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개혁 시작부터 갈등 야기…의대증원 협의체 구성해야”

의학한림원 "2000명 규모, 지나치게 서둘러 확정"...의사 부족 추계 연구 심층 분석

지난 13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필수 의료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 주제로 열린 제220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주제발표를 듣고 있는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1열 오른쪽). [사진=뉴스1]
의학 분야 국내 원로와 권위자들이 모인 석학 단체인 의학한림원이 정부가 “의료개혁 시작 단계부터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 과정에서 연구 근거를 치우쳐서 선택하고 지나치게 서둘러 확정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22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정부가 ‘2035년까지 의사 1만명 의사 부족’의 근거로 제시한 세 연구 보고서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발표했다.

의학한림원은 “다른 의료개혁은 아직 시작단계에 머무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5년간 매년 의대 정원 2000명씩을 증원하는 정책을 지나치게 서둘러 확정하려 한다”면서 “근거의 편향된 선택과 해석 과정, 의료계와의 형식적 소통, 졸속 교육현장 조사, 교육현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에 심히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의학한림원이 일관되게 주장했던 요청을 정부가 수용해달라고도 촉구했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주기적인 평가를 거치며 △필요하면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는 유연성을 확보한 정책을 △정부-국민-의료계가 구성하는 건강한 거버넌스(협의체)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에, 의학한림원은 정부가 의대증원 정책의 근거로 제시하는 연구용역 보고서 3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결과 의견을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는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교수(2020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박사(2023년) 등이 미래 의사인력 혹은 보건의료인력을 추계한 연구 결과다.

의학한림원은 “중립적 가치를 지향하는 의학석학단체로서 이들 보고서의 의미와 해석에서 주의할 점들을 사회에 알릴 필요를 느꼈다”면서 “2월 23일부터 한 달간 전문가들의 검토와 토론을 통해 (도출한) 결과를 국민들께 전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의학한림원이 한 달간 검토한 결과를 정리하면 크게 여섯 가지의 결론이 나온다.

▶미래 의사인력 수요는 정확한 추계가 불가능한 연구 영역이지만, 대체적인 흐름을 가늠해보는 것은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준다.

이들 연구는 수행 당시 예측하기 어려웠던 사회·경제·기술적인 미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기에 연구 범위를 한정한다. 따라서, 의사인력 장기 계획을 수립할 땐 보고서의 내용을 참고할 순 있으나 실제 정책 결정 땐 더 많은 중요 요인들을 반영해 정교하게 추계치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

국내 의사인력 부족은 일시적 현상으로 향후엔 의사인력 과잉 상태도 예측했다. 그렇기에, 의사 과잉으로 인한 과도한 의료비 상승을 피하려면 의사 수 축소를 결정할 시기도 다가온다.

▶정부는 인용 과정에서 보고서의 절대 수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다. 대략적 흐름을 연구한 내용으로 정확한 수치로 적용할 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향후 국내 인구의 연령구조 변화에 따라 의사인력 수요도 변한다는 점을 정책에 고려하지 않았다.

▶사전대비 없이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렸다. 특히, 향후 의대 정원을 감축할 시기에 나타날 사회적 갈등을 예방할 방안이 없다.

따라서, 의학한림원은 “세 연구보고서 책임저자들이 간담회 등에서 ‘매년 2,000명씩 5년간 의대를 증원하는 근거’로 쓰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면서 “그럼에도 ‘의사 1만 명 부족’에 대해 (언론 등은) 모두 ‘진리’로 수용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줬다”고 말해 연구를 왜곡해 수용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22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공개한 ‘2035년까지 의사 1만명 의사 부족’의 근거로 제시한 세 연구 보고서에 대한 검토 의견서’ [자료=의학한림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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