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당에 오래 시달릴수록?… ‘젊은 당뇨’ 어떻게 몸 망가뜨리나

[한국인의 만성질환] 당뇨병은 노인병이다?

당뇨병은 35세 전후부터 시작해 나이 들수록 더 많이 걸린다. 65세 이상 노령층의 약 26%가 이 병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20~30대 당뇨병 증가세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유전적 요인도 일부 있다지만, 과체중 또는 비만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비만인 20~30대 젊은이가 당뇨병에 걸리는 비율이 더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 2006년에 51.4%였다 2015년엔 72.4%까지 높아졌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금은 더하다. 대한당뇨병학회 팩트시트(Fact Sheet)엔 2020년 20대 당뇨병 유병률이 0.7%, 30대 유병률이 4.4%나 된다고 나와 있다. 특히 당뇨병이 곧 본격화될 것임을 알려주는 당뇨 전(前)단계 유병률도 각각 16.6%, 30.8%나 되는 것을 보면 이들 젊은 비만인구의 증가는 당뇨병 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를 봐도 2020년 30대 당뇨병 환자는 이미 12만 명을 넘어섰다. 4년 전보다 25.5% 늘어난 것. 20대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47%가 늘었다. 일반적인 성인 당뇨병 연평균 증가율 4.9%에 비해서도 아주 높다.

당뇨병을 ‘노인병’이라 부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2020년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당뇨병 인구가 610만명을 넘어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젊은 당뇨병 환자는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장·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각종 합병증이 생길 위험도가 훨씬 더 커지고, 질환의 심각성도 깊어진다.

그래서 조기 사망의 위험도 더 커진다. 또 가임 여성인 경우엔 자궁 안의 환경을 나쁘게 해 유산, 조산 등 임신 후유증 위험도 높인다.

당뇨병이 생긴 시기가 이를수록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치료를 해도 예후가 더 나쁘다는 얘기다. 고혈당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더 빨리 나빠지고, 비만까지 있는 경우 간이나 말초신경 등 체세포의 인슐린 저항성은 더 심해진다.

암, 더 잘 생긴다

당뇨병이 어린 나이에 생길수록 그 합병증은 더 공격적이다. 미국당뇨병학회(ADA)의 ‘당뇨병치료(Diabetes Care)’ 최신호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T2DM)으로 진단 받을 당시의 연령이 낮을수록 나중에 암이 생길 확률이 높아졌다.

리옌윤 연구팀(상하이 질병통제예방센터)이 중국 상하이 T2DM 환자 42만 8568명을 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우리와 인종적, 사회경제적 특성이 비슷한 만큼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
(* Association Between Age at Diabetes Diagnosis and Subsequent Incidence of Cancer: A Longitudinal Population-Based Cohort)

연구팀에 따르면 20~54세에 당뇨 진단을 받은 그룹의 암 표준화발생률(SIR)이 1.48로 전체 평균 1.10보다 크게 높았다. 반면, 그보다 나이가 많은 당뇨환자의 암 표준화발생률은 조금씩 떨어졌다. 55~59세는 1.30, 60~64세는 1.19, 65~69세는 1.16 등. 그 이후부턴 평균보다 더 낮았다.

이들에게 생긴 암은 다양했다. 호흡기암, 대장암, 위암, 간암, 췌장암, 방광암, 중추신경계암, 신장암, 담낭암 등 부위별 암은 물론 림프종에 이르기까지. 당뇨병 진단 연령과 암 발생 사이의 높은 관련성은 남자와 여자 상관없이 다 비슷했다.

심혈관질환 위험, 더 커진다

서울대병원 곽수현 박경수 교수팀(내분비대사내과)은 영국 바이오뱅크 코호트에 등록된 당뇨병 환자 1만 2321명 유전자를 분석해봤다. 젊었을 때의 당뇨병 발병에 유전적 요인이 있다면, 그 유전적 요인이 심혈관질환 합병증 위험도 높이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그랬더니 실제로 당뇨병 진단 연령이 10년 빨라질 때마다 관상동맥질환 위험비(HR)가 14%나 커졌다. 30대 당뇨병 그룹의 위험도(2.25)는 60대 그룹 위험도(1.30)보다 1.73배 높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산과 조산, 늘어난다

미국당뇨병학회(ADA) 투데이(TODAY)연구그룹 킴벌리 L. 드류(Drews)연구팀이 지난 2022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41명 여성이 최대 15년 동안 보고한 260건의 임신을 살펴보니 임신 중 유산 25.3%, 조산 32.6%가 생겼다.
(* Pregnancy Outcomes in Young Women With Youth-Onset Type 2 Diabetes Followed in the TODAY Study)

또 35%에선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까지 발생했다. 신장병은 25%에서 나타났다. 즉, 임신 전, 또는 청소년기에 제2형 당뇨병이 발병한 젊은 여성들은 산모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더 빨리 생긴다

어린 나이에 발병한 제2형 당뇨병은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순환기 계통 질환도 더 빠르게 생기게 한다.

특히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경우, 26세가 되면 약 3분의 2가 고혈압을 앓기 시작했다. 또 50% 이상이 이상지질혈증, 망막병증, 신장병을 앓았고, 1/3은 신경병증을 앓았다.

“2030세대 당뇨병 인식과 관리 수준, 너무 미흡”

대한당뇨병학회(이사장 원규장) 등 우리나라 당뇨병 전문의들은 “2030세대의 당뇨병 인식과 관리 수준이 너무 미흡하다”고 안타까워 한다.

실제로 이들이 지난해 11월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을 앞두고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2030세대의 89.5%, 즉 거의 대부분이 “당뇨병의 심각성을 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중 60%는 자신의 공복혈당, 식후혈당 수치를 전혀 몰랐다. 또 하나의 중요한 진단기준 ‘당화혈색소’에 대해선 73%가 몰랐고, 당뇨병 고위험군(群)이라 할 ‘당뇨병전단계’가 뭔지 모르는 2030도 54%가 넘었다.

현재 당뇨병이 없는 이들은 자신도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당뇨병 걱정만 하지, 막상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인 행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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