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26일 (수)

"흔한 CT검사 받았을 뿐인데"...2시간 만에 사망한 60대, 무슨 일?

CT 스캔 검사 중 알레르기 반응… 신장질환 앓던 66세 여성 사망, 가족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돼"

영국에서 한 여성이 CT 스캔 검사 중 조영제(contrast medium)에 의한 급성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를 일으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영국에서 한 여성이 CT 스캔 검사 중 조영제(contrast medium)에 의한 급성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를 일으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가족은 병원 측이 환자의 병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조영제를 투여한 점과, 응급 대응이 미흡했던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CT 스캔 검사 중 갑작스러운 심정지… 2시간 만에 사망
영국 일간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24년 2월 1일, 이본 그레이엄(66)은 심한 복부 팽만 증상으로 노샘프턴 종합병원에서 CT 스캔 검사를 받던 중이었다. 검사 과정에서 의료진이 조영제를 투여한 지 몇 분 만에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즉시 응급처치를 했으나, 결국 두 시간 만에 사망했다.

딸 욜란다(39)는 “엄마는 건강한 상태로 스캔실에 들어갔고, 가족들과 여행을 계획하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며,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은 병원이 이본이 3기 신장병을 앓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영제를 투여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CT 스캔 및 MRI 검사에서 조영제는 영상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이본이 앓고 있던 3기 신장병은 만성 신장병의 진행 단계 중 하나로, 신장 기능이 중등도로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영국 NHS와 미국 국립신장재단(National Kidney Foundation)에 따르면, 신장 기능이 약한 환자가 조영제를 투여받으면 신장 손상이 악화되거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욜란다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신장병 환자는 조영제를 맞으면 안 된다고 나와 있다”라며, "이런 의학적 판단이 중요할텐데 병원 측의 사전 확인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진이 엄마의 병력을 미리 확인했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스캔실에 에피펜(EpiPen, 응급 알레르기 치료제)조차 없었다는 점도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병원 측의 대응 미흡… 10개월 동안 기다린 부검 결과
이본의 사망 후 10개월이 지나서야 유가족은 부검 보고서를 통해 사인이 조영제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고서에는 "심정지의 명확한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CT 스캔 중 조영제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이 크다"라고 기록돼 있었다. 병원 측은 아나필락시스를 확인할 수 있는 ‘트립타제(Tryptase)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트립타제 검사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효소 수치를 측정해, 환자가 급성 알레르기 반응을 겪었는지 판단하는 핵심 검사다.

이에 대해 욜란다는 “단순한 검사에서 사람이 사망해서는 안 된다”며, “조영제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고,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 사과… 곧 검시 심리 진행 예정
노샘프턴셔 대학병원 최고 간호책임자 줄리 호그는 성명을 통해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검시관과 협력해 관련 진술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유가족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고 밝혔다.

한편, 노샘프턴셔 검시소는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검시 심리(inquest) 일정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CT 스캔 및 MRI 검사에서 조영제 사용에 대한 보다 철저한 사전 검사 및 응급 대응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영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장질환 두가지 

미국 국립신장재단에 따르면 조영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장 질환은 두가지가 있다. 조영제 유발 신병증(Contrast-Induced Nephropathy, CIN)과 신장성 전신 섬유증(Nephrogenic Systemic Fibrosis, NSF)이다.

조영제 유발 신병증 = CIN은 매우 드문 질환으로, 특정 조영제 사용으로 인해 신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조영제 투여 후 48~72시간 이내에 신장 기능이 급격히 감소하며, 신장 질환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CIN의 주요 증상으로는 극심한 피로감, 식욕 저하, 발과 발목의 부종, 눈 주변의 부기, 건조하고 가려운 피부 등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CIN은 가역적이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는 CIN이 심각한 신장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나아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CT 스캔이나 혈관조영술에서 사용되는 조영제는 대부분 안전하지만, 전체 환자의 약 2% 정도에서 CIN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뇨병, 심혈관 질환 병력, 만성 신장 질환(CKD)이 있는 환자들은 CIN 발생 위험이 더 높다.

신장성 전신 섬유증 = NSF는 심각한 피부 및 내부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드문 질환으로, MRI 검사에서 사용되는 가돌리늄(Gadolinium) 함유 조영제와 관련이 있다. NSF는 주로 말기 신장 질환(Advanced CKD) 환자에서 발생하며, 급성 신장 손상(AKI) 환자에서도 발생 위험이 높다.

NSF의 발생률은 말기 신장 질환 환자의 약 4%에서 보고되며, 경미한 신장 손상이나 정상적인 신장 기능을 가진 환자에서는 NSF 발생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 이 질환은 심각한 통증과 신체적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장애를 유발하거나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NSF의 주요 증상으로는 피부의 화끈거림과 가려움, 붉거나 어두운 반점, 관절 강직, 근육 약화 등이 있다. 이 질환은 조영제 노출 후 24시간 이내부터 최대 3개월 이내에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영제 관련 신장 질환은 드문 편이지만, 신장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CT 스캔 및 MRI 검사 전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조영제 사용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CT 스캔 및 조영제 사용 시 △신장 질환, 갑상선 질환,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환자는 반드시 사전에 병원에 알릴 것 △조영제 사용 시 알레르기 반응 위험이 있으므로,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 후 결정할 것 △병원 측은 응급 대비책(에피펜·응급 카트)과 트립타제 검사 시행 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것 등의 주의사항을 숙지해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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