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의약품, 세계 최초 승인

영국 겸상적혈빈혈증과 베타지중해빈혈 치료제 캐스게비 승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세포의 DNA를 절단하거나 편집한 뒤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며 그 결과는 평생 지속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유전자 편집기술을 적용한 의약품이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승인됐다.

영국 의약품 및 의료제품 규제청(MHRA)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캐스게비(Casgevy)를 겸상적혈구빈혈(SCD)과 베타지중해빈혈(TDT) 2가지 난치성 혈액질환 치료제로 승인했다. 크피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적용된 의약품으로는 세계 최초라고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보도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12월초 이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겸상적혈구빈혈은 적혈구의 산소 운반 성분인 헤모글로빈을 비정상적으로 생성하는 결함있는 유전자로 인해 원형이어야 할 적혈구가 낫 모양(겸상)으로 형성되면서 발생한다. 세포 자체가 기형화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영국에서는 아프리카 또는 카리브해 혈통의 약 1만5000명, 미국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중심으로 10만 명이 이 병을 앓고 있다.

베타지중해빈혈도 역시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 중 베타글로빈의 문제로 생기는 질환이다. 정기적 수혈이 필요하다보니 환자 평균 수명이 55세에 머문다. 영국에서는 지중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출신인 약 1000명이 이 병을 앓고 있다. 두 질환 모두 골수(조혈모세포)이 거의 유일한 완치법이었다.

캐스게비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획기적 치료법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캐스베기는 환자의 골수 줄기 세포에서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편집해 제기능을 할 수 있는 헤모글로빈을 생성하도록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위해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여 실험실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세포의 DNA를 절단하거나 편집한 뒤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며 그 결과는 평생 지속될 수 있다. MHRA는 “치료받은 세포가 골수에 자리를 잡고 안정된 형태의 헤모글로빈으로 적혈구를 만들기 시작하는 동안 환자는 최소 한 달 이상 병원에 입원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겸상적혈구빈혈에 대한 캐스게비 임상시험에서 29명의 환자 중 28명은 치료 후 최소 1년 동안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통증을 경험하지 않았다. 베타지중해빈혈에 대한 임상시험에서는 42명의 참가자 중 39명이 카스게비 투여 후 최소 12개월 동안 적혈구 수혈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유전자편집기술 치료제의 가격은 엄청나게 비싸다. 버텍스의 최고운영책임자인 스튜어트 아버클 부사장은 영국에서 가격을 아직 책정하지 않았고 환자들과 대화해보고 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에 연간 30억 달러 정도의 비용이 드는 미국에서는 엄청나게 높은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에서 베타지중해빈혈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로 지난해 승인된 블루버드바이오의 ‘스카이소나(Skysona)’의 경우 환자 당 280만 달러(한화 36억 원)가 든다고 NYT는 소개했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가 약은 350만달러(약 45억원)로 책정됐던 CSL베링의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Hemgenix)’이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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