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승인될 신약 중 뭐가 제일 잘나갈까

이벨류에이트 보고서...조현병·치매·NASH 치료제가 상위에 랭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승인이 기대되는 신약 중 조현병 치료제가 향후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존에 없었던 작용 방식으로, 표적 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점유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약물 치료법이 부족했던 알츠하이머 치매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분야에도 표적 치료제 등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최근 글로벌 제약산업 분석 업체인 이벨류에이트는 연례 신약 예상 보고서(Evaluate’s annual preview report)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매년 허가를 앞둔 신약들의 5년 뒤 예상 매출액을 분석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올해 보고서에서는 글로벌 빅파마들을 제치고 신생 바이오기업인 카루나 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가 개발한 조현병 치료제가 1위에 올랐다. 카루나는 조현병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중소 바이오기업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작년 말 다국적 제약사 BMS가 140억 달러(약 18조7000억원)를 투입해 카루나를 인수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거래의 중심에는 조현병 치료제 ‘KarTX’가 있었다. 이 약물은 조현병 분야 M1/M4 무스카린 수용체를 직접 겨냥하는 최초의 표적 치료제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KarTX의 2028년 매출액을 28억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3조7800억원)로 예상했는데, 이는 올해 승인을 앞둔 신약 가운데 가장 높다.

카루나는 작년 9월 임상 3상 결과를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KarTX의 신약 승인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다. 현재 조현병 외에도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는 정신병 치료제로 추가 임상 평가가 진행 중이며, 약물의 최종 시판 허가 여부 결정은 올해 9월25일 나온다.

이어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이 예상 매출액 22억 달러(약 2조9300억원)로 2위에 랭크됐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의 서막을 알린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과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에 이어 강력한 효과를 보고한 신약이 도나네맙이다.

도나네맙은 앞선 치료제들에 비해 시장 진입이 늦은 상황이지만, 효과만 놓고서는 가장 강력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작년 5월 공개된 임상에 따르면, 도나네맙은 위약(가짜약)과 비교 시 인지기능 저하를 35% 늦췄고, 치매의 진행 위험도 39% 감소시켰다. 이는 레켐비가 위약과 비교해 인지기능 저하를 27% 줄인 것에 비해 우월하다. 다만, 이들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약들에서 문제가 되는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부작용 이슈는 넘어야 할 산으로 분석했다.

예상 매출액 3위는 바이오기업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의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레스메티롬’이 21억 달러(약 2조8000억원)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비만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NASH는 오랜 기간 치료제 진입이 늦어져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시장이다. 간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와 간경변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으로도 손꼽히는데, 지난 5년 동안 여러 신약 후보물질들이 최종 임상평가에 실패하며 개발이 부진한 상황이다.

마드리갈이 개발한 THR-β 작용제 레스메티롬은 올해 승인이 유력시된다. 오는 3월14일 FDA의 우선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2022년 12월에 발표된 임상 3상 결과는 긍정적이다. 이 연구에서 레스메티롬 80mg 용량을 복용한 환자의 26%, 100mg 복용 환자의 30%가 각각 염증 등을 포함하는 NASH 활성도 점수가 2점 이상 감소하고 간 섬유화가 악화되지 않는 등 성공적인 치료 결과를 보고했다.

2028년 예상 매출액 20억 달러(약 2조6700억원)로 4위를 차지한 MSD의 폐동맥고혈압(PAH) 치료제 ‘소타터셉트(Sotatercept)’는 작년 승인이 예상됐지만, 심사 일정이 뒤로 밀리며 올해 3월26일 허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소타터셉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치료제들과는 차별화된 작용 방식에 있다.

기존 약물들이 폐혈관을 열어주는 혈관 확장제인 것과는 달리, 소타터셉트는 질병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 단백질(액티빈 수용체 IIA-Fc 융합 단백질)에 직접 작용한다는 점이다. MSD가 소타터셉트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바이엘과 함께 개발한 가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sGC) 촉진제 ‘아뎀파스(성분 리오시구앗)’에 더해 PAH 치료제 제품군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 18억 달러(약 2조4000억원)로 5위에 오른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DXd)’은 글로벌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가 맞손을 잡고 개발 중인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최근 항암제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분야가 약물 전달 효율을 끌어올린 ADC 치료제인데, 이 약물은 1세대 ADC 치료제인 ‘엔허투’를 상용화시킨 두 회사가 협업을 통해 개발 중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두 회사는 현재 수십억 달러 자금을 투입해 시장 규모가 큰 비소세포폐암 및 유방암 허가 신청을 위한 엔허투2.0(Enhertu 2.0)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이와 관련해 호르몬수용체(HR) 양성 및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발현이 낮은 유방암 환자 또는 음성 유방암 환자에 처방 승인을 받을 경우, 허가를 먼저 받은 길리어드의 ‘트로델비’와 경쟁하게 된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상위 5개 품목에 이어 △브릿지바이오파마의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성 심근병증(ATTR-CM) 치료제 ‘아코라미디스’ △모더나의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mRNA-1345’ △이뮤니티바이오의 비침윤성 방광암 치료제 ‘안크티바(Anktiva)’ △베로나파마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엔시펜트린(Ensifentrine)’ △게론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치료제 ‘이메텔스타트(Imetelstat)’ 순으로 6~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원종혁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