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짐 될까 죽고 싶었지만”…퇴원 두려운 환자에게도 ‘희망’을

퇴원환자사업, 건강 모니터링부터 돌봄 서비스, 경제적 지원까지

중증을 앓았던 환자들은 퇴원을 해도 여전히 불안하다. 갑자기 어떤 증상이 생길지 모르며 나았던 병이 재발할 수도 있고 어떤 행동은 해도 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뇌졸중 진단을 받고 앞으로 가족들에게 부담 줄 생각에 깨어나지 말아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퇴원환자 지역 연계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집에 오니 보건소에서와 고혈압과 당뇨를 관리해 주고 영양과 재활에 대한 교육을 해줬습니다. 또 금연 캠프도 같이 연계해 줘 담배는 완전히 끊었습니다. 너무 큰 도움을 받아 의지도 되고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뇌졸중 치료 후 퇴원해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 사업(이하 퇴원환자사업)’을 경험한 문 모씨의 사연이다. 그는 가족들에 폐 끼친다는 생각과 경제적 부담 등으로 퇴원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병원과 연계된 기관들의 각종 지원을 받아 문 씨는 현재 다시 농사일을 시작할 만큼 상태가 호전됐다.

문 씨처럼 중증을 앓았던 환자들에겐 퇴원도 불안하다. 갑자기 어떤 증상이 생길지 모르며 나았던 병이 재발할 수도 있고 어떤 행동은 해도 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혼자 판단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퇴원환자사업은 퇴원 이후에도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돌봄 계획을 수립한다. 이어 보건, 의료, 복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건강한 사회 복귀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왼쪽부터) 권역 책임의료기관, 지역 책임의료기관 [사진=국립중앙의료원]
사업 과정은 먼저 암, 뇌·심혈관 질환 등 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동의 후 초기 평가를 진행한다. 그런 뒤 환자의 의료,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심증 평가를 거쳐 퇴원 계획을 수립한다. 이어 지역 사회와 연계해 환자에게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대 6개월 간 모니터링하며 건강 관리를 이어간다.

의료 서비스 말고도 각 복지센터, 보건소 등 각 연계 기관에서는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복지도 마련했다. 행정복지센터는 퇴원환자를 위해 △기초생활·긴급복지 △장애수당 △노인틀니·임플란트 △식사·반찬 등을 지원한다. 관할 보건소에선 △방문건강관리 △지역사회중심재활 △치매환자지원 △금연지원 △알코올중독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2019년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권역·지역 책임의료 기관을 선정해, 여기에 퇴원 환자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과제로 배정했다. 이에 전국 권역 책임 의료기관(권역 기관) 16개와 지역 의료 책임기관(지역 기관) 42개소는 퇴원 환자와 연계한 지속 돌봄은 필수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 10월 경북대병원(권역 기관)은 퇴원환자 연계 협력 사업 설명회를 진행했고 가천대 길병원(권역 기관)에선 최근 해당 사업에 실무자 교육 실시했다.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이정남 교수(공공의료담당)는 “퇴원환자 중에는 독거 노인이나 친인척 없이 혼자 사는 사람도 많고, 기초생활수급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많다”며 “이들에게 연계된 기관이 방문해 집안의 안전바 설치, 도시락 배달 등 돌봄과 장기 요양보험 가입, 의료비 지원 등 경제적으로도 지원해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은 모든 퇴원환자를 대상으로 하진 않는다. 주로 중증인 뇌졸중, 뇌혈관 질환, 암, 만성 호흡기, 노인성 질환 등 환자가 대상이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뇌혈관질환을 포함했다. 이는 편마비가 동반되면 거동, 언어 표현 등 일상의 어려움과 낙상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늘어나는 퇴원환자 수요에 맞혀 각 책임 기관 마다 환자 분포와 특성에 따라 지원 대상 범위를 다양화하거나 개인의 선택에 맞기고 있다. 여기에는 중증 외상 후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나 기타 감염 질환자 등도 포함된다.

1년 간 지속한 사업 실효성에 대한 답변도 전문가한테 들을 수 있었다. 이 교수는 “기존 의료계에선 퇴원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메뉴얼이 부재했다”며 “지역 사회 기관들과 연계해 돌봄 서비스와 경제적 지원을 같이 해준다는 점은 환자 자립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계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필요한 사업이지만 담당하는 책임 의료 기관과 담당의, 간호사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자신도 하루에 환자와 2~3시간은 통화하며 보낸다”며 “책임 기관에서만 이뤄질게 아니라 연계 의료 기관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역 기관 외에 지역 기관 역시 전반적인 사업 시스템은 동일하다. 다만 지역 기관은 대상 병이 뇌혈관질환 단일이다. 그러나 공공의료원의 경우 별도로 보건복지부에서 개발한 ‘공공의료연계망’을 이용해 보건소,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연계하는 등 방식이 조금 다르다.

강정임 서울의료원 지역책임의료팀장은 “지역 기관은 병원이 위치한 지역 환자가 많이 유입되며 집으로 퇴원하는 환자가 많다”며 반면 “권역 기관은 전국 각지 이용객이 많으며 2차 병원으로 전원이 많다. 지역 기관은 상대적으로 좁고 깊게, 권역 기관은 넓고 얕게 사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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