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백신 시장’ 접수하나?

그 동안 전통의 ‘백신명가’ GC녹십자가 주도하던 백신 시장에 SK케미칼이 도전장을 내밀고 공격에 나섰다. 최근 SK케미칼은 백신 사업을 분사, 프리미엄 백신 기업으로의 도약을 발표했다.

투자 업계의 한 연구원은 “SK케미칼이 독감 백신 물량을 크게 끌어올렸다”면서 “GC녹십자는 3가 백신 매출액이 크게 감소하면서 백신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4가 백신이 국가 지정 백신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녹십자의 고전은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을 이해하려면 독감 백신 시장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감 백신은 크게 3가와 4가로 나뉜다. 3가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 A형 2종과 B형 1종을 예방한다. 정부가 만65세 고령자와 생후 6~59개월 이하 어린이에게 무료 접종을 제공하는 백신이 3가 백신이다.

반면 4가 백신은 A형 2종과 B형 2종(빅토리아/야마가타)을 예방해 3가보다 예방 범위가 넓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4가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4가 백신 접종률이 훨씬 높다. 국내도 최근 들어 4가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 3가 백신은 1300만 도즈(1회 주사량)가 공급됐다 하지만 올해 겨울에는 1250만 도즈로 뒷걸음쳤다. 반면 4가 백신은 전년 860만 도즈에서 올해 1200만 도즈로 급증했다.

고령자 및 어린이 무료 접종 3가 백신 대부분을 공급하는 GC녹십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독감 백신 매출 실적이 곤두박질 친 것이다. 2016년 4분기 136억 원이었던 독감 백신 매출은 2017년 4분기 무려 86% 감소한 19억 원에 그쳤다. 3가 백신 가격이 싸다는 한계, 마진율이 높지 않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 GC녹십자 측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부진했던 게 맞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백신 제품 출시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생긴 현상으로 GC녹십자가 가진 역량을 발휘하면 다시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C녹십자는 국내 시장을 지키며 해외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SK케미칼의 상황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2016년 세계 최초 세포 배양 방식 4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를 개발한 SK케미칼은 물량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3가, 4가 합쳐 총 500만 도즈를 공급했지만 올해는 535만 도즈를 공급한 것. 35만 도즈가 증가했는데 이는 스카이셀플루 4가의 증량에 따른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자체 개발한 ‘세포 배양 방식의 백신 생산 기술’을 글로벌 백신 리더 사노피 파스퇴르에 기술 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억5500만 달러(한화 약 1691억 원)로 국내 기업 백신 기술 수출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그간 GC녹십자가 독점하던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도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를 출시했다. 실제로 SK케미칼이 자체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는 출시 두 달 만에 매출액 50억 원을 넘어섰다. SK케미칼은 올해 병의원에서 종합 병원으로 공급을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은 백신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백신 사업부를 분사하고 독립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백신 사업에 집중하고 전문화, 고도화, 가속화를 통한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백신 사업 분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백신 사업 분사 후 적극적으로 투자도 유치할 전망이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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