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전염시켰다”…2살 여아 죽게한 ‘이 바이러스’는?

비둘기 배설물 등에 접촉 시 바이러스 감염...야생 조류 만지거나 분변 조심해야

최근 호주에서 두 살배기 아기가 비둘기 등 가금류를 통해 걸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다. 2주 동안 뇌 MRI 검사 결과, 좌측 전두엽 및 섬모 T2 신호 고강도가 증가하면서 괴사가 발전하고, 점진적이며 광범위한 염증 변화가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왼쪽) / journal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최근 호주에서 두 살배기 아기가 비둘기 등 가금류를 통해 걸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사건이 보고됐다.

7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미러 등에 따르면 호주 여아가 비둘기로 추정되는 가금류의 바이러스에 옮아 사망했다. 당시 백혈병 투병 중이던 이 아기는 2차 항암치료를 마친 상태였다. 아픈 사람이나 애완동물과 접촉하거나, 여행을 다녀온 적도 없음에도 아기는 3주 동안 몸살, 메스꺼움, 구토 등 감기 증상을 겪었다.

아기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간질 발작 증상까지 나타나며 악화했다. 결국 병원에 입원한 아기는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등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약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호주 의료진들은 유전체 분석 결과 아기가 비둘기 계통에 속하는 조류 바이러스인 APMV-1형에 전염된 것이라 보인다며 이같은 내용을 《신종 전염병 저널(journal 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최근 보고했다.

드물게 사람에게 감염, 대부분 결막염 정도지만 면역력 약하면 치명적 

APMV-1형은 조류 파라믹소바이러스(avian paramyxovirus, APMV)의 일종이다. 조류 파라믹소바이러스는 비둘기를 비롯 닭, 오리, 칠면조 등 가금류에게 질병을 일으킨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는 체중이 줄거나 녹색 배설물을 배출한다. 왼쪽으로 원을 그리며 걷기도 하고, 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조류간 감염됐을 때 치사율은 약 90% 이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는 산란율이 감소한다. 1926년 영국의 뉴캐슬 지역에서 처음 발견돼 ‘뉴캐슬병’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APMV-1형은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와의 접촉을 통해 인체 감염도 유발하는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APMV-1형에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이나 체액 등에 접촉하면 드물지만 사람에게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APMV-1형 인체 감염 사례는 1942년 호주에서 처음 보고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485건의 인체 감염 사례가 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8건은 영국에서 발생했다.

APMV-1형에 실제로 사람에게 감염되더라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감염된 사람들은 주로 가벼운 결막염 정도의 증상만 경험한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위 보고된 사례에서 아기가 어떤 경로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낮은 상태에서 감염돼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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