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분야서 글로벌 빅파마 제치고 세계1위 오를 것”

[헬스케어 기업탐방 1] 인투셀

인투셀 박태교 대표 [사진=장자원 기자]
“인류는 좋은 점이 하나라도 있는 것은 절대로 방치하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마비 효과를 가진 보툴리눔 톡신도 결국 피부 미용에 쓰이지 않나. 인투셀의 플랫폼도 절대 인류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라고 본다.”

박태교 인투셀 대표의 표정에선 진지함이 묻어나왔다.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우직했다. 자사의 플랫폼을 인류가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서울에서 고속도로로 두 시간을 꼬박 달려 도착한 대덕연구단지 초입에 위치한 인투셀 본사는 잘 정비된 2층 건물이었다. 바이오·화학 기업이라면 으레 한쪽 벽면 칠판에 어지럽게 분자식이 적혀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깨끗하고 깔끔했다.

곳곳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저온을 유지하는 연구실 특성 때문에 흰색 가운 안에 두꺼운 후드티를 받쳐 입은 젊은 연구원도 보였다. 그들을 지나 체크무늬 셔츠 차림의 박 대표를 마주했다.

임직원 41명…550억대 누적 투자 유치

인투셀은 현재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인 항체-약물 접합(ADC) 플랫폼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ADC는 대표적인 표적항암제로, 암세포가 아닌 정상 세포도 공격하는 기존 화학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암세포 표면에서 흔히 발견되는 항원을 찾아내는 항체(Antibody)와, 암세포에 작용하는 약물(Drug)이 붙어있는 구조다. 쉽게 말해 항체가 찾아낸 종양을 약물이 죽이는 것이다.

집계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작년 기준 글로벌 ADC 시장은 8조~1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러한 흐름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종근당, 동아에스티,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에이비엘바이오 등 국내 기업들도 ‘ADC’를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개발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 외에 자체 기술력을 앞세워 ADC 개발 경쟁에 뛰어든 또다른 기업이 인투셀이다. 연구개발(R&D) 전문 벤처인 인투셀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ADC 항암제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박태교 대표는 미국 MIT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LG생명과학 기술연구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수석부사장 등을 지낸 바이오 전문가다. 30여년 연구 경력 동안 서른 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인투셀은 이미 기존 기술 대비 높은 범용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이를 무기로 약물 접합체 분야 최고 기업이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투셀은 지난 2020년 약 34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포함해 누적 554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두 건의 국가신약개발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인투셀의 차별점은 독자적 ‘링커 기술’에 있다.

인투셀 연구원들이 현장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자원 기자]
ADC 기술의 우위를 판가름하는 것은 항체와 약물을 어떤 방법으로 붙이느냐다. 항체와 약물을 바로 접합하면 될 것 같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링커’라는 일종의 연결고리를 준비하고 링커의 앞쪽에는 항체를, 뒤쪽에는 약물을 붙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선두기업 美시젠보다 기술적 우위 자신”

링커와 항체를 붙이는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7가지 이상이 개발되어 있다. 문제는 링커와 약물을 붙이는 부분이다. 약물이 암세포에 도달할 때까지는 링커에 잘 붙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암세포에 도달한 뒤에는 적절한 속도로 끊어져야 한다. ‘잘 붙어 있되 잘 분리돼야 하는’ 상반된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에 난이도가 높다.

이 부분에선 전세계 바이오기업을 통틀어 시젠(Seagen. 나스닥 상장사)이 유일한 범용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시젠은 ADC 플랫폼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화이자가 약 56조원 규모로 인수했다.

인투셀은 시젠의 기술적 한계를 보완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우수한 인력이다. 모두 41명의 임직원이 함께 하고 있으며, 이 중 석박사 연구인력만 30명이 넘는다.

박 대표는 “시젠의 접합 기술에 비해 당사의 기술이 우위성이 있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시젠의 기술은 아민 계열의 약물 접합에 특화되어 있는데 인투셀의 접합 기술 ‘오파스(OHPAS)’는 아민 계열은 물론 페놀 계열 약물까지 붙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페놀 계열 약물에 효과가 더 뛰어난 사례가 많다”며 “응용성이 더 높은 ‘상위호환’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인투셀은 이 링커 플랫폼 기술 수출을 통한 수익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인력과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투입하기 위해 ‘잘 하는 것’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올해 중으로 목표하고 있는 IPO(기업공개)가 마무리되면 기술이전 논의가 더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박태교 대표와의 일문일답.

– 최근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ADC 플랫폼이 주목받는 이유는?

“ADC의 약점을 해결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ADC 링커에 붙는 약물은 강한 독성을 가지는데, 이 독성이 정상세포에도 조금씩 들어가는 문제가 있었다. ADC 분야 기술 진전을 더디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이를 독성이 약한 약물 여러 개를 붙여 해결한 것이 그 유명한 다이이찌 산쿄의 ‘엔허투’다. 기존의 면역 관문억제제나 세포 치료제가 한계를 가지던 고형암에 효과적이라는 점도 ADC 치료제가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최근에는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ADC 계열 약물 개발에 글로벌 빅파마가 앞다퉈 뛰어드는 상황이다.”

-인투셀은 약물의 독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강한 독성을 가진 약물 두 개를 붙이되, 정상세포로 침투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약물과는 별도로 물성을 향상시키는 그룹(모디파잉 그룹, MG)을 추가했다. 이렇게 하면 약물의 독성이 정상 세포로 들어가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자체 기술은 ‘PMT(Payload Modification Technology)’라는 이름으로 특허 출원한 상황이다.”

“범용성 확보…2030년대 신약 10건 개발 목표”

– 지난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체결한 공동연구 계약이 주목받았다. 어떤 부분에서 협력하게 되나?

“앞서 ADC 약물의 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이이찌 산쿄와 인투셀의 접근 방식이 달랐다고 얘기했는데, 사실 약한 약물 여러 개를 사용하는 다이이찌 산쿄의 방식을 우리도 할 수 있다. 독성이 약한 약물을 여러 개 접합하는 기술을 인투셀 링커에 최적화했다. 이를 ‘넥사테칸’ 약물이라고 하는데,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제공할 기술이 바로 이것이다. 인투셀은 링커와 약물을 제공하고, 여기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대 5개의 암을 타겟하는 항체를 접합해 ADC 항암제를 만드는 방식으로 협력하게 된다. 자세한 연구 기간이나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고무적 연구 결과가 나오면 기존 계약에 따른 옵션 행사나 추가 라이선스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자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B7-H3 항원을 타겟하는 항체와 듀오카마이신 약물을 붙인 고형암 대상 파이프라인이 현재 전임상 단계에 있다. 올해 하반기에 임상계획신청(IND) 후 실제 임상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전임상 데이터가 기존 약물 대비 확실한 우위를 보여줘 기대해볼 만하다. 다만, 현재는 인력과 자본 투입에 한계가 있어 자체 신약 개발은 플랫폼 개발만큼 속도를 내고 있지는 않다. 인투셀의 가장 기본 수익 모델은 링커 플랫폼 기술을 계속 수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제약사들이 각자 항체를 붙여서 원하는 암종을 타겟하는 항암제를 만들면 된다. 인투셀이 자체 개발 진도를 나가는 파이프라인은 앞으로도 1~2개 정도로 제한할 예정이다.”

-단기적인 목표나 롤모델은 무엇인가?

“시젠은 거대한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선발 주자다. 분명한 기술적 이점을 가지고 있고, 시장도 이를 인정했다. 인투셀 역시 롤 모델을 시젠으로 삼고 있다. 시젠이 그랬듯이 처음에는 플랫폼 기술을 수출하고, 기술적으로나 실적으로나 충분히 데이터가 모이면 2030년대부터는 신약 자체 개발도 가능할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IPO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1분기 중 기술성 평가를 앞두고 있다. IPO에 성공하면 당사 기술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더 활발한 기술 수출 논의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내부에서 중장기적으로 내건 목표는 ‘2030년대 10-10 달성’이다. 인투셀의 ADC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신약 10건을 배출하고 시가총액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독창적 기반 기술로 OHPAS, PMT 등 다수의 특허를 확보한 상황이라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투셀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은?

“ADC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되는 것이다. 다이이찌산쿄나 시젠 등 현재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ADC 기술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기업과도 싸울 무기가 있다. 범용성이다. 다양한 약물에 접합할 수 있고, 심지어 항암제가 아닌 치매 약이나 항생제에도 응용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있고 이를 실현할 기술적인 솔루션만 있다면 글로벌 빅파마보다 충분히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태교 대표가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인투셀]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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