보호자가 0.3% 순으로 환자 및 보호자의 참여가 극히 적었다.

환자안전위원회에 참여 중인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번 종합 계획 발표는 국가가 처음으로 환자 안전 관리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환자 및 보호자의 역할이 다소 수동적으로 설정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안기종 대표는 “환자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환자 역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사전 인지하고 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건 당국 및 의료 기관이 환자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도구나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또 “환자 및 보호자는 환자안전법의 대다수 조항에 포함되어 있는 중요한 주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같은 위원회 소속인 이상일 울산대 의과 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환자의 역할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일 교수는 “환자는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치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인지, 의료진 과실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의심 사항이 있을 때마다 의료 사고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환자의 몫은 아닌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환자안전법에 대한 환자 및 보호자의 인식과 참여 수준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대국민 홍보 전략을 고민 중이다”라며 “환자단체연합회 등에서 활동을 기획한다면 이에 대한 예산 지원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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