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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기기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기술 의료기기(드 노보, De Novo)’ 승인을 받은 리센스메디컬이 “혁신 신약의 허가에 비견될 성과”라며 자사 기술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리센스메디컬은 자사의 안과용 접촉식 냉각마취기기 ‘오큐쿨(OcuCool)’이 FDA 드 노보 승인을 획득했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의료기기가 해당 승인을 얻은 것은 오큐쿨이 처음이다.
드 노보는 비슷한 선행기술이 없는 신기술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패스트트랙 허가제도다. 이전 레퍼런스가 없이 처음으로 사람에게 적용하는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FDA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얻을 수 있다.
오큐큘은 급속냉각 기술로 눈을 마취하는 장비다. 시력 회복을 위해 진행하는 유리체 내 주사(IVT) 시술 때 환자의 마취에 사용된다. 기존 화학마취제는 주사 뒤 결막 전체로 마취가 나타날 때 까지 최대 15분이 걸리는 데 비해 오큐쿨은 10초 이내로 마취가 가능하다.
김건호 리센스메디컬 대표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오큐쿨의 드 노보 승인 획득은 당사에게 역사적인 사건임과 동시에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기술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고령화의 영향으로 실명을 유발하는 망막질환자 비율이 점차 늘어나면서 시력 회복을 위한 IVT 시술 건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해 약 1000만 건의 시술이 진행됐을 정도다. 글로벌 조사기관 QY리서치는 IVT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3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김 대표는 “IVT 시술을 위해서는 환자의 안구가 멸균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시술 내내 소독제인 포비돈을 발라야 한다”며 “이것이 환자에게 통증과 불편을 유발하기 때문에 시술 시간 단축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큐쿨을 활용했을 때 IVT 시술에 걸리는 시간은 마취부터 주사까지 약 50초다. 화학마취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10~15분의 1로 시간이 단축되는 셈이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오큐쿨은 승인을 위한 임상에서 참여자의 80%가 재사용 의사를 밝혔을 만큼 높은 환자 선호도를 보였다.
오큐쿨이 미국에서 최초 승인을 획득한 만큼, 리센스메디컬은 내년부터 미국 시장 진출 및 제품 론칭, IPO 및 코스닥 상장 등을 준비할 계획이다. 또 오큐쿨을 통해 검증된 급속정밀냉각기술을 정비해 탈모 등의 질환이나 가정용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승인 이후에도 공급망이나 처방처를 확보하는 등 실제 임상 현장 진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궁극적으로는 아일리아 등 황반변성 치료제와 협업하는 것이 목표지만, 이를 위해 우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 경험을 쌓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