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잡은 GLP-1 작용제, 어디까지 확장할까

하이투자증권 "당뇨·비만 등 6가지 질환 효능 확인... 한미약품 주목"

위고비 [사진=노보 노디스크]
하이투자증권이 최근 비만치료제로 주목을 받고 있는 GLP-1 작용제의 확장성에 주목했다.

20일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안에 파이프라인: 확장성의 가치’라는 보고서를 통해 “빅파마의 모든 블록버스터가 높은 수익성을 제공하지만, 메가블록버스터는 질병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의미를 갖는다”며 확장성의 중요성을 조명했다.

장 연구원은 GLP-1 작용제에 주목했다. GLP-1은 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의 한 종류로 체내 대사를 조절하지만, 반감기가 2분 정도로 짧다. GLP-1 작용제는 이런 GLP-1을 모방한 약물로 체내에서 작용하는 시간을 연장한다. 인슐린 분비를 통해 혈당을 낮추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처음 2형 당뇨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GLP-1 작용제가 비만치료제로 쓰이게 된 원리다.

장 연구원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기존 비만치료제는 정신신경계 부작용으로 장기처방이 불가했고, 첫번째 GLP-1 작용제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는 매일 투여해야 했다”며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을 이끌고 있는 두 GLP-1 작용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젭바운드(티르제파티드)’는 체중감량 효능과 주 1회 투여의 편의성을 갖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GLP-1 작용제는 비만 뿐 아니라 만성신질환, 심부전, 심혈관 질환 등에서도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다. 체중 감량을 통해 다수의 질병을 예방 또는 치료한다.

노보노디스크는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 ‘SELECT’ 진행했다. 주 1회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결과 심혈관계 이상, 심근경색, 뇌졸증 등으로 인한 사망률을 20% 줄였다. 지방 감소가 체내 만성염증을 개선해 위험인자를 줄인 것. 노보노디스크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적응증 확장을 위한 허가를 신청했다. 일라이 릴리도 티르제파타이드의 심혈관계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적 이상으로 신체에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병으로 환자의 80% 이상이 비만 또는 과체중으로 알려졌다. 노보노디스크의 임상 3상 ‘STEP-HFpEF’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의 심부전 증상 개선 효능이 확인됐다. 환자들의 삶의 질 뿐 아니라 염증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 소규모 임상이라 추가 시험이 필요하지만, 증상 개선을 바탕으로 신약 승인 신청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게 장 연구원의 설명이다.

GLP-1 작용제에서 확장이 기대되는 적응증으로는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가 있다. 올해 3월 마드리갈의 ‘레스메티롬’이 첫번째 MASH 치료제로 FDA의 승인이 예상됨에 따라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GLP-1 작용제는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MASH의 발병 과정 때문에 치료제로 주목 받던 약물이다. 현재 약 20여 개 GLP-1 작용제가 MASH 치료제로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장 연구원은 “현재 GLP-1 작용제의 임상적 효능이 확인된 질환은 당뇨와 비만을 포함해 6가지”라며 “이 외에도 골관절염, 수면무호흡증, 말초동맥질환 등 6가지 이상의 추가적인 질환에서 임상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GLP-1 작용제는 의약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약물 계열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며 “적응증 확장을 통해 하나의 의약품이 갖는 가치를 파악하기 좋은 영역”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한미약품을 주목할 기업으로 꼽았다. GLP-1 작용제 개발에 전문성을 갖춘 기업이라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비만 치료제 GLP-1·GIP·글루카곤 삼중 작용제 ‘HM15275’을 개발하고 있다. 2025년에는 MSD에 수출한 MASH 파이프라인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2b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 연구원은 “한미약품의 삼중 작용제는 올해 6월 미국당뇨학회에서 전임상 효능 결과 발표가 예상된다”며 “리타트루타이드(젭바운드 후속약) 이상의 효능이 확인된다면 조기 기술 이전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하이투자증권은 한미약품 투자의견을 매수, 목표주가를 41만원으로 제시하며 커버리지를 개시했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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