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라 우습나요?”…일가족 죽음 몰아넣은 1형 당뇨병은?

김미영 대표 "사람들 오해 많아...중증난치병으로 인정돼야"

1형 당뇨는 2형 당뇨와 완전히 다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형 당뇨병 환우나 가족들은 아마도 아마도 한 번씩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봤을 것 같아요. 저도 그랬구요.”

9일 충남 태안에서 일가족 사망 사건 일어났다. 유서에는 “딸이 아파해서 마음이 아프고, 경제적 어려움도 크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목숨을 잃은 8살 아이가 앓고 있던 병은 1형 당뇨병이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많은 분들이 이번 사건을 안타깝게 여기셨겠지만, 세상을 떠난 가족들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환우회 회원들이 받은 충격은 유독 크다”고 말했다.

부모 손으로 매일 놓는 주사…”죄책감 시달리는 경우 많아” 

김 대표는 “당뇨병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그런지, 1형 당뇨병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이번 사건 댓글에도 식이조절하고 운동하면 되지 왜 나약하게 목숨을 버리냐는 말들이 있었다. 그러나 1형 당뇨병은 그렇게 조절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다. 때문에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운동이나 음식 혹은 약물로 조절되는 2형 당뇨병와는 완전히 다르다. 혈당 측정이나 인슐린 주사에 대한 교육이 필수다. 식단과 운동도 까다롭게 관리해야 한다.

아이가 1형 당뇨병에 걸리면 부모는 아이에게 매일 주사를 놓는다. 혈당 체크도 꾸준히 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경험과 교육이 필요하다. 실수하면 아이의 혈당이 롤러코스터를 탈 수도 있다. 자기 손으로 아이를 고통 속으로 밀어넣게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1형 당뇨병 자녀의 부모는 죄책감에 빠지기 쉽다. 특히 진단 초기에는 더욱 그렇다. 자신때문에 힘들어하는 자식을 보는 것을 잘 견딜 부모가 얼마나 될까”라고 말했다. 이어 “투병하는 아이도 힘들지만, 지켜보는 부모 역시 무너지기 쉽다. 우울증에 걸려서 안좋은 선택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태안에서 목숨을 잃은 가족도 아이가 1형 당뇨병을 진단 받은 지 8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췌도부전으로 불렸으면…”중증난치병 인정필요해” 

이번 사건은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1형 당뇨환자 지원책이 나온 지 얼마 안돼 벌어진 사안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제30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소아·청소년 정밀 인슐린 자동주입기 본인부담률을 30%에서 10%로 줄였다. 건강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모성 재료 기본형 기준액도 높였다. 1형 당뇨병에 걸린 자녀를 둔 부모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이번 사건 이후 복지부는 11일 “일가족의 명복을 빈다”면서 “건강보험 지원 시점을 한 달 앞당겨 2월 말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와 환자들은 환영하지만 충분한 지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신 평생 앓아야 하는 1형 당뇨병을 ‘중증난치질환’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체 환자 중 성인 비중이 90%이며, 상급종합병원 이용 부담도 여전히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1형 당뇨병은 1차 진료기관에서 진료하기 힘든 병이다. 이번에 비극을 맞이한 가족도 충남 태안에서 서울대 병원까지 진료를 다녔다고 들었다. 기기 사용이나, 식단, 운동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곳은 상급종합병원 정도밖에 없다. 당뇨는 특히 합병증을 추적 관찰해야 한다. 안과, 신장내과 등에서 협진이 필요해 환자들은 주로 상급종합병원을 찾을 수 밖에에 없다”고 강조했다.

1형 당뇨병이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급종합병원에서의 본인 부담금이 60~70% 수준이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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