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국내 허가

 

암은 곧 죽음이었다. 먼 과거에는 그랬다. 이 등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약 70년 전인 1943년부터다. 2차 세계대전 때 개발된 한 독가스가 물꼬를 텄다. 이 물질이 악성종양인 호지킨 림프종에 치료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항암제의 효시인 ‘나이트로젠 머스터드’였다.

20세기를 주름잡은 1세대 암 치료제들은 세포독성 항암제다. 도세탁셀, 파클리탁셀 등 탁산계와 시스플라틴, 옥살리플라틴 등 백금계 화학요법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질보다 양이었다. 그렇다보니 탈모와 구토, 합병증 등 부작용이 불가피했다.

항암제 패러다임은 2세대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급변했다. 1997년 출시된 ‘리툭시맙’이 단일클론항체로 암 치료에 첫 허가를 받았다. 표적항암제는 말 그대로 한 놈만 골라서 팬다. 여러 유전자 변이 중 주된 하나의 항원에만 결합해 막강한 효과를 내고, 화학요법보다 부작용도 적다.

표적항암제인 백혈병약 글리벡과 폐암약 젤코리 등은 단독으로도 강력한 효과를 내면서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러한 표적항암제들은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만 쓸 수 있고,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한계도 동시에 안겼다.

이제 항암제는 한 단계 더 진화해 면역치료의 시대를 열었다.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했다면 면역항암제는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한다. 면역체계는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항원을 감시해 비정상세포인 암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단일클론항체와 암 백신, 불특정 면역치료 등 다양한 유형으로 개발되면서 생명연장의 열쇠로 각광받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PD-1, CTLA-4, LAG-3 등 면역세포 표면에서 종양세포의 특정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수용체를 억제해 백혈구를 구성하는 T세포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킨다. T세포 억제수용체와 암세포 수용체의 결합부분인 이른바 면역체크포인트를 차단해 우리 몸의 T세포가 암세포를 보다 잘 인식하고 강력하게 억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해 9월 처음 승인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성분)는 PD-1 수용체를 억제하는 단일클론항체다. 세계에서는 4번째로 지난 달 20일 국내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FDA는 키트루다를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의 획기적 치료제로 지정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흑색종 치료제인 여보이(이필리무맙 성분) 투여 후에도 진행이 확인된 전이성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했다. BRAF 유전자 변이 환자의 경우 BRAF 억제제와 여보이 투여 후에도 흑색종이 진행된 경우 사용할 수 있다.

한국MSD는 지난 14일 열린 키트루다 간담회에서 키노트(KEYNOTE) 임상연구를 통해 키트루다가 흑색종 치료에서 24%의 종양반응을 확인했고, 종양반응이 확인된 환자의 86%에서 치료 반응이 6-36주 이상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화학요법보다 전신 부작용도 훨씬 더 적게 나타났다. 현재 키노트 임상연구에서는 절반 이상의 환자가 치료를 받으며 생존해 있어 아직 키트루다의 전체 생존 중앙값은 발표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면역치료는 체내 암세포가 적을수록 효과가 높다”며 “젤코리 등 표적항암제로 암세포 수를 줄인 뒤 키트루다를 쓰면 효과가 매우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방 교수는 “약을 끊는 기간에 대한 연구가 최근 이슈”라며 “6개월에서 1년간 투여 후 약을 끊었다가 증상이 악화되면 다시 투여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화학요법과 표적항암제 등 기존치료제와의 병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표적항암제처럼 초기에 극적인 효과를 보이지는 않지만, 종양반응을 보인 환자에서 장기 지속성이 우수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키트루다의 경우 현재 단독요법 또는 다른 치료제와의 병용요법으로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신장암, 혈액암 등 30가지 이상의 암종에 대한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키노트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MSD의 키트루다와 동시에 한국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니볼루맙 성분)도 같은 적응증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옵디보 역시 항 PD-1 계열의 면역항암제다. 옵디보를 공동개발한 BMS와 오노약품공업은 “면역계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PD-1 단백질을 차단하는 면역항암제인 옵디보를 여보이와 병용하면 흑색종 환자의 생존률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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