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R&D 투자 ‘으뜸’…36개 신약 명단엔 없네

헬스케어기업 비용진단 <3>

요즘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최고의 화제는 비만치료제다. ‘위고비’에 이어 ‘마운자로’도 체중 감량에 큰 효과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예고하고 있다. 당연히 이들 제품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돈방석에 올랐다.

위고비의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와 마운자로의 미국 일라이일리는 매출 증가와 더불어 세계 헬스케어 기업 시가총액 최고봉 자리를 다투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9월 유럽 증권시장에서 명품패션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시총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혁신적 연구개발(R&D) 투자가 빛을 본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만 국내 제약사들도 꾸준히 R&D 투자에 나서고 있다. 코메디닷컴과 코스트제로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1년간 10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한 제약사는 8곳에 이른다. 그중 GC녹십자가 1913억원을 쏟아부어 최고봉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페이증권에 제약업으로 분류된 166개사의 2022년 결산자료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헬스케어기업 비용분석 자료

◆ 주요 제약사 신약 2~3개씩  보유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66개 제약사가 쓴 경상연구개발비는 3조1091억원이다. 매출액(46조8241억원) 대비 6.64%다. 전년의 2조6654억원에 비해 16.6% 늘었다.

1913억원을 지출한 녹십자에 이어 종근당(1763억원), 대웅제약(1636억원), 한미약품(1543억원)이 선두권을 형성했다. 셀트리온(1397억), SK바이오팜(1254억원), 일동제약(1098억원), 유한양행(1071억원)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8강에 들었다.

녹십자는 매출액(1조7113억원) 대비 11.9%를 R&D에 썼다. 제약사 평균 비중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전년의 1460억원에 비해 31.0%나 늘렸다. 녹십자 경영진의 강한 연구개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요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북미지역에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면역결핍질환 치료제 ‘아이비 글로불린 SN’이 있으며, 헌터증후군치료제와 췌장암보조치료제, mRNA 독감백신 등 10여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선도적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막상 국산 신약개발 역사를 훑어보면 녹십자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999년 1호 국산 신약이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36개 신약이 나왔지만 녹십자가 개발한 제품은 없는 것이다.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등 상위 제약사들이 각각 2~3개 신약을 선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녹십자 측은 이에 대해 “희귀질환치료제를 중심으로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실험하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SK바이오팜 일동제약 HLB 등 두각

덩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개발비를 지출한 회사는 일동제약이다. 이 회사는 매출(6377억원)의 17.2%에 해당하는 1098억원을 R&D에 썼다. 지난 2018년 R&D 역량강화를 선언한 일동제약은 코로나치료제를 비롯해 당뇨병, 암 등을 겨냥한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신약 개발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가 출범했다.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제약사 가운데 매출 대비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쓴 기업은 녹십자와 일동제약을 포함해 모두 13곳이다.

이중 비중을 가장 크게 실은 곳은 SK바이오팜이다. 매출(2194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1254억원(58.3%)을 쏟아 부었다. 중추신경질환 분야와 항암제 등에 집중하고 있는 이 회사는 현재 뇌전증 치료제(카리스바메이트)에 대해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중이다. 뇌암치료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치료제, 조현병치료제 등도 임상 단계에 진입해있다.

매출 대비 10% 이상을 투자한 나머지 10곳은 HLB(24.4%), 한올바이오파마(15.0%), 신풍제약(14.5%), 동아에스티(13.9%), 대웅제약(12.9%), 부광약품(12.7%), SK바이오사이언스(12.7%), 종근당(11.8%), 한미약품(11.6%), 에스티팜(10.5%) 등이다.

매출 1000억원 이하 중소제약사 중에선 네오이뮨텍(433억원), 에이프로젠(385억원), 지놈앤컴퍼니(367억원), 메드팩토(319억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309억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1억원), 티움바이오(212억원) 등 10여개 기업이 1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들중 상당수는 기술특례 상장기업이며, 매출이 100억원 미만이다.

전반적으로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이지만 글로벌 신약을 내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 연구개발 투자비가 절대적으로 미약하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제약사가 투자한 금액이 3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인데, 글로벌 빅파마들은 1개사의 R&D 투자비가 연간 10조원을 넘나든다. 따라서 제약사 별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약, 개량신약, 바이오베터 등 적절한 연구개발 타겟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제약산업은 기본적으로 R&D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다만 3고(高) 등 어려운 상황에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라이센스 아웃, 공동개발 등을 통해 리스크를 나눠 미래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신약 개발이나 글로벌 진출에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R&D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헬스케어기업 비용진단 4편으로 이어집니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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