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음란 영상 봐야”…성범죄 수사하다 충격, 얼마나 심하길래

성기 노출, 강간 장면 등 반복적 시청 "힘들어요"

디지털 성범죄 수사관은 성착취물 수사를 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음란물을 시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정신적 충격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수 있다. 사진은 내용과 직접적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성범죄 수사관은 성착취물 수사를 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음란물을 시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심지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등 정신건강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이상진 교수팀(박장현 정보보안학과 대학원생)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사관은 음란물을 내려받아 개별 영상마다 주요 범죄 장면을 캡처하고 영상의 내용을 글로 작성한다. 성착취물의 경우 화질이 낮거나 소리가 불분명해 이를 식별하기 위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들여다봐야 한다.

이렇게 아동 성착취물이나 협박·강요물 등을 관찰할 때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을 호소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적으로는 적절한 치료와 훈련 휴식 등의 관리를 통해 수사관의 정신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팀은 2022년 2월 17일부터 22일까지 총 6일간 29명의 관련 업무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 대상자는 경찰 조직에서 수사, 분석 등의 업무를 맡고 있으며 수사경력은 △10년 이상 12명(41%) △3년 이상 10년 미만 15명(52%) △3년 미만 2명(7%) 2명)으로 구성됐다.

성착취물 시청 중 가장 불쾌감을 느끼는 부분은 △직접적인 성기 노출과 혈흔 등의 불쾌한 시각정보(55.2%, 16명)이며 △강간·폭력 등에 따른 상황 묘사(44.8%, 13명) 역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해결 방안의 하나로 성착취물에 ‘모자이크’를 하여 수사관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데, ‘성기와 심한 상처 등 자극적인 부분에 대한 모자이크’(75.9%, 22명)를 원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성착취물 조사를 위한 영상 플레이어의 기능으로는 △AI를 활용한 주요 범죄장면 식별 및 캡처기능(67.9%, 19명)을 최우선으로 꼽았고, 이어 △부분 모자이크 기능(39.3%, 11명) △화질개선 및 밝기 조정 기능(14.3%, 4명) △음성인식을 통한 자동 자막생성 기능(14.3%, 4명)을 뽑았다.

수사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는 ‘아동 음란물, 폭행, 강간 등 자극적인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한 명의 피의자가 대량의 성착취물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단기간에 많은 분량의 성착취물을 반복해서 봐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한 지원은 ‘마음동행센터’의 심리상담이 유일했다.

이번 연구 내용은 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가 발간하는 《디지털포렌식연구》 (제17권 제2호)에 ‘수사관의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성착취물 조사 체계’ 제목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 수사관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적절한 휴식, 심리상담 등을 통해 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주된 해결책으로 제시되었고 문제를 예방하려는 기술적인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면서 “이미지 식별이나 단순 반복 작업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으므로 성착취물 조사에 특화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의 사이버 성폭력 범죄 현황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반 음란물 1366건, 아동 성착취물 2623건, 불법촬영물 유포 842건’ 등의 범죄가 발생했다. 경찰청은 나날이 심각해지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3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4283명 규모의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전국 17개 광역지방청도 독립 수사본부를 편성하여 관련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총 2807건을 단속하여 3575명을 검거하고 245명을 구속했다. 이후 각 지방청에 설치된 ‘사이버 성폭력 전담수사팀’이 상시 단속 체계를 이어가고 있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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