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환자 20%, 약 먹어도 효과 없어”…그 이유는?

“염증 없이 통증만 나타나”…현재의 약으론 염증을 잡아 통증 누그러뜨릴 수 없어

어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겐 약이 잘 듣지 않는다.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것은 염증 없이 통증만 나타나는 ‘염증-통증 단절’ 때문이며 그 원인은 유전자에 있다. 신약의 개발이 시급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중 일부는 강력한 성분의 약을 먹어도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한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약 20%는 염증이 없는데도 통증을 일으키며, 이 때문에 가장 강력한 항염증제를 여러 번 복용해도 증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팀은 염증 조직 제거를 위한 외과적 개입 과정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대부분은 관절에 염증이 생기며 이 때문에 관절 부위가 쑤시고 아프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일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관절에 염증이 없는데도 통증을 느끼며, 이는 특정 유전자(815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대부분 사이토카인, 브라디키닌, 프로스타노이드 등 면역세포의 산물이 관절을 감싸고 있는 연조직인 활막을 침범하고 통증 수용체에 결합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면역 매개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은 대부분 환자의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염증과 통증 사이의 단절’로 일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이런 약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다나 오렌지 임상 부교수(록펠러 분자신경종양학 연구소)는 “일부 환자는 관절을 완충하는 조직에서 감각신경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을 활성화하는 특정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유전자가 감각 신경을 재구성한다. 이 때문에 항염증제가 이런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25만 명…이 가운데 5만명은 비싼 약 먹어도 큰 효과 없는 셈

연구팀에 의하면 특정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관절을 손으로 누르면 푹신하고 두꺼운 느낌이 든다. 이는 면역세포가 침윤(염증이 조지, 세포에 침입함)돼 그런 게 아니다. 조직은 과도하게 성장해 활막이 얇지도 매끄럽지도 않지만, 염증은 없는 상태다. 현재의 류마티스관절염 약(항염증제)은 관절 주변 조직에 침투해, 부종과 통증을 일으키는 염증세포를 억제하는 데 쓰인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손목, 손가락, 팔꿈치, 무릎 등에 발생하는 자가면역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류마티스관절염은 까다로운 만성병이다. 뻣뻣함, 압통, 부기, 운동 제한, 통증 등 증상이 손, 손목, 발 등 관절에 서서히 나타난다. 증상은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양쪽 손 모두에서 증상이 발생하며 불규칙적으로 재발한다. 매우 심한 피로와 우울증도 흔하다.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약 25만 명으로 추산된다.

오렌지 부교수는 “많은 의사가 이런 환자에게 소염진통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효과를 볼 수 없는 시도다. 그 결과 일부 환자는 면역 억제를 일으키지만 증상을 개선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약물을 많이 투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연간 7만 달러의 비용(미국의 경우)을 들이지만 효과가 없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활막 섬유아세포 유전자 발현, 염증 없는 통증과 관련 있어”

연구팀은 통증은 있지만 염증이 거의 없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39명의 조직 검체와 자가 보고된 통증 보고서를 조사했다. 또한 ‘그래프 기반 유전자 발현 모듈 식별(GbGMI)’이라는 머신러닝 분석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RNA 시퀀싱(염기서열분석)을 이용해 조직 검체에서 발현된 유전자 1만5000개 중 약 2200개가 39명의 환자에서 더 많이 발현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GbGMI를 이용해 환자의 통증 보고와 관련된 유전자 815개를 확인했다. 또한 이들 유전자가 신경세포 축삭의 성장에 중요한 경로에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활막 섬유아세포 유전자 발현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감각신경 성장, 통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결과는 일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이상 징후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염증이 많지 않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위한 다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이번 결과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Synovial fibroblast gene expression is associated with sensory nerve growth and pain in rheumatoid arthritis)는 ≪과학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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